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농작물재해보험을 향한 농가의 목소리

황송민 기자 2023. 11.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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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란 말을 실감하는 한해였다.

올해 충북지역 농가는 이상기후로 인한 연이은 자연재해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2001년 도입된 농작물재해보험은 자연재해 등으로 발생한 농작물 피해를 보험으로 실손 보상함으로써 농가의 소득과 경영 안정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재해 현장 곳곳에서 만난 농민들은 농작물재해보험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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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란 말을 실감하는 한해였다. 올해 충북지역 농가는 이상기후로 인한 연이은 자연재해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3월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다 4월 들어 갑작스러운 한파가 덮치면서 저온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수습을 위해 안간힘을 쓰던 6월에는 난데없는 돌풍을 동반한 우박이 농작물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충주에서는 약해질 대로 약해진 사과나무에 과수 화상병까지 덮쳤다. 농민은 수년간 애지중지 키운 자식 같은 나무를 눈물을 머금고 땅에 묻어야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땅을 일구며 희망을 키우던 농민에게 이번엔 수마가 할퀴고 지나갔다. 수확의 기쁨을 맛봐야 할 가을에는 계속되는 비와 고온다습한 날씨로 탄저병이 창궐했다. 10월말에는 제천·단양·충주에 우박이 또 한번 쏟아져 수확을 코앞에 둔 농작물을 망쳐놨다.

피해농민이 정부의 지원과 함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제도가 농작물재해보험이다. 2001년 도입된 농작물재해보험은 자연재해 등으로 발생한 농작물 피해를 보험으로 실손 보상함으로써 농가의 소득과 경영 안정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재해 현장 곳곳에서 만난 농민들은 농작물재해보험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올봄 꽃 피는 시기에 저온피해를 본 복숭아가 대표적이다. 충주의 한 농가는 저온피해 영향으로 낙과가 발생해 생산량이 60% 넘게 줄었다고 했다. 농작물재해보험의 도움을 기대했지만 며칠 동안 내린 비로 발생한 낙과만 보상을 인정받아 피해율이 1% 나왔다며 허탈해했다. 저온피해와의 인과관계를 전혀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보은의 사과농가들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50%로 떨어진 보장 수준을 예전 수준인 80%까지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 과수원에 구역을 나눠 품종을 심었을 때 피해를 본 품종만 조사해 정확한 피해율을 산정할 것을 요구했다.

한번 보험금을 받으면 기준 착과량이 적어져 이듬해 보험금이 크게 줄어드는 데 대한 문제 제기와, 이상기후가 갈수록 심해지는 만큼 고추·감자에 한정된 탄저병 보장을 과수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괴산에서 시범사업 중인 가을배추 보험 가입지역을 시급히 넓혀달라고도 했다.

농민은 농사를 접어야 할지 고민하는 벼랑 끝 상황에 놓여 있다. 농사는 하늘이 짓지만 재난 극복은 사람의 몫이다. 농가 소득과 경영 안정이라는 농작물재해보험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 현장의 농가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황송민 전국사회부 차장 hsm777@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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