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전개될 남북 대결구도 장기화 우려 높다

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2023. 11. 2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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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9.19 합의 일부 효력 정지에 北 전면 파기 대응
남북, 서로 기다렸다는 듯 강경 대응에 9.19 체제 무너져
전단살포 및 확성기방송 재개 시 남북긴장 더욱 고조
北 내부단결 위해 긴장고조 활용 南 내년 총선도 변수
북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에 대해 9.19 남북군사합의의 일부 조항을 효력 정지시키자 북한은 한 발 더 나아가 합의를 사실상 전면 파기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핵·미사일 도발은 아니지만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분쟁 가능성을 감소시켰던 남북 군사합의가 파기됨에 따라 한반도 긴장 고조와 함께 남북의 충돌 위험이 커지고 있다. 새롭게 전개되는 남북 대치국면은 남북 내부의 요인과 맞물려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구실이 없어 기다린 듯 거리낌 없이 합의서의 일부 조항 효력 정지를 발표해치웠다"

북한의 국방성이 남북군사합의 1조 3항 비행금지구역 조항의 효력을 정지한 정부조치를 비난하며 한 발언이다. 우리 정부가 만리경 1호의 발사를 기다렸다는 듯 9.19 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정지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북한 역시 정부가 사전에 예고한 9.19합의 일부조항의 효력정치 발표를 마치 기다렸던 것처럼 하루 만에 신속히 전면 파기를 선언하고 나섰다.

북한 국방성은 23일 성명을 통해 "지금 이 시각부터 9.19 군사 분야 합의서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고, "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할 것"이라며, "돌이킬 수 없는 충돌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전적으로 《대한민국》것들이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조선중앙통신이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한 지난 22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런 합의 파기는 북한이 지난 21일 밤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발사할 때부터 준비한 대응 카드로 관측된다.

영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일부 조항의 효력정지를 전자결재로 최종 재가한 것처럼 북한도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위임에 의한 국방성의 성명이라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이 직접 담긴 발표로 추정된다.

북한 국방성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취하였던 군사적 조치들을 철회하고 군사분계선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 장비들을 전진배치 할 것"이라고 밝혔다. 

9.19 합의 이전으로 돌아가는 만큼 비행금지 구역의 정찰 활동이 강화되고 지상과 해상에서의 포 사격 훈련이 재개되며, 서해 NLL 침범, 철거된 10여개 비무장지대 감소 초소(GP)의 복원, 판문점공동경비구역 의 재무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전진 배치될 신형 군사장비로는 개량된 전술 로켓, 조종방사포, 대공로켓, 전술유도탄 등이 거론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재래식 무기 중심의 위협이나 충돌이었다면 현재는 전술핵무기의 실전화가 이뤄진 상황"이라며, "남북 간에 충돌이 발생하거나 도발을 할 경우 재래식 무기의 위협과 동시에 전술핵무기 탑재 가능 무기를 통해서도 동시적으로 위협 시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남북합의의 효력정지를 공식 의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북한이 합의 파기를 공식 선언하거나 합의를 지키지 않는 경우는 아주 많았다. 

남북은 지금까지 총 258건의 합의를 했는데 대부분 북한이 먼저 파기를 공식 선언하거나 합의를 지키지 않아 효력을 잃었다. 9.19 남북군사합의도 사실 지난해 북한 무인기의 용산 상공 침범 등 북한의 위반 사례가 아주 많았다.

북한의 합의 파기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부가 남북합의를 존중해온 것은 한반도 평화 관리에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군이 오는 30일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는 마당에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이유로 9.19 합의 일부조항의 효력을 정지한 것은 적어도 단기적인 차원에서는 '비례성 원칙'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정부 내에서도 남북 합의의 효력을 처음으로 정지시킨다는 부담 때문에 공식적인 국무회의 의결 없이 '사문화된 합의'로 간주해 정찰 기능을 복원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결국 법에 규정된 절차를 따라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은 이번 조치로 안보에 필요한 군사분계선 일대의 공중정찰 기능을 회복했으나, 북한의 전면적인 파기 대응으로 9.19 합의 체제는 무너졌다. 

북한이 발표한대로 과거 군사 조치를 복원하고 신형 장비를 전진 배치하면, 이 과정에서 자칫 우리 군과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대북전단 살포나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지고 군사분계선 일대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전개될 한반도 대치국면은 남북 내부의 요인과 맞물려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복합 위기 국면에 처한 북한은 내부 결속을 위해서라도 핵·미사일 도발과 함께 군사분계선 일대의 긴장 고조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도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에 밀리지 않고 더욱 단호하고 강경한 대응을 할 공산이 크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합의에 대한 불이행과 파기를 지속해온 북한과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 정부가 대응했다는 점이 불안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라며, "정부가 9.19 합의의 일부 효력정지로 북한에게 전체 합의 파기의 명분을 먼저 준 것은 악수 중의 악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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