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플랫폼 시대, 사라지는 것과 생겨나는 것

송길호 2023. 11. 2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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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후 관점디자이너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시내버스에는 버스차장이라는 승무보조원이 있었다. 승객들에게 요금을 받고 안전도 관리하는 역할이었다. 승객의 안전을 확인한 후 발차(發車)를 외치는 버스차장의 ‘안계시면 오라이~’가 유행어일 정도였다. 이후 스마트 교통카드가 생기면서 버스차장이라는 직업은 자연스럽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익숙하던 것들과 이별하면서 세상은 바뀌어간다. 나는 아직도 음악다방 LP판의 지직거림이 그립고, 동네 구멍가게 아줌마의 후한 인심이 머릿 속에 아른하다. 이렇게 세상은 사라지는 것들과 생겨나는 것들 사이에서 진화한다.

그런데 사라지는 것들과 새로 생겨나는 것들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대형마트가 나오면서 전통시장이 타격을 입고, 대형마트는 온라인쇼핑몰로 인해 타격을 입는다. 이런 충돌의 상황이 생기면 반드시 개입하는 것이 정치다. 사라지는 것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생계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무조건 약한 것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이 반드시 옳은 답은 아니다. 또한 정치인들이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위태롭고 진부하다. 오히려 사회를 후퇴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트의 영업일을 통제해 전통시장의 생계를 살펴주려 한 시도다. 하나를 막으면 다른 쪽이 잘될 거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접근했다.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됐다. 그런데도 정치권의 접근법은 좀처럼 진화할 줄 모른다. 솔직히 나는 그들이 말하는 ‘골목상권’이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골목에 동네슈퍼와 편의점이 함께 있다면 그 두 개가 어울려 골목상권이라고 부르는 것인지, 아니면 편의점은 악(惡)이고 동네 슈퍼는 살펴야 할 골목상권인지 헛갈린다. 전화를 걸어서 부르는 대리운전은 골목상권이고 플랫폼으로 부르는 대리운전은 악인가. 이런 혼란스러움은 나만의 생각일까.

예전 국감에 출연한 백종원씨는 당시 자유한국당 정유섭의원이 “백대표님 가맹점이 손님을 다 빼앗아간다고 한다. 출점을 제한할 생각이 없냐”고 묻자 “골목상권과 먹자골목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가맹점을 잘 키워 점주가 잘 벌게 해준 것 뿐인데 무슨 잘못인지 모르겠다. 너무한 거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때도 역시 백종원씨 회사는 큰 회사니 작은 가게들의 영업을 방해하는거 아니냐는 이분법적 논리로 접근한 것이다. ‘경쟁’보다는 큰 것이 작은 것을 괴롭힌다는 식의 갈라치기식 접근이었다.

진부한 정치접근법과 반대로 오히려 마트 지하에 전통시장을 유치해 협업한 성공사례가 눈에 띈다. 마트가 손님을 모으고 그 손님을 전통시장쪽으로 흐르게 하면서 상생의 구조가 생긴 것이다.

이제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평범한 일상이 되면서 전통시장과 마트의 최대 경쟁상대는 온라인쇼핑몰이다. 정치권은 이전 방식대로 온라인 쇼핑몰의 영업을 제한하는 식으로 전통시장이나 마트를 보호할 것인가.

이제 정치인들은 플랫폼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편협한 이분법적 사고로는 절대 다가올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한다. 또한 개인의 자유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억압하기보다는 이해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외면 받는 순간 자유가 만든 독점은 깨진다. 그게 디지털플랫폼의 생존 공식이다. 분명 산업화 시대의 독점과는 생태계 형성 과정자체가 다르다. 이를 정치가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디지털플랫폼 후진국이 될 것이다.

또 한가지는 균형감이다. 앱으로 부르는 대리기사와 전화로 부르는 대리기사가 다른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사회적으로는 이 둘을 가르고 나누는 분위기다. 같은 택시운전을 해도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로 나눈다. 그 두 그룹의 이야기를 균형맞춰 들어줘야한다. 이런 균형이 깨지면 억울한 한쪽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미래는 바뀌고 있다. 세계도 바뀌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까지 큰 것과 작은 것, 쎈것과 약한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그들을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로만 바라볼 것인가. 사라질 것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지만 다가올 것에 대한 준비도 중요하다. 갈라치기로 얻을 수 있는 것에 눈이 멀기보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필요한 때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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