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대수 HDC아이파크몰 대표 “오프라인 불황? ‘게임 덕후’ 모아 매출 19% 올려”

김은영 기자 2023. 11.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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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포켓몬·건담... 전국 ‘게임 덕후’ 성지 된 아이파크몰 용산점
1~10월 매출 19% 증가... 11월 매출은 33% 늘어
멤버십 64%가 20~30대... “공간 활용 극대화로 연매출 1조 가능”

“한때 달리는 말 등에 탄 것처럼 저절로 성장하던 시절이 있었죠. 그러나 이제는 유통 간 경계가 허물어졌습니다. 남들이 하는 걸 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김대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30여 년간 롯데백화점에서 근무하며 마케팅 본부장, 수도권 1지역본부장 등을 지낸 그는 지난해 7월부터 HDC아이파크몰을 이끌고 있다.

김대수 HDC아이파크몰 대표. /HDC아이파크몰

김 대표는 취임 후 아이파크몰의 정체성을 ‘라이프스타일 센터’로 잡고 서비스 조직을 신설하고 주차 문제를 해결하는 등 쇼핑 환경 개선에 주력했다. 또 시장 트렌드에 맞춰 입점 브랜드 20%를 교체하고, 고객이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팝업스토어(임시매장)와 이벤트를 확대했다.

그 결과 아이파크몰 용산점은 16개월 연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1~10월) 용산점의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19%가량 신장했다. 10월 매출은 462억원으로 2006년 개장 이래 최대 월 매출을 기록했고, 11월 들어서도 33%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는 중이다.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여파로 급성장했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성장세가 주춤해진 사이 거둔 쾌거다.

김 대표는 “그동안 아이파크몰은 건설회사의 시각으로 상업 공간이 꾸려진 경향이 있었다”라며 “‘전자의 메카’라는 용산이라는 입지를 살려 콘텐츠를 강화해 ‘게임 덕후(한 분야에 몰입한 사람)’들을 끌어모은 것이 주효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이파크몰 용산점은 최근 게임 마니아들의 성지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3층 전자 코너에서 운영 중인 ‘닌텐도 팝업스토어 인 서울’을 찾는 방문객들이 몰리면서다.

아이파크몰 '닌텐도 팝업스토어 인 서울' 현장. /HDC아이파크몰

이번 팝업스토어는 닌텐도가 11년 만에 ‘슈퍼마리오’의 신규 버전을 출시하면서 도쿄, 오카사에 이어 처음 선보인 매장으로, 게임 소프트웨어의 오리지널 굿즈(기념품)와 함께 한정판 기념품을 판매한다.

이날 찾은 팝업스토어는 평일 낮인데도 팬들로 북적였다. 시간대별로 하루 950팀(2명씩)씩 입장할 수 있는 사전 예약은 이미 마감됐지만, 입구엔 현장 대기로 들어가기 위한 대기 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지금은 폐점을 며칠 앞두고 있어 한산한(?) 편”이라며 “개점 초기에는 하루 평균 1만 명 이상 찾아 인산인해를 이뤘다”라고 귀띔했다.

용산점은 이외에도 국내 첫 포켓몬코리아 직영 ‘포켓몬 카드 숍’과 ‘쿠키런:브레이버스 팝업스토어’, ‘별의 커비 팝업 스토어, 국내 최초 ‘건담 페스티벌’ 행사 등을 유치해 전국의 게임 덕후를 끌어모았다. 실제 이날 쇼핑몰 한쪽에는 건담 모형을 조립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김 대표는 “용산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파악한 바로 유동 인구는 오히려 줄었다. 영화 업황이 안 좋아지면서 영화관의 객수가 20% 정도 감소했고, 대형마트 객수도 10~15%가량 줄었다”라며 “우리 콘텐츠에만 사람이 몰린다”고 말했다.

과거엔 영화관 의존도가 높았지만, 식음료(F&B)를 제외하고는 의존도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아이파크몰 용산점 건담 팝업스토어 구매 대기 줄. /HDC아이파크몰

가든 뮤지컬과 테라스 시네마, 키즈 카페 등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젊은 고객이 늘어난 것도 용산점의 자랑거리다. 멤버십 고객 중 20~30대 고객 비중은 64%로, 최근 2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했다.

김 대표는 “통상 백화점 매출의 절반 이상이 40~50대 고객에게서 나오는데, 우리는 75%가 젊은 고객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실무형 최고경영자(CEO)’다. 외부 일정이 없으면 매일 오전 10시 반과 오후 3시 반, 하루 두 차례 이상 매장을 둘러본다.

그는 “사장이 매장을 안 가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는가”라며 “용산점의 경우 기존 영업 공간을 강화하고 유휴 공간의 활용을 극대화한다면 향후 연 매출 1조원(거래액 기준)까지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용산점의 작년 매출은 4200억원이었다.

지난해 12월 구로구 고척동에 개장한 고척점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고척점은 HDC아이파크몰이 용산점 이후 16년 만에 선보인 복합쇼핑몰로, 일평균 2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모았다.

특히 인근의 30~40대 가족 단위 고객을 끌어모으면서, HDC아이파크몰에 상업시설 개발을 의뢰하는 곳이 늘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과거의 리테일처럼 접근해서는 사업성이 없다”라며 “복합 상업시설 개발 회사로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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