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주의 끝판왕”…범죄자로 몰락한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디브리핑]
조사 경고 무시하고 자료 삭제 등 조사 방해
한국선 “회사 일 큰소리로 떠들지 말라” 지시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수억 달러 가치의 가상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에서 사기꾼 범죄자로 전락한 샘 뱅크먼프리드에 이어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가 딱 1년 만에 똑같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자오 CEO는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모든 정보를 통제하는 비밀주의로 일관했지만 결국 자신의 혐의를 인정해야만 했다.
21일(현지시간) 미 재무부와 법무부는 바이낸스가 은행보안법, 국제비상경제권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 43억달러(약 5조5000억원)를 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자오창펑은 CEO직을 사임하기로 했다.
메릭 갈랜드 미 법무부 장관은 “바이낸스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저지른 범죄 때문”이라며 “이제 바이낸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벌금을 낸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낸스는 FTX가 지난해 11월 뱅크런 사태로 파산한 이후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 점유율을 70%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미 당국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점유율이 40%대까지 급락했다. 유죄 인정 합의 조건으로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함에 따라 점유율은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러시아와 이란 등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국가의 기업들과 사이버 범죄자, 아동학대자 등 범죄자들의 불법 자금 세탁 창구로 이용됐다. 이 거래소는 이란 기업들이 최소 8억9900만달러를 세탁할 수 있도록 도왔고 ‘히드라(Hydra)’라는 러시아 온라인 의약품 업체로부터 1억달러 이상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낸스는 하마스의 무장조직 알 카삼 여단, 팔레스타인 이슬라믹지하드 등 테러단체의 거래로 의심되는 거래도 금융당국에 보고하거나 방지하지 못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재무부는 이런 제재를 위반한 거래가 바이낸스를 통해 총 166만여 건, 금액으로는 7억달러(약 9057억원) 상당 일어났음을 파악했다. 특히 바이낸스를 통한 북한과의 거래 중개는 총 80건, 437만달러(약 56억원) 수준으로 나타나 대북 제재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 태어나 12세에 캐나다로 이주한 억만장자 자오 CEO는 2017년 상하이에서 바이낸스를 창립했다. 바이낸스는 창립 6개월만에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로 떠올랐다.
이번 조사를 통해 자오 CEO가 불법적인 자금이 바이낸스를 통해 세탁되는 것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밝혀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법무부가 입수한 문자 메시지를 인용해 2018년 10월 사무엘 림 당시 컴플라이언스 최고 책임자가 자오 CEO에게 제재 대상 국가의 사용자가 바이낸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사무엘 림은 “미국 당국이 바이낸스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며 해당 사용자를 차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같은 해 미국 당국은 바이낸스를 포함해 가상자산 거래소 들이 자금세탁 방지 관련 법안과 제재 조치를 준수하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오창펑은 한걸음 나아가 오히려 범죄자가 거래소 사용을 막기 위한 신분 확인 절차를 우회해 10분 이내에 거래를 마칠 수 있는 시스템을 요구했다.
자오창펑은 직원들에게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일했는지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도록 요구하고 내부 메시지를 수시로 삭제하도록 지시하는 등 비밀주의를 일관되게 장려했다고 한다.
내부 소식통은 지난 2020년 연방 검찰이 바이낸스에 컴플라이언스 정책에 대한 기록을 요청했지만 “자오의 지시로 해당 문서 상당부분이 삭제돼 회사 내부에서 큰 우려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같은 해 한국시장 진출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한국을 방문한 직원들에게 “특히 단체로 있을 때 회사에 대해 큰 소리로 말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메모를 발송한 사실도 확인됐다. 바이낸스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국내 신고 없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것을 금지한 특정거래금융거래정보법 시행 이후 한국시장 진출을 포기했다.
자오 CEO는 이날 엑스(X)를 통해 “오늘 나는 바이낸스의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면서 “내가 실수했으니 내가 책임져야 한다. 이것이 커뮤니티, 바이낸스 그리고 나를 위한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이낸스의 주주이자 전 CEO로서 미국의 프레임워크(작업 구조)에 따라 기업이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선고 지침에 따르면 자오 CEO가 받을 수 있는 징역형은 10~18개월이다. 회사 임원을 맡을 수는 없지만 대주주 소유권은 유지할 수 있다.
자오창펑이 사임한 CEO 자리에는 리처드 텅 지역시장총괄이 오르게 됐다. 1994년부터 13년 간 싱가포르 금융감독청에서 근무한 텅 신임 CEO는 규제와 컴플라이언스 관련 전문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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