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채널 노리는 을지, 공익은 허울 속셈은 배당금?
예상 배당금까지 '주판알'…연합뉴스TV 추가 투자에는 선 그어
직원 임금인상·대대적 채용 필요하다며 "노후장비 교체에만 증자 참여"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연합뉴스TV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을지학원이 겉으로는 방송의 공적 역할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수익을 노리고 경영권에 욕심을 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을지학원은 연합뉴스TV에 직원 임금 인상과 인력 확충 등 대대적인 투자를 사실상 공약했으나, 최소한의 장비 교체 외에는 '추가 투자는 없다'는 방침을 천명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의 연합뉴스TV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에서 을지학원이 과연 보도채널을 제대로 경영할 의지와 실질적인 투자 계획을 가졌는지, 아니면 이익만 좇는 '학원기업'에 불과한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작년 11월 제9차 을지학원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재단운영본부는 의료법인 을지병원으로부터 연합뉴스TV 주식 60만주를 기부받는다는 내용의 재산 취득 안건을 보고하면서 "을지병원으로부터 주식을 기부받는 경우 향후 배당수익 또는 매각을 통해 재정에 기여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재단운영본부의 보고에 정모 이사는 연합뉴스TV 주식 취득이 "(을지학원의) 재정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찬성했다.
전원 찬성으로 의결된 이 안건에 대해 당시 이사회에서 나온 의견은 '재정에 도움이 된다'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을지병원이 보유 지분을 을지학원에 무상 기증한 것 자체가 향후 연합뉴스TV 경영권을 차지할 경우 의료법인의 영리 행위를 제한하는 의료법 규제를 피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을지학원 측은 처음부터 영리 목적으로 연합뉴스TV 최대 주주 자리를 노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대 주주가 되면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 나중에 지분을 팔아 큰 차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각을 통해 재정에 기여될 것'이라는 당시 이사회 보고가 더욱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연합뉴스TV 경영권을 노린 것이 영리 목적이라는 정황은 방통위에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신청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 올해 11월10일 개최한 을지학원 이사회 회의록에서도 확인된다.
을지학원은 연합뉴스TV에서 얻은 수익금을 학교 경영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학생 수의 급격한 감소에 따라 교육 경영의 재정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학교법인 수익 사업의 다각화로 수익 사업을 확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연합뉴스TV 수익금이 을지대 유지·운영을 위한 법정충당금 충당, 교육환경 개선 등의 재정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이사회 회의록에 명시됐다.
김모 이사는 이사회 회의에서 연합뉴스TV의 최대 주주 지위 획득이 "곧 학교법인에 기여하고 있는 재정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심지어 을지학원은 배당금을 연합뉴스TV 당기순이익의 15%로 가정할 경우 내년 1억6천200만원, 2025년 1억7천820만원, 2026년 1억9천260만원을 각각 연합뉴스TV로부터 챙길 수 있을 것이라며 계산기까지 두드려본 것으로 나타났다.
을지학원 추산에 따르면 박준영 이사장 등 개인 주주를 합친 을지재단 측의 전체 배당수익은 최대 4억원에 육박한다.
이러한 을지학원의 행보는 대외적으로 이번 최대 주주 지위 획득의 명분을 "연합뉴스TV의 공적 책임 및 공정성 실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내세우는 것과 배치된다.
특히 을지학원이 지난 10일 이사회에서 "연합뉴스TV의 재무구조는 누적 결손금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이를 정도로 취약해졌다"고 지적하면서도 투자를 약속하기는커녕 배당금 등 이익을 최대한 챙겨 학원을 위해 사용할 것을 명시함으로써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TV의 재무구조에 대한 평가도 사실과 다르다.
연합뉴스TV는 사업 초기 대규모 설비투자 등으로 인해 적자를 냈으나 이후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 1~2년 내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주주 배당을 실시할 수 있는 여건에 다가선 상태다.
을지학원은 이사회에 보고한 사업계획을 통해 연합뉴스TV에 대해 "재정을 튼튼히 하겠다", "안정적으로 재정지원을 하겠다", "물적 기반 시설의 확충과 전문인력의 꾸준한 영입 및 육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등 두루뭉술하게 투자 필요성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재원 조달 계획으로 "추가적인 재원 조달 없이 기업의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향후 노후화된 방송보도 장비 및 제작시스템 교체를 위해 유상증자를 이사회에서 결의 시 학교법인 자금을 통해 자본 취득에 참여할 예정"이라고만 언급, 최소한의 장비 교체에만 돈을 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을지학원은 사업계획에 연합뉴스TV 직원들의 평균 임금이 "경쟁사 YTN과 연합뉴스에 비해 낮다"며 연합뉴스TV 기자 수(133명)가 YTN(296명)의 절반도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하며 마치 대대적인 인력 충원과 임금 인상을 시사했으나, 광고시장 침체 속에 추가 재원 조달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실제로 을지학원의 재정난이 심각하다는 점에서도 연합뉴스TV에 추가 투자는커녕 수익 사업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을지학원이 지난 4월 이사회에서 강원도 양양 을지인력개발원을 용도 변경해 숙박시설로 운영하기로 의결하는 과정에서 김모 이사는 "학령인구 감소와 수년간 지속된 등록금 동결로 법인 및 대학의 재정적 부담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에 제도 개선을 통해 수익사업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을지학원이 연합뉴스TV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을지 측은 사업계획서에서 연합뉴스TV가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직업방송'에 대해 "채널을 계속 운영해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익성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운영 여부를 정부가 결정하는 예산사업으로, 정부가 내년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사실상 폐지를 앞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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