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이상 농축산물에 ‘금값’ 들이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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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례없는 흉작으로 사과값이 강세를 보이자 언론들은 뒤질세라 '금(金)사과'란 제목을 뽑기 바빴다.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데도 언론은 앞뒤 따져보지도 않고 '사과'를 '금'으로 만들어버렸다.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가격을 두고 유독 농축산물에 대해서는 '금값' '고공행진' '천정부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이어서 '장보기 두렵다' '지갑 열기 무섭다'고 지레짐작 결론을 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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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에 밴 땀·정성은 금 이상
올해 유례없는 흉작으로 사과값이 강세를 보이자 언론들은 뒤질세라 ‘금(金)사과’란 제목을 뽑기 바빴다.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데도 언론은 앞뒤 따져보지도 않고 ‘사과’를 ‘금’으로 만들어버렸다. 최근엔 배추가 사과 신세가 됐다. 사과보다 상황이 더 나빠, 9월 비수기에 반짝 ‘금배추’가 되는 바람에 매기(買氣)가 줄어 도리어 성출하기인 11월엔 평년 아래로 값이 내려갔다. 정부가 나서서 11월엔 공급이 양호해 지난해보다 김장비용이 줄 거라고 해도 위축된 소비심리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유난히 극심했던 무름병과 싸우며 간신히 김장 대목에 물량을 댄 농가들은 값이 더 떨어질까 입에 침이 마른다.
언론이 휘두르는 기사 방식과 그로 인한 후환의 양상이 이렇다.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가격을 두고 유독 농축산물에 대해서는 ‘금값’ ‘고공행진’ ‘천정부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이어서 ‘장보기 두렵다’ ‘지갑 열기 무섭다’고 지레짐작 결론을 내버린다. 농축산물이 밥상 물가와 밀접하다고는 해도 구매 단위당 금액이 세지 않고 소비자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지 않다는 게 통계청 자료를 통해 입증됐는데도 말이다. 이런 보도에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면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무심코 던진 돌에 농심만 멍드는 것이다.
인력난과 생산비 폭등, 넘쳐나는 수입 농산물로 고통받는 농촌의 현실을 이해하는 건 차치하고 값이 오를 때는 마땅히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언론이나 소비자 모두 헤아려야 할 것이다. 농사는 하늘과의 동업이라는 말처럼 농업만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이 없다. 또한 가격 변화와 수요 변화가 비례하지 않는 비탄력적 특성상 농산물은 생산량이 조금만 넘치면 값이 떨어지고 조금만 모자라면 값이 뛴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기후가 상례화하고 각종 질병까지 드세지니 농산물값이 공산품보다 더 요동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론은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수시로 농산물을 끌어다 쓰지만, 농민들 처지에서는 농산물 가격 빼고는 모든 게 다 올랐다. ‘농사지어도 손에 쥐는 것 없다’는 하소연이 결코 우는소리가 아니다. 그래도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악전고투하는 농민들에게 더이상 ‘금값’ 들이대지 말라. 그리고 가격은 아니지만, 농산물에 밴 땀과 정성은 금으로도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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