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어떤 문헌에도 없는 생생한 삶과 시대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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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가야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경남 창녕을 비롯해 7개 지역에 있는 가야 고분군은 고대 가야 땅에서 만들어진 무덤이다.
머리를 남쪽으로 향하고 있는 1명이 이 무덤의 주인이고, 왕이나 지역 수장급의 높은 신분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뼈에 매료돼 뼈와 뼛속 삶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복원하는 세종대 역사학과 교수인 지은이는 "어떤 문헌에도 남아 있지 않은 생생한 삶의 기록이 뼈에는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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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때리는 한국사
닥터 본즈 우은진의
우은진 지음 l 뿌리와이파리 l 1만8000원
지난 9월 가야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경남 창녕을 비롯해 7개 지역에 있는 가야 고분군은 고대 가야 땅에서 만들어진 무덤이다. 이 중 6세기 초에 조성된 창녕군 송현동 15호분에서 2007년 12월 발굴된 뼈는 특별한 주인공이 됐다.
이 무덤에는 5명이 한꺼번에 묻혀 있었다. 머리를 남쪽으로 향하고 있는 1명이 이 무덤의 주인이고, 왕이나 지역 수장급의 높은 신분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발치에 머리를 동쪽으로 두고 누워 있는 나머지 4명은 주인이 사망하면서 함께 매장된 순장자들로 밝혀졌다. 4명 중 북벽 쪽에 놓인 사람의 뼈 보존상태가 가장 좋아 이 사람의 뼈가 분석됐다.
이 뼈의 주인공은 여성으로 추정된다. 고분의 이름을 따 ‘송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성별은 골반을 구성하는 세 개의 뼈(두덩뼈·엉덩뼈·궁둥뼈)를 통해 추정됐다. 사지뼈 뼈끝의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성인이 되기 전에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랑니가 아직 아래턱 속에 있어 엑스레이를 통해 치아머리와 뿌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분석해보니, 10대 후반 정도로 확인됐다. 넙적다리뼈의 최대길이로 추정된 송현이의 키는 약 155㎝로 나타났다. 정강뼈와 종아리뼈 표면에서는 주변 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한 퇴행성 변화의 흔적이 발견됐다. 무릎 꿇기, 쪼그려 앉는 행동 등을 반복하는 삶을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시녀였을 수 있고, 그보다 더 높은 신분인 후궁이나 궁녀였을 가능성도 있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으로 약 420~560년에 살았던 인물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소녀는 생전에 쌀과 보리를 주로 먹고 콩과 육류도 섭취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뼛속 콜라겐에 남아 있는 안정동위원소 비율 분석을 통해 나온 결과다. 1500년 전에 살았던 송현이가 해부학, 법의학, 법치의학, 유전학, 고병리학 등 현대 학문의 힘으로 이렇게 복원됐다. 창녕군은 현재 이 소녀의 이름을 딴 ‘송현이길’을 조성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람뼈에 매료돼 뼈와 뼛속 삶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복원하는 세종대 역사학과 교수인 지은이는 “어떤 문헌에도 남아 있지 않은 생생한 삶의 기록이 뼈에는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삼국시대 사람들이 충치를 얼마나 앓았는지 문헌으로는 알 수 없지만 치아에는 그 정보가 남아 있고, 조선시대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나 평균 키를 복원할 수 있는 정보 등도 뼈에 담겨 있다고 한다. 책에서 지은이는 이렇게 뼈에 기록된 개인의 삶과 시대의 역사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간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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