'오프라인 어게인!'…이마트·무신사의 이유 있는 '변심'
무신사도 '매장 30개' 확대 목표
"본업에 충실하자"…분위기 형성
이마트부터 무신사까지 유통업계가 '오프라인 어게인'을 외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온라인 플랫폼 강화에 집중해 왔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마트는 신규 출점 재개를 선언했고, 무신사 역시 공격적인 매장 확대를 예고했다. 이들의 목적은 본업 경쟁력 강화다. '잘하는' 곳에서 승부를 내 궁극적으로 온·오프라인 융합을 이룬단 복안이다.
오프라인 강화 외친 한채양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주에코시티점을 끝으로 2년간 신규 출점이 없던 이마트는 최근 매장 확대를 공식화했다. 이마트와 이마트24, 이마트에브리데이(슈퍼)를 이끄는 한채양 대표는 최근 창립 30주년 행사에서 "점포의 외형 성장은 이마트의 영업 기반이자 주요 성장 동력"이라며 "한동안 중단했던 신규 출점을 재개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기존 점포 개편 작업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올해 초 만해도 강희석 이마트 전 대표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올해 투자 규모를 전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뒤집고 '외형 성장'을 택한 것이다. 한 대표는 지난 9월 신세계 인사를 통해 이마트 오프라인 계열사 통합 대표를 맡았다. 앞으로 3사 통합 소싱과 마케팅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의 리뉴얼은 물론 신규 출점에도 공을 들인다는 목표다.
핵심 키워드는 체험형 매장을 통한 고객의 시간 점유다. 실제로 이마트는 올해 3분기 기준 12개의 점포를 리뉴얼했다. 지역 1번점으로 꼽히는 상주점, 성남점, 하월곡점 등이다. 연수점, 킨텍스점도 미래형 대형마트 모델인 '더 타운몰'로 재단장했다. 이마트는 앞으로 폐점했던 이마트 성수점과 가양 재출점도 장기적으로 준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근 실적으로 성과가 나타났다는 게 전략 궤도를 바꿨다. 지난 3분기 이마트는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약 5% 증가한 1102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 별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성장세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분기 이후 3개 분기만이다. 이마트는 '상품 혁신'과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점포 리뉴얼' 등이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무신사도 오프라인 확대
무신사도 오프라인 어게인을 외치고 있다. 무신사는 온라인으로 성장한 대표 패션 플랫폼이다. 앞으로 더 큰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진출이 필수불가결 하다는 설명이다. 한문일 무신사 대표는 최근 편집숍 '무신사 홍대' 오픈 기자 간담회에서 "무신사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매장을 내년까지 30호점까지 늘릴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온·오프라인의 사업 비중을 절반씩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무신사는 지난 2021년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를 통해 오프라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2022년 강남, 2023년 동성로·성수를 잇따라 선보여왔다. 무신사 플래그쉽 스토어(편집숍)도 늘리고 있다. 지난 10월 대구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고, 지난 17일 홍대입구역 '무신사 홍대'도 문을 열었다. 내년 3∼4월께는 성수동에 세 번째 매장이 들어선다. 이를 고려하면 내년 한 해에만 25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의 혜택을 같게 하는 차별화에도 나섰다. 무신사는 매장 내 상품마다 QR코드를 부착했다. 고객이 온라인 기준 실시간 가격과 할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인 의류 매장은 임대료 등의 이유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가격이 다르다. 쿠폰이나 할인 적용률 여부가 다른 곳도 많다.
한 대표는 "앞으로 무신사는 고객이 오프라인에서 쇼핑을 한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더 나은 서비스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동시에 신규 고객을 무신사앱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유입시킬 수 있겠다는 효과를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무신사 스텐다드 등 오프라인 공간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프라인 어게인'의 속내
이들이 오프라인 어게인을 외친 까닭은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이마트는 신선식품으로 성장한 회사다. 먹고 마시는 등 소비자 체험 영역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오프라인은 이마트의 경쟁사인 쿠팡이 범접할 수 없는 분야다. 리뉴얼과 출점을 외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의 약세는 본업 경쟁력이 떨어진 게 이유라는 진단이다.
무신사 역시 패션 기업이다. 직접 입어봐야 하는 특수성이 크다. 무신사는 이미 온라인 점유율 50%를 넘어서고 있다. 더 큰 성장을 위해선 오프라인 진출을 통한 소비자 접점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편집숍 입점을 원하는 패션 브랜드도 많다. 이들을 통한 수수료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패션 카테고리 소매 판매액은 약 133조원으로 온라인 쇼핑 판매액 52조원에 비해 2배 이상 크다.
관건은 오프라인의 혜택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다. 자칫하다간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마트는 가격 경쟁력을 얼마나 가져갈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3사가 통합 소싱을 한다고 해서 제조사들이 당장 가격을 낮춰 줄리는 만무하다. 무신사도 온라인 경쟁력을 얼마나 오프라인에 이식시킬 수 있을지가 문제다. 최근 온오프라인 가격을 통일했지만 여전이 온라인이 더 싸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본업 경쟁력부터 잘 살려야 온라인 강화 등 혁신도 이뤄낼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마트는 최근 연이어 쿠팡에 실적이 뒤처지며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무신사도 결국 패션 기업이기 때문에 오프라인이 없다면 성장이 뒤질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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