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0일 올해 마지막 금리 결정… 고물가·저성장 딜레마

박슬기 기자 2023. 11. 24.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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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은 총재./사진=임한별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남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전망치를 웃돌고 있지만 국내 경제 저성장,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등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를 현행 3.50%로 계속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오는 30일 열리는 회의에서 올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가운데 금융권은 동결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세와 한은의 최우선 목표인 물가안정 측면을 보면 금리 인상도 선택지에 있지만 한국 경제의 저성장과 금융시장 불안을 감안하면 동결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고물가 지속에 가계빚 증가세 계속 이어져


올 10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3.8% 올랐다. 이는 한은 물가안정 목표(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소비자물가는 올 7월 2.3%로 둔화됐지만 8월(3.4%), 9월(3.7%), 10월(3.8%) 등 3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고물가도 문제지만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계부채가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아 추가 긴축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 잠정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6월 말 대비 14조3000억원 늘었다.

이같은 증가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유동성이 확대됐던 2021년 4분기(17조4000억원) 이후 가장 크다.

가계신용은 은행 등 금융사 대출에 카드사용액(판매대출)을 더한 '포괄적 가계 빚'을 말한다.

가계신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잔액은 9월 말 기준 1759조1000억원으로 6월 말 대비 11조700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에 상품별로 보면 주담대가 17조3000억원 증가한 1049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써내려갔다.

이를 두고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해 가게부채 디레버리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달 23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장에서 기준금리 6차례 동결 이후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을 두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책임울 묻는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진 바 있다.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먼저 (부동산) 규제 정책을 다시 타이트하게 조정하고 그래도 가계부채 늘어나는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그때는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대부분의 금통위원들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물가 상방 리스크와 함께 가계부채 급등, 주요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 전망을 감안해서다.

한 금통위원은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물가의 상방리스크가 커진 점, 금융불균형이 누증된 점을 감안하여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추가 인상 가능성을 계속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다른 금통위원은 "가계와 기업대출의 꾸준한 증가 규모는 통화신용정책이 의도한 만큼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물가·가계부채 등 인상 요인에도 신중론


물가와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추가 긴축이 필요하지만 경기부진과 차주 상환능력 약하에 따른 금융 불안을 고려할 때 한은의 금리 인상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올 9월 경상수지가 5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불황형 흑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계빚이 1876조원에 달해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연체율 등이 올라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

오는 30일에는 한은 경제전망도 발표된다. 한은은 지난 8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1.4%와 2.2%를 전망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물가안정과 가계부채 억제를 위한 고금리 장기화 방침을 시사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를 통제하고자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제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은 내년 3분기로 예상하며 물가는 5월부터 3% 하회, 9월 목표수준(2%) 도달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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