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 보안 유리해 정계 거물들 발길 로비엔 한국인 작가 작품도 전시 계단식 수영장, 인증샷 장소로 유명
카펠라 싱가포르 로비 건물 외관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싱가포르에서는 고요한 침묵 속에서 눈을 뜰 수 있는 기회가 거의 드물다. 첫 싱가포르행이 아닌 한 곳에 집중하고 싶다면 단지 ‘리조트’라고만 부르기엔 아쉬운 ‘카펠라 싱가포르’를 기억해 둘법하다.
2009년 카펠라 싱가포르로 시작한 카펠라 호텔앤리조트(Capella Hotels and Resorts, 이하 카펠라)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카펠라는 싱가포르, 호주 시드니, 인도네시아 우붓, 태국 방콕, 베트남 하노이, 중국 상하이와 하이난 등에 호텔·리조트를 가진 호텔 체인이다.
인증샷 장소로 알려진 계단식 수영장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카펠라는 올해 미국 여행전문지 ‘트래블 앤 레저’가 주관한 ‘월드 베스트 어워드’에서 세계 최고의 호텔 브랜드 1위로 꼽혔다. 과거 2020년과 2021년 동일 부문에서 2위로 선정됐었다.
카펠라 싱가포르 역시 전세계 최고의 호텔 10위, 싱가포르 최고의 호텔 1위에 오르며 럭셔리 끝판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펠라 싱가포르는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Forbes Travel Guide)에서 2012년부터 10년 동안 5스타를 받기도 했다.
가장 빛나는 별에서 따온 ‘카펠라’
가든 빌라 내부 모습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카펠라는 리츠칼튼 호텔 그룹의 전 대표이자 공동 창립자였던 호스트 슐츠(Horst Schulze)가 2002년 창립했다. 2017년 슐츠는 리츠칼튼 시절부터 인연이 있던 퀴(Kwee) 가문에 카펠라 브랜드를 완전히 매각했다. 카펠라는 현재 싱가포르 부동산 기업인 폰티악 랜드(Pontiac Land)가 전액 출자한 자회사다. 폰티악 랜드는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최고 부자 50위 안에 드는 퀴 가문이 소유한 법인이다.
카펠라는 전세계 7개 지역에 9개 호텔이 있다. 추후 일본, 타이베이, 몰디브, 사우디 아라비아, 한국 양양으로 프로퍼티를 확장 예정이다. 카펠라 그룹이 직접 소유·운영하는 곳은 싱가포르와 시드니다. 나머지 호텔은 소유주가 따로 있고, 관리·운영만 카펠라에서 맡고 있다.
‘카펠라’라는 브랜드명은 별자리인 마차부 자리(Auriga Constellation)에서 가장 빛나는 별인 카펠라에서 따왔다. 카펠라 별이 복잡한 별자리 사이에서 빛을 발하듯 우주의 중심인 고객에게 헌신을 다하겠다는 철학을 담았다.
싱가포르 헤리티지를 담은 곳
붉은색 지붕에 콜로니얼 양식으로 지어진 리조트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센토사섬에 위치한 카펠라 싱가포르는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내부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구조다. 철통 보안에 유리해 지난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의 첫 양안(兩岸) 정상회담이 열렸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나눴던 곳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2018년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더욱 유명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기의 담판장’으로 화제가 됐던 곳이다.
1880년대 건물 두 채를 복원한 리조트 메인 건물 / 사진= 권효정 여행+ 기자
붉은색 지붕에 콜로니얼 양식으로 만들어진 카펠라 싱가포르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영국 출신 건축거장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가 설계했다. 1880년대 건물 두 채를 복원해 로비가 있는 주요 건물로 만들었다. 하나의 일관된 건축물로 조화롭게 설계했다.
리빙룸 내부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지금의 리조트들이 들어서기 전, 센토사 섬은 식민지 기간 영국 군사 시설과 요새가 있었다. 실제로 카펠라 싱가포르는 영국 왕립 포병부대(British officers of the Royal Artillery) 장교들을 위해 지어진 19세기 건물들을 개보수했다. 장교들의 무도회가 열렸던 막사는 지금은 리빙룸(Living Room)으로 개조했다. 리빙룸은 투숙객들이 무료로 간식, 커피, 차와 함께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공간이다.
싱가포르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보존을 위해 지정한 나무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건설 단계부터 리조트는 900여 점 넘는 예술품을 들여 호텔 디자인 일부로 삼았다. 공간마다 작은 사진부터 큰 조형물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리조트 분위기를 조성한다.
처음 모든 객실은 작고한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자야 이브라힘(Jaya Ibrahim)이 설계했다. 이후 2021년 홍콩 안드레 푸가 1년간의 보수 공사를 맡았다. 이전 레이아웃은 최대한 유지했다. 안드레 푸는 홍콩의 더 어퍼 하우스와 세인트 레지스로 명성을 쌓은 건축가다.
객실 기본 골격과 분위기는 그대로였지만 백미는 푸가 직접 디자인한 가구 컬렉션 ‘안드레 푸 리빙(Andre Fu Living)’이다. 그의 가구 컬렉션에 반해 에반 퀴 카펠라 그룹 부회장이 카펠라 싱가포르 개보수를 푸에게 맡겼다는 후문이다.
저녁에 바라본 로비 건물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총 객실 수는 112개다. 객실은 메인 빌딩의 호텔동과 독립된 건물의 빌라동·매너가 있다. 57개 프리미어 객실, 15개 스위트, 38개 빌라, 2개의 매너로 나뉜다. 객실 타입은 9개다. 콜로니얼 매너는 프라이빗 버틀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든 빌라 가봤더니
원베드룸 가든 빌라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체크인을 마치고 전동차 버기를 타고 하룻밤 묵을 원베드룸 가든 빌라로 이동했다. 넓은 부지에 비교적 객실 수가 적어 리조트가 붐비지 않았다. 빌라는 거실을 중심으로 야외 테라스와 수영장을 갖췄다.
야외 테라스와 수영장이 있는 가든 빌라 내부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빌라 거실 벽에는 자연을 주제로 한 그림이 있다. 빌라와 스위트의 모든 예술 작품은 현지 아트 갤러리인 더 아틀링(The Artling)에서 제공했다. 침대 옆 터치 스크린으로 모든 걸 조절할 수 있다. 어메니티는 이솝이다. 알콜 음료를 제외하고 미니바는 무료다. 비보시티(VivoCity)행 셔틀 버스도 무료 제공한다.
가든빌라 외관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리조트 시설로는 3개의 수영장, 웰니스 시설, 피트니스센터가 있다. 식음업장은 총 4개다. 이탈리아 가정식을 선보이는 피암마(Fiamma), 중식 레스토랑 카시아(Cassia),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밥스 바(Bob‘s Bar), 제철 요리 전문 레스토랑인 셰프의 테이블(Chef’s Table) 등이다.
웰니스 시설인 ‘아우리가 스파’는 투숙객이 아니어도 스파를 이용할 수 있다. 투숙객은 예약하지 않아도 무료로 사우나를 언제든 즐길 수 있다.
백미는 계단식 수영장
하태임 작가의 컬러밴드 작품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드넓은 호텔 정원에는 싱가포르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보존을 위해 지정한 6그루의 유서 깊은 나무들이 있다. 자연 경관과 어우러진 야외 설치 미술품을 보는 재미도 있다. 로비에서 반가운 한국인 작가의 작품도 놓치지 말 것. 벽면에 하태임 작가의 컬러밴드 작품 시리즈가 걸려있다.
무성한 열대 나무로 둘러싸인 계단식 수영장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리조트 주요 명소 중 하나는 무성한 열대 나무로 둘러싸인 계단식 수영장 세 곳이다. 성인 전용 수영장, 가족 수영장, 더 아래쪽에 있는 랩 풀(lap pool·직사각형의 레인 하나짜리 수영장)로 나뉜다. 투숙객이 일광욕을 즐기고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자연 경관과 어우러져 있다. 프라이빗하게 즐기고 싶다면 개인 풀장과 야외 테라스가 있는 38개 빌라 중 하나를 예약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