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깻대 태우지 말고 부숴버려요
화천서 이달에만 60건 처리…산불 발생 위험도 줄여
“산불로 번질 위험이 있지만 밭에 산더미처럼 쌓인 영농부산물을 소각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는데, 퇴비로 쓸 수 있게 잘게 파쇄해주니 정말 고맙죠.”
지난 21일 오전 강원 화천군 화천읍 풍산리 야산과 인접해 있는 비탈진 밭에 들어서자 파쇄기가 ‘탈탈’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5명으로 구성된 ‘화천군 인화 물질 제거반’이 2640㎡ 규모의 밭에 흩어져 있던 들깻대를 모아 파쇄기에 집어넣자 잘게 부서진 줄기 등이 배출구로 쏟아져 나왔다. 이 밭에서 파쇄 처리해야 하는 들깻대의 양은 10㎥에 달했다.
인화 물질 제거반원인 변일수씨(64)는 “들깻대나 고춧대·서리태 줄기 등을 소각하지 않고, 잘게 잘라 밭에 뿌리면 좋은 거름이 된다”며 “이달 들어 60여건을 처리했고, 아직도 50건가량이 대기 상태”라고 말했다.
산불 예방은 물론 퇴비까지 확보하는 ‘일거양득’ 효과가 나타나다 보니 농민들 반응도 좋다. 밭 주인인 이상림씨(72)는 “벌써 두 번이나 영농부산물 파쇄 서비스를 받았는데 (땅이 비옥해지는 등) 효과가 좋아 해마다 신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화천군을 비롯해 춘천·원주·강릉 등 강원도 내 18개 시군은 다음달 말까지 1318명으로 구성된 166개 영농부산물 파쇄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농민들에게 신청을 받아 들깻대나 고춧대 등을 파쇄해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강원도 산불방지센터 관계자는 “농가들로부터 계속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 올해 말까지 3000t 이상의 영농부산물을 파쇄해 퇴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산림청도 5개 지방산림청과 산하 국유림관리소별로 ‘영농부산물 수거·파쇄팀’을 구성해 12월15일까지 국유림과 인접해 있는 밭에 방치된 각종 부산물을 집중적으로 파쇄할 예정이다.
북부지방산림청 춘천국유림관리소는 지난 16~17일 춘천시 신북읍 용산리 밭과 경기 가평군 청평면 한 농경지에 인력과 장비를 보내 들깻대와 고춧대를 파쇄했다. 남부지방산림청 울진국유림관리소도 17일 울진군 금강송면 광회리 마을 일대에서 영농부산물을 수거해 파쇄하는 활동을 벌였다.
산림당국뿐 아니라 전국 각 자치단체가 막바지 수확철을 맞아 앞다퉈 영농 부산물 파쇄작업에 나서는 이유는 소각행위로 인한 산불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년) 가을철(11월1일~12월15일)에 연평균 35.2건 산불이 발생해 산림 11.05㏊가량이 소실된 것으로 집계됐다. 입산자 실화(36.1%), 논·밭두렁·영농부산물 등 소각행위(15.6%), 건축물 화재 비화(8.5%) 등이 가을철 산불 발생의 주요 원인이다.
광주지역에서는 고춧대와 건초 등을 태우다 산불을 내 산림 3.9㏊를 소실시킨 50대가 지난달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과실로 산불을 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 처벌을 받게 된다.
산림청 관계자는 “고령화 등으로 일손이 부족해진 농촌에서 바짝 마른 고춧대나 깻대 등을 불법 소각하다가 산불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이를 차단하기 위해 영농부산물 수거·파쇄 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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