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탄소제로 가려면 산림·토지 황폐화 방지에 더 신경써야”

정혁훈 전문기자(moneyjung@mk.co.kr) 2023. 11. 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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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후원 ‘넷제로 LDN포럼’ 기조강연
서울대·GEC·산림청·UNCCD 공동주최
김상협 탄녹위원장·임상섭 산림청차장 등 참석
반 전 총장 “사막에 심은 나무, 내 키 2배까지 커”
박원우 GEC 이사장 “넷제로=탄소제로+LDN”
LDN은 UNCCD가 채택한 탄소황폐화중립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3일 서울 이태원 몬드리안호텔에서 서울대와 그린어스커뮤니티(GEC), 산림청,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이 주최하고, 매일경제신문이 후원한 ‘넷제로 LDN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UN 사무총장 시절 가장 자랑스런 업적이 뭐냐고 물으면 주저 없이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에 기여한 것을 말합니다. 이 협약에서는 산업과 에너지 측면에서의 탄소배출 저감을 주로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탄소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최근 들어 더욱 중요해지는 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산림과 토지 황폐화를 방지하는 일입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23일 “국제 환경분야 3대 협약인 파리기후변화협약(UNFCCC), 생물다양성협약(UNCBD), 사막화방지협약(UNCCD) 중 최근 들어 UNCCD에 관련된 토지와 산림 황폐화 방지의 중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서울 이태원 몬드리안호텔에서 서울대와 그린어스커뮤니티(GEC), 산림청,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이 주최하고, 매일경제신문이 후원한 ‘넷제로 LDN포럼’에서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반 총장은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산림과 토지 황폐화 방지가 넷제로(탄소제로)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넷제로 LDN포럼 참석자들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기조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그는 “사막화 방지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아프리카와 남미, 동남아 등을 다니면서 열대우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산림 황폐화 현상에 경악을 금치못했던 경험이 있다”며 “인도네시아만 하더라도 지구온난화로 자카르타가 물에 잠길 것을 우려해 수도를 칼리만탄섬으로 이전하는 탓에 그 곳에서 또 다른 산림 황폐화가 일어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 총장은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부통령을 만나 수도를 꼭 옮겨야 한다면 나무를 한 그루 자를 때 다른 곳에 두 그루를 심어서라도 산림 황폐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특히 UNCCD가 2015년에 채택한 토지황폐화중립(LDN)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막화 등으로 인해 토지가 황폐화되면 토양 내에 함유돼 있는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면서 기후변화에 엄청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대응에 더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몽고의 사막화된 땅에 억지로 심었던 나무가 나중에 가서보니 내 키의 2배 높이로 자라 있는 것을 보고 감동받은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이 넷제로 LDN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이어 기조연설을 한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역시 토지 황폐화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위원장은 “UNCCD가 지난해 발간한 세계토지전망에 따르면 인류의 개발과 도시화, 산림 훼손 등으로 지구토양의 40%가 황폐화된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로 인해 토지 내에 있는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된 것이 폭염과 가뭄 등 극단적인 이상이변의 원인이 되고, 생물 다양성과 식량, 그리고 우리 건강에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삶의 터전인 토지가 남용되고 오염되면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전세계 배출량의 23%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다”며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바로 그 다음 단계는 토지와 산림, 농업 분야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GEC와 산림청이 LDN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MOU를 체결했다. 왼쪽 두번째부터 김상협 탄녹위원장, 박원우 GEC 이사장, 임상섭 산림청 차장.
그는 “특히 우리나라는 황폐화된 국토에서 짧은 시간에 산림녹화에 성공했고, 2011년에는 창원이니셔티브를 발표해 실천하고 있다”며 “토지황폐화 대응에서 전세계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2011년 10월 제10차 UNCCD 당사국 총회를 경남 창원에서 열었고, 당시 토지황폐화를 막고 개발도상국 건조지 녹화 시범사업을 지원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창원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도 그동안에는 에너지와 산업, 운송과 건물 등에서의 탄소저감에 초점을 둬 왔지만 내년에는 산림과 농업, 해양 등 분야에서의 탄소저감에 더 많은 신경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임상섭 산림청 차장이 넷제로 LDN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임상섭 산림청 차장은 축사를 통해 “산림은 탄소 흡수원으로서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이에 기반한 빈곤, 기아, 생물다양성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 중요성이 부각이 되고 있다”며 “이번 포럼이 탄소중립과 토지황폐화중립간 연계를 기반으로 기후변화 대응책을 모색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포럼을 기획한 박원우 GEC 이사장(서울대 경영대 교수)은 ‘Net Zero=CN+LDN’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넷제로(Net Zero) 달성을 위해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탄소제로(CN)에 더해 LDN을 위한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해야 하지만 기존의 탄소제로 방법론만 갖고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LDN을 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원우 GEC 이사장(서울대 경영대 교수)이 넷제로 LDN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지구에서 탄소를 내포하고 있는 탄소흡수대는 크게 대기와 초목, 토양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토양이 탄소를 가장 많이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구 토양 상층부 단 1m에서의 탄소량이 1%만 증가해도 인류가 1년간 화석연료를 태워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 총량보다 많다고 한다. 따라서 토양이 황폐화되면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이것이 곧 온실가스 증대와 기후변화의 핵심 원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박 이사장은 “토지황폐화를 막고 잘 관리하면 토지 자체만으로 화석연료나 산업활동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3분의 1을 흡수할 수 있다”며 “그동안 탄소중립이라는 구호 아래 산업활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 방지 중심에 치우쳤던 우리의 노력에 LDN 노력이 반드시 보강돼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이어 △자발적탄소시장(VCM) 생태계 성장과 활성화 △넷제로 실현의 또 다른 필수방안 : LDN 등 2개 주제발표 세션이 열렸다.

L. 카리카 UNCCD 아시아 담당자가 LDN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첫 세션에서는 양한나 환경부 기후경제과장이 ‘VCM 생태계의 산업화와 정부 준비’를 주제로, 현석 연세대 환경금융대학원 교수가 ‘한국의 탄소중립 전환 : 금융과 배출권 시장 활용’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을 통한 탄소시장의 신뢰성 증진과 활성화’를 주제로, 권혁준 순천향대 경제금융학과 교수가 ‘B2C & C2C 시장으로의 전환과 앱의 활용’을 주제로 발표했다.

둘째 세션에서는 박은식 산림청 국장이 ‘LDN 실현을 위한 한국의 역할’, 소순진 임업진흥원장이 ‘한국의 산림경영 탄소크레딧 공급 확대를 위한 혁신 이슈’, 이요한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가 ‘REDD+의 현황과 미래’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L. 카리카 UNCCD 아시아 담당자가 ‘LDN과 토지복원’, 우미령 러쉬코리아 대표가 ‘땅과 지역을 재생하는 러쉬 리제너레이션’을 주제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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