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2호' 황민경, 이것만큼은 '1호'를 원했다… "가장 많이 받아냈으면"[스한 인터뷰]

이정철 기자 2023. 11. 2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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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지난 시즌 6위에 머물렀던 IBK기업은행은 2023~24시즌을 앞두고 아웃사이드 히터 황민경(33)을 영입했다. 안정적인 리시브와 많은 경험을 갖춘 베테랑 황민경을 품으면서 봄배구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

황민경은 시즌 전 부상을 당해, 팀원들과 충분한 호흡을 맞출 시간도 없이 개막을 맞이했다. 하지만 베테랑답게 1라운드를 지나, 2라운드에 접어들면서 점점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2일 경기도 용인시 IBK기업은행 훈련장에서 황민경을 만나 15년차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의 배구 이야기를 들어봤다.

황민경. ⓒKOVO

훌륭했던 KOVO컵 첫경기, 아쉬운 무릎 부상

'이적생' 황민경은 2023~24시즌을 착실하게 준비했다. 그 과정들이 KOVO컵 첫 경기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황민경은 KOVO컵 흥국생명전에서 17점, 공격성공률 34.78%로 맹활약했다. 리시브 효율도 45%로 뛰어났다. 공수에서 모두 존재감을 뽐내며 성공적으로 IBK기업은행에 안착하는 듯했다. 하지만 부상이 앞을 가로막았다.

황민경은 "KOVO컵 때, 몸과 마음 등 여러가지로 제일 좋았다. 그때는 준비를 착실하게 잘 하고 들어가서 마음이 편했다. 그런데 그 기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흥국생명전 이후 황민경은 무릎 통증을 느꼈다. 결국 무릎 관절을 정리하는 간단한 시술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IBK기업은행 주전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을 잃어버렸다. 개막을 눈앞에 두고서야 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이마저도 정상 컨디션과는 거리가 멀었다.

황민경은 "시즌 개막을 2주 앞두고 훈련을 시작했다. 그 당시도 몸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고 합류만 했다"며 "시즌을 탄탄하게 준비하지 못했다. 경기 감각이 아예 없는 상황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연습 경기도 뛰지 못한 상태였다"며 혼란스러웠던 시즌 초반 상황을 회상했다.

불안감은 부진으로 이어졌다. 황민경은 시즌 개막 후 3경기에서 각각 3득점, 4득점, 3득점에 그쳤다. 공격성공률도 경기당 10% 후반대에서 20% 초반대에 머물렀다. 가장 큰 장점인 리시브 효율에서도 개막 후 3번째 경기였던 지난달 24일 GS칼텍스전에서 25%로 떨어졌다. IBK기업은행은 속절없이 3연패를 당했다.

황민경. ⓒKOVO

뜨거운 눈물, 15년차 베테랑도 간절했던 1승

연패 속, FA 영입생이자 팀 내 최고참인 황민경은 큰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주한 지난달 28일 한국도로공사전. IBK기업은행은 1,2세트를 내주며 또다시 불안한 출발을 했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은 3세트부터 힘을 내며 한국도로공사를 밀어붙였다. 황민경의 안정적인 리시브도 빛났다. 황민경은 한국도로공사전에서 리시브 효율을 43.48%까지 끌어올렸고 끝내 IBK기업은행에게 극적인 리버스 스윕승을 안겼다. 시즌 첫 승이었다. 황민경이 IBK기업은행에서 거둔 정규리그 첫 승이기도 했다.

황민경은 경기종료와 함께 팀원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어 뜨거운 눈물까지 흘렸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대변해주는 눈물이었다.

황민경은 "제가 조금만 더 잘했으면, 이정도로 팀이 힘들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팀에 온 뒤 맏언니로서 도움을 주지 못했다"라며 "그래도 (승리로 인해) 마지막에 안도감이 들었다"며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황민경. ⓒKOVO

3000득점 넘어, 서브 성공 350개… 그리고 황민경의 욕심

IBK기업은행 이적 후 감격의 첫 승을 챙긴 황민경은 다음 경기인 페퍼저축은행전에서 홈경기 첫 승도 신고했다. 특히 황민경은 이날 10점을 올리며 올 시즌 자신의 첫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고 통산 3000득점까지 달성했다. 역대 V리그 14번째 대기록이었다.

대기록과 함께 완벽히 분위기를 바꾼 황민경은 2라운드 초반 흥국생명, 한국도로공사, 현대건설전에서 각각 리시브 효율 62.5%, 54.55%, 56.25%를 기록하며 탄탄한 수비력을 뽐냈다. 본격적으로 황민경의 수비 능력을 IBK기업은행에 녹여내기 시작한 것이다.

흐름을 탄 황민경은 지난 19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역대 2호' 대기록을 세웠다. 경기를 시작하는 첫 서브를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현대건설의 '리빙 레전드' 황연주(458개)에 이어 역대 2번째로 서브 성공 350개 고지를 밟은 것이다.

황민경은 "(서브 성공 350개를) 2호로 달성한 선수가 되니까 느낌이 조금 신기했다"며 "1호로 올라서는 것은 (황연주의 기록이) 너무 멀리 있어서 어려울 것 같다. 은퇴하기 전에 서브 에이스 400개는 채워보고 싶다"고 대기록 달성 소감을 전했다.

ⓒKOVO

황민경은 서브 대신 수비 부문에서 '1호' 선수를 노렸다. 전문 수비수인 리베로를 제외하고 수비 전 부문에서 가장 높은 기록을 세우겠다는 야망을 드러냈다. 실제로 황민경은 디그 성공, 수비 성공에서 이미 목표를 이루고 있으며 리시브 정확에서도 문정원과 근소한 격차 속에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황민경의 수비 부문 주요 통산 기록.

디그 성공 4834개(전체 5위, 리베로 제외 1위)
수비 성공 8487개(전체 4위, 리베로 제외 1위)
리시브 정확 3653개(전체 5위, 리베로 제외 2위, 리베로 제외 1위는 4012개 문정원)

황민경은 "수비 기록에서 개수를 더 늘리고 싶다. 리베로 말고 레프트 중에서 가장 많이 (수비, 리시브, 디그를) 받아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근데 (문)정원이가 너무 많이 받아서 쉽지 않다"며 수비 기록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황민경의 욕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종 목표는 IBK기업은행의 봄배구다. 황민경은 "무사히 시즌을 완주하고 싶다. 그 끝에 팀 동료들과 다같이 봄배구를 하고 싶다"며 "우리팀에 봄배구를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이 있다. 그 선수들과 같이 봄배구를 치르는 것이 목표"라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황민경. ⓒKOVO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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