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축구 최초 분데스리거→‘족구 국대’ 변신…심서희 “좁은 공간서 서로를 믿는 것, 최고의 매력” [SS 스포츠7330]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생활체육 강자인 ‘토종 브랜드’ 족구는 우리나라가 종주국으로 최근 국내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남자 11개 실업팀이 참가한 코리아리그가 성공적으로 열린 데 이어 세계족구대회를 국내에서 개최하는 등 외연을 넓히고 있다. 자연스럽게 최근 축구에 ‘여풍’이 부는 것처럼 족구에도 여성 참여자가 늘고 있다.
대한민국족구협회에 따르면 올해 여자 등록 선수는 1298명(남자 4만2140명)을 기록, 처음으로 1000명을 돌파했다. 족구협회도 여성 족구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는데, 최근 전국적으로 48개 팀이 등록했다고 한다. 또 홍기용 족구협회 회장은 내년 코리아리그에 여성부 도입을 추진 중이다.
자연스럽게 여성 족구계에도 다채로운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다. 태권도 선수를 하다가 장교로 군 복무, 대위로 전역한 이도희(수성구체육회)가 대표적인데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와 돌려차기 등 남자 선수 못지 않은 화려한 기술로 사랑받는다. 최근 주목받는 ‘차세대 별’은 심서희(25·조이킥스포츠)다. 키 164cm인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에 입문, 명문인 울산 현대고와 울산과학대를 졸업했다. 최전방과 윙어를 겸하는 등 주목 받는 공격수였던 심서희는 2016~2017년 여자 U-20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는 등 주요 연령별 대표도 거쳤다. 그러다가 2019년 입단 테스트를 거쳐 FC쾰른 프라우엔과 계약, 국내 여자축구 선수로는 최초로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하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듬해 코로나19 펜데믹 영향으로 리그가 멈춰섰다. 심서희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유럽 생활을 청산,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최근 본지와 만난 심서희는 “독일어가 익히기 상당히 어려운 데 노력도 많이 했다. 어떻게 해서든 유럽에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너무나 장기간 ‘셧다운’이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국내로 돌아온 심서희는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축구 선수 생활을 지속할 뜻이 있었으나 선뜻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운명적으로 족구를 만났다. 그는 “아버지가 족구를 하신다. 새벽에 따라가서 해봤는데 재미있더라”며 “우연히 아버지가 다니시는 회사에서 주최하는 족구 대회가 있었다. 여성부도 존재했다. 당시 축구를 할만큼 했다고 생각했는데 족구에 도전 의지가 강해지더라”고 했다.
축구로 기본기가 탄탄한 심서희는 족구에 빠르게 적응했다. 족구 용품 업체인 조이킥스포츠에 입단하면서 전문 선수의 길을 정식으로 걷게 됐다. 그는 ‘족구 매력’을 묻는 말에 “축구도 팀워크가 중요하나, 족구는 좁은 공간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정말 강해야 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어려움도 따른단다. 심서희는 “대신 발끝까지 섬세하게 공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멘탈적으로 힘들 때가 있다. 축구의 기본기와 조금 다른 요소가 있는데, 처음에 족구를 할 때 내 안의 축구를 빼는 데 어려움이 있더라. 예를 들어 난 축구를 해서 공을 차려는 습관이 있었는데, 족구는 순간 임팩트가 중요해서 멈추는 동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자 축구대표팀 공격수 강채림과 동기인 심서희는 간간이 축구계를 누비는 옛 동료에게 연락이 온단다. 그는 “어느날 내가 전국체육대회에 출전 중이라고 했더니, 한 친구가 ‘무엇 때문에 그곳에 있냐’더라. 족구로 출전했다고 하니까 ‘그런 것도 있구나’라며 놀랐다”고 웃었다.
심서희는 족구 국가대표로도 활약 중이다. 지난달 말 스위스에서 막을 내린 세계풋넷여자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최근 족구계 여성 참여자가 늘어난 것을 반긴 그는 “족구는 공과 네트만 있으면 어디서든 즐길 종목이지 않느냐. 사람을 사귀기에도 매우 좋다. 더 많은 여성이 족구를 알고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내년에 족구가 전국체전 시범종목에서 정식종목으로 거듭나기를 바랐다. 심서희는 “조이킥은 나를 족구 선수로 이끌어준 팀이다. 이광제 대표, 이승호 감독을 비롯해 언니들(신옥희 한가해 김보선)과 꼭 체전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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