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치닫는 여야 정쟁… 민생법안은 줄줄이 표류
여야 충돌… 30일 본회의 불투명
여야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재추진과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상정 시도 등을 놓고 충돌하면서 민생 법안이 표류하고 있다.
애초 23일 예정됐던 본회의가 무산된 데다 11월30일, 12월1일 본회의 또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진 탓이다. 당장 교권 보호와 공공장소 흉기 난동 예방, 아동 대상 성적 학대 행위 처벌 강화 등 골자로 하는 법안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발목이 묶이며 직격탄을 맞았다. 이뿐 아니라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또한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하는 터라 실제 본회의 개최 여부에 따라 헌법재판소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30일 본회의는 의장님께서 확실히 약속한 것”이라며 “그날 (이 위원장과 검사) 탄핵안 처리는 의장께서 오래전부터 저와 논의했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반발로 30일 본회의 또한 개최가 어려워 보인다는 의견이 나오는 데 대해 잘못된 전망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30일 전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본회의를 열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다음 본회의는 예산안 처리 상황을 고려해 예산안 처리가 가능한 시점에 개최돼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반헌법적 정치 공세에 불과한 방통위원장 및 검사 탄핵과 쌍특검에 대해 어떤 협의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 정쟁이 극단에 치달으면서 민생법안이 볼모로 잡힌 격이 됐다는 평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윤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여러 법안이 지연돼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민생 국회를 만들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국회 내 소수당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는 게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22일 전체회의에서 법안 총 134에 대해 심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야 원내지도부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 탄핵 재추진과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상정 시도 등으로 갈등을 빚으면서 23일 본회의를 무산시킨 데 이어 법사위 전체회의도 파행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과 김도읍 법사위원장의 일방적 회의 취소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법사위는 본회의와 무관하게 타 상임위에서 넘어온 130여개 민생법안을 속히 심사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도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어려운 시기에 여당이 ‘방송장악 행동대장’을 구출하기 위해 법안 심사를 거부하고 본회의를 파행시킨 점에 대해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했다.
원래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가장 우선 심사할 법안은 아동학대 신고로부터의 교권보호 강화를 골자로 하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었다. 올해 교사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른 데 따라 교권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 목소리가 분출돼 국회가 나섰던 법안 중 일부였지만, 여야 정쟁에 발목이 잡힌 꼴이 됐다.
지난 8월 국회 기재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심사 예정이던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안’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거졌던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안정적으로 대처하고자 추진된 법안 중 하나다. 이밖에도 국가와 국민 생애주기에 따른 정신건강 증진 서비스 제공을 골자로 하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처리도 발이 묶였다. 국가가 난임·산전·산후우울증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규정한 모자보건법 개정안도 심사가 늦춰졌다.
여야 정쟁 격화에 사실상 법사위 전 단계인 다른 상임위의 법안 심사 또한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윤 대통령이 설정한 재송부 기간은 24일까지로, 국회가 재송부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없이 김 후보자를 임명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승환·유지혜·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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