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등급제 실효성 두고 이견 ‘여전’

박하늘 기자 2023. 11.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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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쟁점과 주체별 입장
판매단계에선 표시 의무 아냐
정작 등급 모른 채 구매 ‘태반’
소비자 “유명무실 제도 개선”
생산자 “프리미엄 인증 추진”
유통업계 “업체 자율 맡겨야”
정부 “정산 활용 … 일단 필요”

돼지고기 등급제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등급 판정에 매년 74억원가량 수수료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등급을 잘 모른 채 돼지고기를 구매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관련된 논란의 쟁점과 대안을 들어봤다.

올 삼겹살데이(3월3일) 행사 때 한 대형마트에서 삼겹살을 판매하고 있는 모습. 등급 정보가 민감한 쇠고기와 달리 돼지고기는 등급에 대한 정보보다는 가격 정보가 더 중요하게 표시되고 있다.

돼지고기 등급제, 쇠고기와 달리 소비시장까지 안 이어져=돼지는 소와 더불어 ‘축산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등급 판정을 받아야 하는 축종이다. 현행 기준은 2013년에 마련됐는데 도체중과 등지방두께를 기준으로 모두 4개(1+·1·2·등외) 등급으로 나뉜다. 가장 높은 등급인 1+를 받으려면 도체중이 83∼93㎏, 등지방두께가 17∼25㎜ 범위에 들어야 한다.

문제는 이같은 등급 정보를 소비자들은 잘 모른 채로 구매하게 된다는 점이다. 쇠고기의 경우 1++·1+ 등과 같은 등급 정보와 함께 마블링지수(1∼9)까지 판매점에 표시하도록 의무화돼 있는 반면, 돼지고기는 도매단계에선 등급 표시가 의무화돼 있지만 판매단계에선 따로 밝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돼지고기 등급제가 시행된다고 하면서 판매단계에선 등급을 표시하지 않는 점은 소비자를 위해서도 돼지고기 경쟁력을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소비시장에도 의무적으로 돼지고기 등급을 표시하도록 만들어 유명무실한 제도를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자단체와 육가공업체는 동상이몽=돼지고기 생산자와 유통업체를 각각 대변하는 대한한돈협회와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는 등급제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우선 한돈협회는 현행 돼지고기 등급제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한돈 인증제’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해부터 연구용역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내용에 따르면 도체중 88∼93㎏, 등지방두께 24∼27㎜, 지방 수준 30∼35%, 명도 40∼50에 해당하는 돼지를 프리미엄 한돈으로 인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민간 요구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지방 수준’ ‘명도’ 등 추가 지표를 발굴했다”면서 “올해 안에 한돈 품질지표 실증 연구사업을 완료하고, 내년에는 프리미엄 한돈 인증 시범사업이 도입되도록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육류유통수출협회는 돼지고기 등급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만큼 업계 자율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돼지고기 등급제가 주로 사용되는 도매 유통단계에서조차 등급제의 활용도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본 것이다.

실제로 2021년 등급별 돼지(거세, 1㎏ 기준) 전국 평균 경락값을 보면, 1+등급 5115원, 1등급 5065원, 2등급 5114원으로 집계된 바 있다. 낮은 등급인 2등급의 평균 경락값이 1등급 돼지고기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육류유통수출협회 관계자는 “등급제를 의무화하지 말고 자율적으로 하고 싶은 업체만 하는 것이 낫다”면서 “전면 자율화가 어렵다면 등급을 ‘규격돈’ ‘비규격돈’으로 구분하는 정도로 완전히 단순화해서 등급 판정에 소요되는 비용·시간 등을 아끼는 것이 산업 전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 등급 판정은 필요…품질 등급 기준 개정 검토=정부는 돼지고기 등급제가 농가와 육가공업체 간 중량당 단가 결정, 도매 거래 시 기준가격 등 정산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어 등급 판정 자체는 필요하다는 견해다.

돼지고기는 소비자 기호 및 부위별 품질에서 차이가 크고, 가공·소포장단계에서 과지방 제거 등 품질관리를 하므로 도축단계에서 한 지육 등급 판정을 판매단계까지 연계하기 어려워 소매단계 등급 표시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돼지 도체의 육질을 예측하기 위한 지표 및 판정기술 개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며, 이를 토대로 품질 등급 기준 개정을 검토하겠다”면서 “아울러 가공업체별로 품질관리 기준·실태 등을 평가해 우수 업체를 인증하는 등 등급제 이외 가공 상태 정보 제공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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