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장작 패기(霸氣) 전략

관리자 2023. 11.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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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겨울나기 준비는 장작으로 시작한다.

장작 패기에도 전략이 있다.

장작의 빈(虛) 곳과 약(弱)점을 공격해 쉽게 이기는 이승(易勝)의 전략이다.

인생도 마찬가지! 해마다 여는 석천학당의 장작 패기(霸氣) 축제에서 슬기로운 인생의 전략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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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 패며 깨치는 인생의 전략
무작정 힘쓰지 말고 머리 써야
자신의 강점과 상대 약점 파악
허점 공격해 손쉽게 우위 차지
원칙과 변칙 적절히 섞어 쓰고
이길 수 없다면 줄행랑도 상책

농촌의 겨울나기 준비는 장작으로 시작한다. 농촌도 기름이나 전기로 난방을 하는 곳이 많아졌지만 산속 학당의 겨울은 난로에 들어갈 장작이 없으면 견뎌내기 어렵다.

장작이 어찌 추위만 막아주는 땔감 용도뿐이겠는가? 장작은 이야기 속 나무꾼에게 선녀도 주었고 금도끼도 주었다. 돈 없고 애인 없는 남자가 장작을 부지런히 준비해야 할 이유다. 쌀과 연탄과 김장김치만 있으면 추운 겨울이 두렵지 않았듯이, 처마 밑 담벼락에 차곡차곡 가득 쌓여 있는 장작만 봐도 배불렀던 시절이 있었다.

장작의 재료는 통나무(樸)다. 통나무가 쪼개져(斫) 긴(長)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 장작(長斫)이다. 장작은 크기에 따라 대작(大斫)과 소작(小斫)으로 나뉘고, 만든 시기에 따라 지난해 만든 구(舊)장작과 올해 만든 신(新)장작으로 나뉜다. 장작의 재료가 되는 나무는 다양하나 가장 좋은 나무는 참나무다. 그래서 참나무 장작을 참 진(眞) 자를 써서 진작(眞斫)이라고 부른다.

봄장작은 나무에 진이 오르기 전에 베어서 불땀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가을에 준비한 가을장작을 최고로 친다. 마른 장작이 잘 탄다는 속담은 바짝 마른 사람이 살찐 사람보다 더 힘이 세고 강할 수 있다는 역설의 표현이다. 수분이 많은 장작은 희나리라고 부르는데 화력이 좋지는 않으나 지속적인 끈기는 마른 장작보다 훨씬 낫다.

장작을 모아서 불을 놓은 것을 화톳불이라 하고, 장작이 타는 소리를 ‘타닥타닥’이라고 표현한다. 마당에 피워놓은 화톳불에 진작이 타닥타닥 타오를 때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보며 와인이라도 한잔 마시면 그 어떤 순간보다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게 장작 파티다.

장작 패기에도 전략이 있다. 무작정 나무를 도끼로 찍으면 힘만 들고 허리와 근육을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패기 전략의 첫번째는 시작부터 철저하게 계산하는 계승(計勝) 전략이다. 장작과 나의 강점과 약점을 잘 계산해 나의 강점으로 장작의 약점을 공격하는 이실격허(以實擊虛) 전략으로 바위로 달걀을 치는 효과를 내야 한다. 장작 패기는 도끼에서 승부가 판가름 난다. 얼마나 도끼의 날을 잘 갈아서 장작을 패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다.

두번째 전략은 허승(虛勝) 전략이다. 장작의 빈(虛) 곳과 약(弱)점을 공격해 쉽게 이기는 이승(易勝)의 전략이다. 장작을 팰 때 소리를 지르고 땀을 흘리는 사람은 하수들이다. 장작의 허(虛)는 나이테와 실금이다. 나이테 방향과 실금이 있는 곳에 도끼의 화력을 집중하면 장작은 저절로 박살(撲殺) 난다.

세번째 전략은 원칙(正)과 변칙(奇)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기정(奇正) 전략이다. 장작의 중심을 패는 것을 정(正)공법이라 하고, 주변부터 패는 것을 기(奇)공법이라고 한다. 작은 것은 정공법으로, 큰 것은 주변부터 패는 기공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마지막 전략이 싸우지 않고 상처 없이 승리하는 전승(全勝) 전략이다. 아무리 장작을 많이 패고 빨리 팼더라도 내 몸이 다치고 도끼날이 나갔다면 온전한 승리라 할 수 없다. 안전하고 온전하게 패야 진정한 패기(霸氣) 달인이라 할 것이다. 옹이를 만나거나 팰 수 없는 단단한 나무를 만나면 조용히 포기하고 다른 나무로 교체하는 것이 상책이다. 일명 줄행랑(走爲上) 전략이다.

장작을 패는 것은 명예를 얻고자 함도 아니고 칭찬받고자 함도 아니다. 그저 내 몸 따뜻하게 겨울을 보내고자 함이니 함부로 명예와 칭찬에 내 몸이 손상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 해마다 여는 석천학당의 장작 패기(霸氣) 축제에서 슬기로운 인생의 전략을 배운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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