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하리, 히스패닉 집중공략"…롯데칠성 미국 성장 비결은

안준형 2023. 11. 2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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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격전지를 가다]
김경동 롯데칠성음료 미국법인장 인터뷰
"순하리, 대단한 성장…진짜 로컬로 간다"
"미국 급성장 하드셀처 시장, 진입 고민"

[로스앤젤레스=안준형 기자] 국내에서 반짝인기에 그쳤던 소주 베이스 칵테일 '처음처럼 순하리'(이하 순하리)가 미국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인이 주로 찾는 소주와 달리 '순하리'는 히스패닉과 아시아인 등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롯데칠성음료 미국법인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효자'가 됐다.

지난 10일 만난 김경동 롯데칠성음료 미국 법인장은 성공 비결로 △K컬처 덕에 높아진 소주 인지도 △합리적 가격에 즐기는 거부감 없는 맛 △문턱 높았던 현지 도매 유통망 확보 등을 꼽았다. '순하리'가 미국에 처음 수출되던 2016년 법인장으로 발령받은 그는 7년간 순하리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내년부턴 마케팅을 현지 회사에 맡기며 미국 주류 시장의 중심으로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진짜 로컬 시장으로 가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아울러 지난 8월 미국에 들여온 '처음처럼 새로'(이하 새로)를 키우는 것도 목표다. '순하리'와 '새로' 쌍끌이 전략으로 미국법인의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경동 법인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김경동 롯데칠성음료 미국법인장/사진=안준형 기자

"정체된 미국 소주 시장, 과일소주가 키운다"

-미국에 지난 8월 출시된 '새로' 초기 반응은 어떤가.
▲ 시장에서 굉장히 반응이 좋다. '새로' 덕분에 법인 실적도 좋아졌다. '처음처럼'이 새로운 모멘텀을 찾고 있었다. '처음처럼' 기존 소비층인 40~50대는 시장이 축소되고 20~30대는 경쟁사로 이탈됐다. 하지만 '새로'가 들어오면서 젊은 층이 다시 돌아왔다. 성장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벌써 레귤러(일반적인) 소주의 비중은 '처음처럼' 6, '새로' 4이다. 내년부턴 미국에선 '새로'가 '처음처럼'을 넘어설 것이다. 

-미국 소주 시장 분위기는 어떤가.
▲레귤러 소주 시장은 거의 정체다. 레귤러 소주의 주요 소비층인 한인 시장이 좋을 수 없다. 유학생과 이민자 수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물론 K컬처 덕분에 소주 시장이 성장한 것도 있지만 아직은 미국인이 소주를 마시는 건 흔치 않다. '과일 소주' 시장은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다. '과일 소주' 덕분에 미국 전체 소주 시장도 커지고 있다. 미국법인의 매출 구조를 보면 과일소주인 '순하리'가 65~70%를, 레귤러 소주인 '처음처럼'과 '새로'가 35~40%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미국 법인 매출을 '순하리'가 이끌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국내 주류 회사와 경쟁이 치열하지 않나.
▲하이트진로와 무학 등의 '과일소주'도 우리와 함께 많이 성장했다. 한국에선 매일 피 튀기게 싸우지만 여기에선 소주 시장을 키우기 위해 같은 편이다. 경쟁사가 미국에서 마케팅을 많이 하는 것도 전체 시장에 긍정적이다. 일단 시장이 커져야 한다.

롯데칠성음료 미국법인 매출/그래픽=비즈워치

"K컬처로 인지도 높이고, 코로나19때 시장 키웠다"

-현지 '과일소주' 시장은 어느 단계인가.
▲'순하리'는 도입단계를 지나 성장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2019년 기준으로 올해까지 연평균 20~25% 성장했다. 대단한 수치다. '순하리'는 갖다 놓으면 즉시 나간다. 재고가 없다. 과일소주는 현지인이 주로 찾고 오히려 한인들은 잘 마시지 않는다. 과일소주의 주요 소비층은 히스패닉, 아시아인 등이다. 특히 미국에서 히스패닉 파워는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도 히스패닉 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순하리'가 언제부터 주목받았나.
▲2016년 법인장으로 왔을 때 그해 미국에 '순하리'가 들어왔다. 한국에선 2014년 갑자기 떴다가 다시 가라앉았지만 미국, 동남아 등 해외에선 효자가 됐다. 2017~2018년 미국에 K컬처 붐이 일면서 과일소주도 같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닐슨 리포트를 보면 미국인이 소주를 인지하는 시점이 정확히 K컬처가 뜰 때와 일치한다.

-현지 문턱은 높았을 것 같다.
▲K컬처가 뜰 당시 한인 대리상보다 미국 대리상에 접촉했지만, 아무리 연락해도 받아주지 않았다. 한인에 한정된 소주 시장 규모가 작아서다. 그러다 2020년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SNS를 통해 과일소주 인지도가 높아졌고 다시 미국 대리상에 접촉했다. 그때부터 비즈니스가 커졌다. 팬데믹 때 식당이 문을 닫으면서 소주 매출이 급감했는데, 가정 시장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현지 대규모 대리상에 컨택한 것이 오히려 기회가 됐다.

-'순하리' 맛을 확대할 계획이 있나.
▲현재 '순하리' 맛은 7가지다. 미국에선 복숭아 맛이 가장 많이 팔리고 그다음에 딸기, 사과 등이 인기다. 롯데만 출시한 요구르트 맛도 많이 나간다. 품목을 인기 위주로 조정하고 현지인 입맛에 맞는 새로운 맛도 개발해야 한다. 다만 '순하리'는 생산에 어려움이 있다. 향신료가 들어가다 보니 다른 맛을 생산할 때 관을 물로 씻어야 한다. 소주에 비해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김경동 롯데칠성음료 미국법인장이 LA에 위치한 마트에서 소주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안준형 기자

"소주로 만든 하드셀처, 도전적인 개발 과제"

-미국 전체 주류 시장의 최근 트렌드는 어떤가.
▲미국 주류 시장이 바뀌고 있다. 맥주, 와인, 스피릿(위스키 등 증류주) 위주였던 시장에 '하드셀처(Hard Seltzer)'가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 하드셀처는 알코올에 탄산과 향을 첨가한 술로, 알코올 도수와 칼로리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미국에서 맥주 시장이 급격하게 빠지는데, 하드셀처가 맥주를 대체하고 있다. 맥주 회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예컨대 '사무엘 아담스' 맥주로 유명한 보스턴 비어 컴퍼니의 하드셀처 브랜드 '트룰리'는 '사무엘 아담스'보다 매출이 많아졌다. 한국은 하이볼이 떴는데, 하이볼 시대가 지나면 하드셀처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하드셀처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 있나.
▲순하리 알코올이 12도인데 도수를 5~7도 낮추고 탄산을 넣는 방법으로 그 시장을 보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한국에서 생산해 수입하면 가격이 안 맞다. 현지에서 생산한 것들은 아주 싸다. 미국에선 하드셀처가 보통 12캔에 15달러에 팔린다. 우리는 이 가격대로 맞추기 어렵다. 가격이 제일 큰 고민이다. 가격을 낮추려면 현지 생산업체와 접촉하던지, 현지 생산밖에 없다. 과연 한국 소주를 어떻게 하드셀처 시장으로 가져오느냐가 장기적이고 도전적인 개발 과제다. 

-내년 사업 계획은.
▲현재 마케팅을 한국 광고 업체가 주로 한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외국 회사에 맡길 계획이다. 현지인 대상으로 마케팅하고 이제부터는 진짜 로컬로 가겠다는 것이다. 경험이 부족하고 비용 부담도 있지만, 성장이 정체된 한인 시장으로는 성장이 어렵다. 내년엔 한인 시장에서 '새로'로 새 시장을 만들고, '순하리'는 본격적으로 현지 시장을 시작할 것이다.

안준형 (wh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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