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대가 ‘초심’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이유 [8교시 정치탐구]

장일호 기자 2023. 11. 24. 06:1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황두영(〈성공한 민주화, 실패한 민주주의〉 저자)"보통 86이라고 하면 특정 인물이나 집단, 그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저는 이걸 하나의 정치적 세계관이라고 봤어요. 1980년대 중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학생운동 전성기에 자신을 어떤 정치적 주체로서 인지하고 나타난 하나의 집단적 그룹이 만든 세계관이요. 이것이 하나의 세계관이기 때문에 1980년대 운동권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 후배 세대에게도 특정한 영향을 미치고, 또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움직이는 방식을 형성하고 있다고 저는 보는 거죠.이른바 '민중'이라는 것도 굉장히 복잡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는 존재인데 특정한 기득권만 없으면 좋은 세상이 올 것처럼 말하죠. 누구를 설득한다거나 이해관계를 조정해서 다수가 합의할 방안을 만들어서 집권한다기보다는 특정 기득권을 공격하는 방식으로만 정치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거죠.윤석열 대통령이 못한다고 비판하기는 쉬운데, 윤 대통령을 비판할 때마다 민주당은 왜 저 사람에게 졌을까. 또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던 사람이잖아요. 아무래도 비판할 때마다 제 얼굴에 침 뱉기처럼 기분이 나빠지는 거죠.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라는 게 저의 숙제였던 것 같아요. 민주당이 대선에 지고 나서 반성한다고 했을 때, 뭘 반성하는 걸까.유권자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진심은 알겠는데 '초심'으로 돌아가는 게 맞는 걸까. 86들이 초심이라는 말을 엄청 좋아하는데 좀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유지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게 언제 적 초심입니까. 스스로 벌을 주는 것처럼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도 그렇죠. 물러나면 그래서 뭐가 달라지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김만권(정치철학자)"우리가 '86 세대'라고 이야기하면 기본적으로 1980년대 학번에 1960년대생 이야기를 하는 거죠. 이렇게 되면 엄청나게 큰 집단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아주 소수의 엘리트 집단에 가까워요. 1980년대 대학 진학률이 19.5% 정도였거든요. 정말 소수의 사람이 대학에 갔죠.그래서 86을 좁게 말하면 학생운동을 통해서 제도권 정치에 입문한 사람들, 좀 더 넓게는 시민운동가로 남은 사람들, 보다 넓게는 그들의 지지자로 남은 집단들, 광범위하게는 이런 세계관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86 세계관'을 만드는 구성원이라는 생각이 들고요.우리가 구체적인 미래 비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면 굳이 초심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어요. 비전없이도 빛났던 시기가 초짜 시기라서 계속 그곳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거죠. 그 첫 마음이 순수성으로 포장하기가 좋잖아요. 정치적 수사로도 쓰기 좋고요. 이데올로기는 구체적인 정책이나 비전을 주지 않습니다. 원칙만 주죠. 그러다 보니까 이분들이 다 또 원칙주의자들이에요. 현실하고 부딪치면 원칙이 안 통할 때가 있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에서 비난에 시달리게 되는 거죠.문제를 지적하는 동시에 86이 없었으면 더 나은 세상에 될까, 라는 질문을 할 수 있죠. 86이 지금 우리 정치를 주도하는 세력 중 하나잖아요. 그런 분들이 함께 일했던 동료의 평가를 명확하게 바라보고 공개적으로 격렬한 토론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8교시 정치탐구'는 격주 월요일 저녁 8시 생방송 됩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격주 월요일 저녁 8시, ‘8교시 정치탐구’가 정치의 이면을 깊이있게 짚어드립니다.

황두영(〈성공한 민주화, 실패한 민주주의〉 저자)
"보통 86이라고 하면 특정 인물이나 집단, 그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저는 이걸 하나의 정치적 세계관이라고 봤어요. 1980년대 중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학생운동 전성기에 자신을 어떤 정치적 주체로서 인지하고 나타난 하나의 집단적 그룹이 만든 세계관이요. 이것이 하나의 세계관이기 때문에 1980년대 운동권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 후배 세대에게도 특정한 영향을 미치고, 또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움직이는 방식을 형성하고 있다고 저는 보는 거죠.

이른바 ‘민중’이라는 것도 굉장히 복잡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는 존재인데 특정한 기득권만 없으면 좋은 세상이 올 것처럼 말하죠. 누구를 설득한다거나 이해관계를 조정해서 다수가 합의할 방안을 만들어서 집권한다기보다는 특정 기득권을 공격하는 방식으로만 정치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거죠.

윤석열 대통령이 못한다고 비판하기는 쉬운데, 윤 대통령을 비판할 때마다 민주당은 왜 저 사람에게 졌을까. 또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던 사람이잖아요. 아무래도 비판할 때마다 제 얼굴에 침 뱉기처럼 기분이 나빠지는 거죠.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라는 게 저의 숙제였던 것 같아요. 민주당이 대선에 지고 나서 반성한다고 했을 때, 뭘 반성하는 걸까.

유권자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진심은 알겠는데 ‘초심’으로 돌아가는 게 맞는 걸까. 86들이 초심이라는 말을 엄청 좋아하는데 좀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유지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게 언제 적 초심입니까. 스스로 벌을 주는 것처럼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도 그렇죠. 물러나면 그래서 뭐가 달라지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김만권(정치철학자)
"우리가 ‘86 세대’라고 이야기하면 기본적으로 1980년대 학번에 1960년대생 이야기를 하는 거죠. 이렇게 되면 엄청나게 큰 집단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아주 소수의 엘리트 집단에 가까워요. 1980년대 대학 진학률이 19.5% 정도였거든요. 정말 소수의 사람이 대학에 갔죠.

그래서 86을 좁게 말하면 학생운동을 통해서 제도권 정치에 입문한 사람들, 좀 더 넓게는 시민운동가로 남은 사람들, 보다 넓게는 그들의 지지자로 남은 집단들, 광범위하게는 이런 세계관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86 세계관’을 만드는 구성원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우리가 구체적인 미래 비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면 굳이 초심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어요. 비전없이도 빛났던 시기가 초짜 시기라서 계속 그곳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거죠. 그 첫 마음이 순수성으로 포장하기가 좋잖아요. 정치적 수사로도 쓰기 좋고요. 이데올로기는 구체적인 정책이나 비전을 주지 않습니다. 원칙만 주죠. 그러다 보니까 이분들이 다 또 원칙주의자들이에요. 현실하고 부딪치면 원칙이 안 통할 때가 있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에서 비난에 시달리게 되는 거죠.

문제를 지적하는 동시에 86이 없었으면 더 나은 세상에 될까, 라는 질문을 할 수 있죠. 86이 지금 우리 정치를 주도하는 세력 중 하나잖아요. 그런 분들이 함께 일했던 동료의 평가를 명확하게 바라보고 공개적으로 격렬한 토론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8교시 정치탐구’는 격주 월요일 저녁 8시 생방송 됩니다. 전체 방송 내용은 시사IN 유튜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작진
프로듀서 : 최한솔 PD
진행 : 김은지 기자
출연 : 김만권 박사, 황두영 작가

 

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