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NA 백신 개발 앞서가는 美·日… 한국은 걸음마

최영찬 기자 2023. 11. 24.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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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대세 mRNA'③] 미국 42조원·일본 1.5조원, 한국은 '찔끔'

[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지도가 대폭 바뀌었다. 그중에서도 상용화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졌던 mRNA(메신저 리보핵산)에 대한 관심은 상전벽해 수준으로 높아졌다.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발발 1년 만에 이에 대응할 수 있는 mRNA 백신의 출현은 mRNA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외 제약사의 경쟁을 촉발했다. 더이상 차세대 기술이 아닌 현재를 바꾸는 기술이 된 mRNA에 대해 살펴봤다.

mRNA 플랫폼 기술 확보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암도 정복합니다"… mRNA에 한계는 없다
②가능성에서 성공으로… 코로나로부터 인류를 구원한 mRNA
③mRNA 백신 개발 앞서가는 美·日… 한국은 걸음마

각국 정부가 백신주권 확립 차원에서 mRNA 기술 확보를 위한 제약·바이오 업계 지원에 나서고 있다. 단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먼저 나온 게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 코로나19 백신이었고 세계 각국은 '백신 이기주의' 속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에 각국 정부는 향후 다른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스스로 백신을 마련하기 위해 mRNA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이후 미국과 일본, 한국 정부가 mRNA 기술 확보를 위해 투입한 비용. /그래픽=강지호 기자


천문학적 투자가 성과로


미국이 mRNA 기술 확보에 가장 적극적이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이 코로나19가 유행한 지 1년여만에 나온 것도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선이다.

지난 3월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U)은 미국 정부의 투자내역을 분석해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투자한 액수를 공개했다. 총 319억달러(42조원) 가운데 3억4000만달러(4400억원)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까지 투입된 것으로 분석됐다. 즉 팬데믹 발발 이후 41조원을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코로나19 백신 구매를 위해 사용된 292억달러(38조원)가 포함됐다. 정부가 임상시험을 마치지도 않아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기도 전에 수십조원을 들여 백신을 구매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인데 이는 제약·바이오기업에 연구·개발 동력으로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BMU도 미국 정부의 이러한 공공투자가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하고 코로나19 이상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mRNA 백신 기술을 개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에 기여한 mRNA의 활용도를 확장하는 연구에도 눈을 놀리고 있다. 미국 보건첨단연구계획국(ARPA-H·아르파헬스)은 지난 8월 mRNA를 기반으로 한 면역조절방법 개발 프로젝트 큐레이트(CUREIT)에 2400만달러(314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암, 자가면역질환 등의 현재 기술로 치료할 수 없는 질병 치료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르네 웨그진 아르파헬스 소장은 "큐레이트 프로젝트는 현재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부족한 질병 치료를 위해 유전자 조절 및 mRNA 전달과 같은 최신기술을 활용하는 다목적 도구상자의 개발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에 힘입어 지난 8월 자체 개발한 mRNA 코로나19 백신을 상용화하는 성과를 냈다.

일본 의료연구개발기구(AMED)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와 일본 후생노동성의 '백신 제조시스템 긴급 향상 프로젝트' 지원 아래 일본 제약사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mRNA 코로나19 백신 다이치로나가 지난 8월 일본 후생노동성의 승인을 받았다.

당시 유행하던 오미크론 변이주 XBB1.5가 아닌 최초 코로나19 바이러스(우한주) 균주에 대응해 개발된 백신이어서 당장의 효용가치는 낮다. 지난 9월 시작한 일본 내 코로나19 부스터 백신 접종에도 사용되지 못한다. 하지만 mRNA 백신 플랫폼을 구축한 만큼 향후 새로운 질병에 대해서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이이찌산쿄는 현재 XBB1.5 변이주에 대응할 수 있는 mRNA 백신을 개발 중이며 지난 9월 허가를 신청했다.

다이이찌산쿄의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일본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 뒷받침됐다. 일본 정부는 2021년 6월 국가 백신개발 및 생산전략을 채택하면서 5종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1700억엔(1조48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이이찌산쿄의 mRNA 코로나19 백신 상용화 시설에도 일본 정부의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다이이찌산쿄는 도쿄 인근에 2024년까지 연간 2000만도즈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일본 후생성은 지난 17일 현재 품목허가 신청단계에 있는 다이이찌산쿄의 코로나19 백신 140만도즈를 내년 3월 말까지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 지원 아래 2027년까지 다이이찌산쿄가 추가 증설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오른쪽 세 번째)가 2022년 2월9일 충북 오송에 있는 큐라티스 제조소를 방문해 mRNA 바이오벤처 컨소시엄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은 지원하는 거 맞아?


한국은 많은 기업이 mRNA 플랫폼 기술 개발에 나선 것과 달리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부의 지원 규모도 미국과 일본 등에 미치지 못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연구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1월~2023년 7월 mRNA 백신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총 70개 과제에 893억원을 투입했다. 임상 과제별로 평균 76억원을 지원했는데 이 중 기업에는 전체 예산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인 55.9%의 예산이 집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의약품 상용화 단계를 앞둔 될 성싶은 과제에 예산을 집중하기보다는 다수의 초기 단계의 과제에 지원이 분산됐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신속한 개발이 가능하다는 mRNA의 장점에도 국내에서는 아직 임상 3상 시험에 진입한 mRAN 백신 후보물질도 없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관계자는 "mRNA 코로나19 백신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았다"며 "보건안보 차원이나 도래할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서 정부는 백신 연구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실패와 사업성을 무릅쓰고 기업이 뛰어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 0chan1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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