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중독 재활센터는 왜 문을 닫았나?

김다은 기자 2023. 11. 24.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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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 운영된 경기도다르크가 문을 닫았다. 입소자들은 혐오시설로 낙인찍힌 곳에서 사회 복귀를 준비할 수 있을지 걱정한다.
진하영씨(가명)는 경기도다르크에 입소한 뒤 6개월째 단약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사회복지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도 시작했다. ⓒ시사IN 이명익

진하영씨(가명)는 스물한 살부터 스물여섯 살까지 6년간 메스암페타민(필로폰)과 케타민, 엑스터시를 투약했다. 남자친구가 그의 첫 ‘공급책’이었다. “‘같이 하면 좋을 거 같다’ ‘기분 좋아질 거다’라면서 필로폰을 권했어요. 좋아하고 신뢰하는 사람이 저랑 같이 하고 싶다고 하니까 거절을 못하겠더라고요. 아무것도 모르고 겁 없이 시작한 거예요.”

1년이 지나 진씨는 남자친구와 헤어졌지만 마약과는 이별하지 못했다. 그사이 주변에는 약을 공급해주는 사람들이 늘어 있었다. “약을 시작한 다음부터는 약을 파는 사람들하고만 만났어요. 좋아하지 않아도 약을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요.” 속칭 ‘클럽 마약’인 케타민과 엑스터시는 언제나 진씨가 손을 뻗으면 구할 수 있는 곳에 있었다.

하지만 이 6년 동안 그는 두려움을 많이 느꼈다. 투약 후에는 두들겨 맞은 것처럼 온몸이 아파서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약에서 깨어나는 시간은 길고 고통스러웠다. 누군가 자신을 쫓아오는 것 같은 환각이나 집에 CCTV가 설치돼 있다는 망상이 일주일씩 이어지기도 했다. “한 번은 약을 하고 깨어났는데 팔이 퉁퉁 부어 있더라고요. 약에 취한 상태에서 더 투약하려고 주사기로 제가 제 팔을 수백 번 찌른 흔적이었어요. 약을 하고 방에 쓰러져 있는 저를 안고 엄마가 한참을 펑펑 우셨는데, 그때 폐쇄병동에 들어가서라도 약을 끊어보자는 마음을 먹게 됐어요.”

그는 단약(斷藥)을 위해 정신의학과 폐쇄병동과 알코올중독 병동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퇴소 후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매번 다시 약을 찾았다. 어떤 날은 자신의 미래가 교도소 아니면 마약중독에 의한 죽음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하염없이 울었다. 말 그대로 ‘살고 싶어서’ 다시 약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진씨는 지난 5월, 민간 마약중독 재활센터인 ‘경기도다르크(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에 입소했다.

다르크는 1985년 일본에서 지역 자조그룹으로 시작해 현재 일본 내 90여 곳을 운영할 만큼 성장한 중독 치료 시설이다. 다르크의 가장 큰 특징은 중독을 경험한 당사자들이 입소자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시설 운영에 적극 참여한다는 점이다. 중독자들은 단약에 성공한 롤모델을 가까이에서 보며 희망의 의지를 다진다. 또 다른 특징은 중독자의 사회 복귀를 목표로 지역 내에서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중독자가 고립되도록 방치하지 않는 것이다.

사회적 지지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일본 다르크는 단약 성공률도 높다. 2016~2018년 다르크 이용자 6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개월간 단약률이 88%에 이르렀다(〈다르크 추적조사 2018〉, 일본 국립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 발행). 일본 정신보건복지센터에서 전문가가 운영하는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한 중독자의 6개월간 단약률(54.5%)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2012년 한국에도 다르크가 처음 설립됐다. 11년 전이나 지금이나 24시간 합숙하며 마약중독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국내 유일한 시설이다. 입소자가 지불하는 숙식비 월 20만~50만원과 후원금 등으로 운영된다. 원래 국내에서 운영되는 다르크는 총 네 곳(경기도·인천·김해·대구)이었으나, 지난 9월12일 남양주시가 행정처분을 통해 경기도다르크의 운영을 중단시킨 뒤로는 현재 세 곳만 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설이 갑작스레 문을 닫은 후 경기도다르크에 머물던 입소자 16명 중 8명은 경기도에 위치한 한 정신요양시설에 임시로 머물며 함께 생활한다. 공동체 생활을 유지해야 단약을 이어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간 입소자 두 명은 다시 마약을 투약해 구속 기소된 상태다.

마약·중독 분야 전문가들은 지자체에 의해 경기도다르크 운영이 중단된 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9월27일 열린 ‘마약중독 재활시설 지원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해국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이번 사안에 대해 “마약 문제가 일탈이 아닌 일상의 위험으로 전환된” 상황임에도 “님비 문화에 몰려 국내 유일의 당사자 중심 재활센터가 혐오시설이 되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자신 역시 40년 동안 약물 중독자였던 임상현 경기도다르크 센터장 역시 단약을 위한 재활시설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90여 명이 경기도다르크를 거쳐 갔다. 이 중 50여 명이 중독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되찾았다. 우리 센터는 열악한 조건에도 사람을 살리기 위해 힘겹게 운영을 이어왔다. 지금이라도 경기도다르크를 사회에 꼭 필요한 시설로 바라보고 정상 운영이 가능하도록 논의해달라.”

약물중독에서 회복 중인 경기도다르크 입소자들이 자조모임(NA)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도다르크 제공

센터 이전 후 3개월 만에 벌어진 일

2019년 남양주시 퇴계원 인근에 문을 연 경기도다르크는 지난 3월 남양주시 호평동으로 이전했다. 이사 결정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말, 마약중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입소 희망자가 늘었다.

하지만 숙식비와 후원금 등으로 운영되는 열악한 재정 상태는 개선되지 못했다. 여기에 노후화된 임대 건물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 겹치자 시설 문을 닫는 것까지 고려해야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21일,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마약중독 재활시설(다르크) 지원방안 논의를 위한 회의’를 열었다. 보건복지부 회의록에 따르면, 해당 회의에 참석한 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다르크를 지원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할 단계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민간 (마약중독) 재활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이다 보니, 이것을 어떻게 지원할까가 고민이 되는 상황이다”라며 지원 의지를 보였다. 해당 회의에는 보건복지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남양주시 보건소 관계자도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회의가 끝난 후 임상현 센터장은 안정적으로 센터를 운영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호평동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그는 센터 이전 과정에서 호평평내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시설 이전에 법적 문제가 될 부분이 없는지도 점검했다. 센터가 이사 갈 건물 인근에 중고등학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문의를 거쳐 마약중독 재활시설은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지시설에 해당되지 않아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확인을 받았다.

하지만 호평동에서 센터를 운영하고 석 달이 지난 6월29일, 남양주시는 정신건강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경기도다르크를 경찰에 고발했다. 정신건강법 제26조에 따르면, 정신재활시설의 설치·운영을 위해서는 관할 시군구청장에게 신고를 해야 한다. 그때까지 경기도다르크는 정식 시설 등록을 하지 않은 미인가 시설로 운영되고 있었다.

임상현 센터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간 재정적 문제로 시설 등록을 위한 인력·시설 규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앞서 다르크 지원방안을 논의한 보건복지부 회의에서도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시설 등록을 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기 때문에 인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던 남양주시에서 갑자기 경찰 고발을 하며 시설 운영을 막아섰다. 당혹스럽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경기도다르크가 인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공간도 넓히고 직원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남양주시 측도 알고 있었으면서 학부모와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돌연 태도를 바꿨다는 게 임 센터장의 주장이다.

남양주시 측의 입장은 다르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경찰 고발 이전에는 경기도다르크가 시설 등록을 하지 않고 운영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한 다르크 지원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언급됐다고 하지만, 당시 남양주시 관계자는 온라인 참석 중 음향 문제가 있어 회의를 끝까지 참관하지 못했다. 그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고발 이후 경기도다르크는 시설 등록을 위한 인력 채용에 속도를 냈다. 임 센터장은 시설이 갑작스레 문을 닫아 입소자들이 뿔뿔이 흩어질 경우, 약물 저항력을 높여가던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섰다. 약물중독은 단약 후 1년 이상 지나야 호르몬 분비가 정상화돼 저항력이 생긴다.

이러한 경기도다르크의 움직임에 남양주시는 경찰 고발에 이어 행정처분을 추진했다. 한 달 내로 시설을 원상복구(운영 중단)하지 않으면 시설 폐쇄 같은 강제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경기도다르크와 남양주시 간 공방은 지역 주민 커뮤니티 카페에서 자세하게 중계됐다. 학부모와 주민 5300여 명은 ‘미인가 시설’ 경기도다르크 시설 이전을 촉구하는 서명서를 남양주시 보건소에 전달하기도 했다. 한근수 남양주시의회 시의원(국민의힘)은 통학로에서 시설 이전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열었다.

8월16일, 경기도다르크는 규정에 맞게 시설 등록 신고를 했지만 남양주시는 ‘학생들의 부정적인 호기심 유발과 통학안전 및 정서상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사료되는 입지’라는 이유 등으로 시설 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고 불가 처분이 내려진 9월12일, 경기도다르크는 공식적인 운영이 중단됐다.

임상현 센터장은 무엇보다 남양주시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허탈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남양주시 측에 ‘학교 옆이 아니라도 괜찮으니 어디로 가면 좋을지 같이 논의하자’는 뜻을 전했다. 시의 책임자와 만나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다. 우리는 회복을 위한 공간이 필요할 뿐이다. 중독자들이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워져야 한다면,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지라도 말해줬으면 한다.”

“회복하러 왔는데, 같이 살 수 없다니…”

남양주시 측은 마약중독 재활시설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무턱대고 경기도다르크 같은 시설을 정식 등록할 수 없다며 책임을 국가적 체계가 미비한 탓으로 돌렸다. 시설 등록은 단순한 절차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이를 허가한 지자체가 이후 시설의 유지·관리에 대한 행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마약중독 재활시설의 관리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세부 운영 지침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시설 신고를 받아줄 경우 남양주시가 지도·관리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 다르크 같은 시설이 지역사회에 설립되게 하려면 국가적 차원에서 법규를 개정하고, 더 많은 인프라를 우선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통해 마약중독 같은 정신질환에 대한 주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크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지역 내 재활 자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8개월간 마약에 중독됐던 박정민씨(가명)는 이제 온라인 대학 수업을 수강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지난 2월 경기도다르크에 입소한 박정민씨(가명)는 1년 전만 해도 중장비 기사로 일하는 평범한 20대 청년이었다. 허리 통증이 있던 그에게 지방에서 일하며 만난 동료가 소량의 필로폰을 나누어주었다. 약을 맞으니 통증이 사라지고 생기가 돌았다. 그렇게 아침·저녁으로 약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필로폰을 투약한 기간은 8개월 남짓이다. 짧은 기간에 그는 직장을 잃고, 약을 구하는 데 쓰느라 9000만원이 넘는 빚을 졌다.

돈이 떨어지자 묵을 곳도 없었다. 옥상이나 야산에서 약을 하고 밤새 걸어 다녔다. “약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다른 건 생각도 못했어요. 집에서 못 나가게 하는 부모님을 두고 창가에서 떨어지려 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제발 끊고 싶다’는 마음이 멈추지 않았어요.”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도 찾아보고, 한국마약퇴치본부에서 상담도 받아봤지만 결국 그가 찾은 곳은 경기도다르크였다.

시설이 문을 닫고, 입소자들이 갈 곳을 잃은 뒤 그는 부쩍 생각이 많아졌다. 중독자의 회복은 그들이 사회에서 다시 자리 잡을 때 완성되기 때문이다. “약을 하려고 온 게 아니고 회복하려고 온 거잖아요. 그런데도 같이 살 수 없다고 하니까 ‘회복해도 평생 중독자를 보는 저런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앞으로 우리는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살아가야 하나요?”

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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