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서 기후운동가로, 이 노년이 사는 법 [사람IN]

이오성 기자 2023. 11. 24.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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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좀 특별한 '어른'들이 있다.

기후위기를 막겠다고 나선 60세 이상 어른들이다.

그는 이제 기후운동가로 노년의 삶을 선택했다.

60+기후행동이 펼치는 사업은 이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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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주목한 이 주의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이야기에서 여운을 음미해보세요.
60+기후행동의 상임대표인 나승인씨. 전교조 해직 교사 출신으로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기후운동가로 새 삶을 시작했다. ⓒ시사IN 신선영

여기 좀 특별한 ‘어른’들이 있다. 기후위기를 막겠다고 나선 60세 이상 어른들이다. 이름하여 ‘60+기후행동’. 고도성장의 한복판에서 청장년기를 보내면서 자신도 모르게 기후위기를 초래한 당사자가 된 세대다. 물론 닥칠 위기를 피할 길 없는 세대라는 점에서 이들 또한 명백한 피해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지난달 세계노인의날(10월1일)을 맞아 ‘신노년 선언’을 발표했다. 행동하고 연대하며, 표현하고 향유하는 새로운 노년이 되겠다는 선언이자 다짐이었다. 한국에도 서구처럼 기후운동에 앞장서는 노년 세대인 ‘그레이그린(Grey Green)’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많은 언론이 주목했다.

2022년 1월 공식 출범한 이래 60+기후행동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촉구, 서울시의회의 생태전환교육 조례 폐지안 반대 활동을 펼치는 등 기후위기 이슈의 현장에서 연대하고 행동했다. 기후위기 문제 등을 노래하는 합창단 ‘방탄노년단(BTN)'을 결성해 표현하고 향유했다. 윤정숙 전 녹색연합 상임대표,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 이문재 시인 등이 함께해왔다.

60+기후행동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이는 나승인씨(65)다. 2019년 전라북도 무주에서 국어 교사로 교직 생활을 마치고 은퇴했다. 오랜 친구인 이문재 시인의 권유로 60+기후행동에 참여했고, 지난 5월 상임대표가 되었다. 무주 산골과 서울을 오가며 누구보다 바쁜 은퇴자의 삶을 살고 있다.

그의 평생은 ‘운동가의 삶’이었다.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가입을 이유로 서울 대원고에서 해직되어 4년간 해고 노동자로 살았다. 복직 이후 40대 나이에 무주로 귀촌했다. 교육만큼 시골과 농촌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귀촌 2년 만에 무주시민연대 대표를 맡아, 무주를 골프장 중심의 관광형 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맞서 수년을 싸웠다. 자기 고장을 알고 사랑하는 ‘시골시민’을 양성해보자는 취지로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을 펼쳤고, 지역의 독립언론 〈무주신문〉 창간도 함께 이끌었다.

10월6일 60세 이상 노인이 주축이 된 '60+기후행동'에서 '생태 문명 전환을 위한 신노년 선언' 행사를 열었다. 나승인 상임대표가 환영 인사를 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운동’만 한 것은 아니다. 풍물과 붓글씨에도 ‘꾼’이다. 교사 시절 부임하는 학교마다 풍물 동아리를 만들 정도로 애정을 쏟았던 풍물은 무주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에서 공연을 펼치는 경지에 이르렀다. 생일을 맞은 제자를 위해 시작한 붓글씨 역시 책을 펴내고 전시회를 열 만큼 전문가 반열에 올랐다. 해야 하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청장년의 삶이었다. 그는 이제 기후운동가로 노년의 삶을 선택했다.

60+기후행동이 펼치는 사업은 이런 것들이다. 기후위기 현장을 찾아가는 ‘어슬렁 행동’, 식생활의 변화를 실천하는 ‘탄소로운 식탁’ 등이다. ‘사회적 상속’ 운동도 그중 하나다. 노년 세대가 가진 물질과 재능을 뜻 있는 청년 세대에게 물려주자는 운동인데, 오는 12월부터 청년 운동가 몇을 선정해 활동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60+기후행동이 가장 중시하는 ‘노장청 연대’의 일환이다.

나승인씨는 이렇게 말했다. “내 또래 세대에게 당부하고 싶다. 좋은 것 보고 맛있는 것 먹는 게 우리에게 얼마나 커다란 의미가 있을까. 미래 세대에게 기후 재앙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그들과 연대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의미 있는 은퇴 생활이 아닐까?” 그의 인생 2막이 이제 시작됐다.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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