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농심 신라면, 라면 종주국 일본에 진짜 'K매운맛' 보여줬다
한국의 매운맛 라면으로 스테디셀러 자리매김…농심재팬 실적 상승세
[도쿄=뉴시스]주동일 기자 = "이것도 인기 있는데요!"
지난 8일 도쿄 시부야의 편의점 로손에서 만난 일본인 A씨는 가장 인기있는 라면을 알려달라는 기자 질문에 '농심 신라면'을 가리키며 이렇게 답했다. 그는 "매운맛을 선호하는 일본인들이 신라면을 많이 찾는다"고 덧붙였다.
실제 로손 등 주요 편의점 뿐 만 아니라 다이소를 비롯한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농심 신라면 제품이 진열됐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일시적으로 인기를 끄는 게 아니라, '라면 종주국' 일본에서 대표 매운맛 라면으로 꼽히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농심이 일본에 처음 진출한 것은 1981년 동경사무소를 설립하면서다.
이후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리점을 통해 수출하던 농심은 2002년 판매법인인 '농심재팬'을 설립하며 일본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진출 초기 농심은 우선 판매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 뒤, 이후 시식 판촉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전략을 세웠다.
농심이 일본 진출 초기부터 구축해 온 전국 판매망은 일본에서 신라면의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는 밑거름이 됐다.
수많은 제품이 새롭게 출시되고 경쟁하는 일본 라면 시장에선 제품이 일단 한번 매대에서 퇴출되면 다시 입점하기가 매우 어렵다.
지난 몇 년간 수많은 해외제품이 판매부진으로 매대에서 사라졌지만, 신라면은 자리를 지켜오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신라면은 특히 대표 한국 K라면 브랜드로 인식되며 일본 소비자들에게 한국인의 매운맛을 알려오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은 인스턴트라면의 종주국인 일본 어디서든 만나볼 수 있는 해외라면 중 하나"라며 "한국의 매운맛을 즐기는 소비자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일본법인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2010년대, 다양한 홍보·마케팅 활동을 통해 현지 소비자들에게 신 브랜드를 알렸다.
실제로 농심은 2010년부터 4월 10일을 신라면의 날로 제정하고 14년째 다양한 프로모션 행사를 펼쳐오고 있다.
일본어로 숫자 4의 영어식 발음과 10의 일본어 발음을 합치면 '맵다'를 의미하는 'Hot(ホット)'와 발음이 비슷하다는데 착안했다.
신라면 키친카는 신라면을 직접 맛볼 수 있도록 하는 푸드트럭으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운영했다.
매년 봄과 가을에 걸쳐 7개월간 일본 내 주요 도시를 다니며 신라면 시식행사를 진행했다.
최근 농심은 신라면을 비롯한 농심의 스테디셀러를 중심으로 일본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공격적으로 브랜드를 알렸다면, 이젠 공고해진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일본 소비자들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농심은 일본 대형 외식업체와 협업 메뉴를 출시하고, 일본 유명 장난감 제조업체 반다이와 농심 제품 미니어처 굿즈를 출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올해도 일본의 유명 음료제조업체 이토엔과 협업한 '마시는 후루루 냉면', 만우절 에디션 '맵지 않은 신라면' 등을 출시하며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농심 일본법인은 신라면 브랜드의 라인업 확장, 신라면 외 파워브랜드의 인지도 향상을 위한 마케팅 활동 및 편의점 채널 등 주요 채널 제품 입점 확대 등을 통해 일본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한편 농심재팬의 연간 실적은 2016년 4000만달러에서 2018년 5900만달러, 2020년 8900만달러, 2022년 9400만달러로 꾸준히 성장세를 그려오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의 종주국이자 닛신 등 수많은 라면 브랜드가 경쟁하는 일본 라면 시장에서 한국의 라면 브랜드가 뿌리내린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올해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마케팅 활동을 펼쳐 일본 라면시장에서 영역을 확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d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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