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만 기술 보유..롯데정밀화학의 식의약용 셀룰로스 1등 시동[르포]
전 세계 3개국만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기술 집중화
그린소재 분야 매출 6배 확대…2030년 매출 비중 40%까지 늘릴 것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나무와 목화를 소재로 셀룰로스 유도체를 만드는 석유화학사 가운데 롯데정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식물성 스페셜티 소재를 생산한다. 전 세계에서도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은 미국의 IFF사와 일본의 일본의 시네쯔사 두 곳 정도다.
범용 석유화학사들이 중국 물량 확대와 친환경 소재 전환로의 흐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롯데 화학군은 생존전략 중 하나로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를 전진배치했다. 롯데정밀화학은 2030년 그린소재 부문 매출액을 지난해 대비 6배 확대한 3조원으로 키워 매출 비중을 20%에서 40%까지 확대한단 목표다.
이데일리가 최근 연구조직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마곡중앙롯데연구소를 찾았다. 약의 흡수속도와 흡수위치를 조절하는 비법 물질인 롯데정밀화학의 ‘애니코트(AnyCoat)’의 시험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제약회사 아니고 화학사입니다”라고 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최근 울산광역시 유후 부지를 매각하고 서울 마곡에 위치한 롯데컨소시엄 연구단지 부동산 지분 일부를 331억원에 매수했다. 연구 공간만 1600평 규모다. 인프라 투자까지 총 500억원을 투입한다. 연구인력도 현행 대비 5배 늘린 300명까지 확보해 중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부문을 연구소로 확장한단 계획이다.
캡슐이나 알약의 코팅제에 바로 애니코트가 첨가되는데, 실제 장기와 유사한 PH 농도를 맞춰 약의 분해 속도를 조절하는 핵심 기술이다. 소나 돼지 등 동물성 원료를 사용한 젤라틴을 대체하는 식물성 캡슐 수요의 90%가 애니코트다. 단연 글로벌 1위다. 또 글루텐 프리와 비건을 선호하는 해외를 중심으로 롯데정밀화학의 ‘애니애디(AnyAddy)’ 수요가 팽창하고 있다. 거의 모든 휘핑크림 제조기업은 애니애디를 사용하고 있다.
백색 가루인 셀루로스 유도체가 고부가의 가루가 되는 이유는 범용 화학제품과 달리 고객 맞춤형 규격을 개발하고 제안하는 핵심 연구 개발능력이 뒷받침돼야하기 때문이다. 의약용 캡슐에 신규 공급하기 위해서는 고객사와 최소 2년간의 제품 테스트와 각종 인증 취득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독점적 공급 구조가 자연스레 형성된다.
식의약개발팀의 연구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매출과 직결된다는 말이다. 롯데정밀화학은 2025년까지 그린소재 부문 글로벌 생산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월 식의약용 제품 생산라인에도 39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2025년까지 연산 3000톤이 증설되면 식의약용 셀룰로스 유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1위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고령화와 기후위기로 시장 성장 잠재력이 높다. 의약용 부형제 (캡슐 등) 시장은 2022년부터 2028년까지 약 6.6%의 연성장률을 보이며 12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 중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기존 육류소비의 대안으로 다양한 푸드테크 기업들의 대체육 제품 출시와 관련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롯데그룹 화학 계열은 물론 식의약 부문 연구개발 시너지도 기대된다. 롯데정밀화학을 포함한 롯데 화학군은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앞으로도 적극적인 투자와 계열사 간 다양한 생산 및 연구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확대한단 계획이다.
또 2021년부터 마곡 소재의 롯데중앙연구소에 롯데정밀화학의 식의약개발팀이 입주해 그룹내 식품 및 헬스케어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롯데정밀화학의 식물성 식품 첨가제 애니애디를 롯데GRS의 미라클 버거 대체육 패티에 고기의 식감을 부여하는데 사용하고, 롯데웰푸드의 너겟 튀김옷에 사용해서 튀김이 기름지지 않고 더 바삭하게 만든다.
롯데정밀화학은 마곡연구소 투자를 통한 연구 인프라 확대와 함께 미래 식량 안보 확보 차원의 식물성 단백, 발효 단백 및 배양육 연구도 진행 중이다. 국내 배양육 스타트업 투자 및 공동 연구를 통해 배양육 관련 사업 진출 기반을 확보하고 해외 바이오 관련 우수 스타트업 발굴 및 협력 연구, 조인트벤처(JV), 인수(M&A) 등도 검토 중이다.
김경은 (ocami8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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