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소재로 ‘조각의 고정관념’ 깨다 [Weekend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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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클래스 올덴버그(사진)는 자신만의 '상점'을 열었다.
그리고 이후 작품 '상점'은 또 다른 작품인 '상점의 나날들'로 이어졌다.
상점에는 자신이 직접 만든 케이크와 햄버거와 핫도그를 전시 판매하고 있었지만, 채색한 회반죽과 철망으로 만든 모조 음식인 만큼 사실은 먹을 수도 팔 수도 없었다.
유사 오브제를 진열한 '상점'에 사람들, 즉 움직이는 오브제를 작품의 한 요소로서 포함하기 위해 해프닝을 이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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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조각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
익숙함 속 거대한 아우라 뿜는 공공조각 완성
작가는 자신의 예술의 원천이 파이와 햄버거라고 했다. 앤디 워홀이라면 자신의 예술이 캠벨 수프와 코카콜라에서 유래했다고 했을 것이다. 작가가 보기에 동물적인 욕구, 그러므로 생리적인 현상은 아름다움에 앞선다. 그런 만큼 동물적인 욕구에 근거하지 않는 아름다움은 나약하다고 했다. 상점을 방문한 사람들을 작가는 움직이는 오브제라고 불렀다.
유사 오브제를 진열한 '상점'에 사람들, 즉 움직이는 오브제를 작품의 한 요소로서 포함하기 위해 해프닝을 이용한 것이다. 그렇게 작가에게 해프닝은 움직이는 오브제를 사용하는 방법을 의미했지만, 이후 몇 차례 직접 해프닝을 기획하기도 하고 전시에 참여한 연후에 해프닝을 그만두었다.
그렇게 해프닝이 가고 오브제가, 그리고 팝아트가 남았다. 그에게 팝아트는 스타일을 비개성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했다. 삶 만큼이나 무겁고 거칠고 적나라하고 달콤하고 어리석은(그러므로 일상적인, 어쩌면 진부한) 예술을 위해 자신의 예술이 존재한다고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부드러운 조각'이다. 부드러운 천과 비닐 같은 유기적인 재료를 소재로 만든 아이스크림콘(1962)과 케이크(1962)와 햄버거(1962) 같은 음식 작품을, 그리고 타자기(1963)와 변기(1966) 같은 오브제 작품을 제안한 것이다.
작가는 비록 비개성적인 것을 만든다고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었다. 이로써 작가는 부드러운 조각의 창안자가 됐고, 부드러운 조각은 조각을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분기점이 됐다. 속이 찬 덩어리와 고정된(그러므로 결정적인) 형태가 전통적인 조각의 본성이라고 한다면, 부드러운 조각은 그 본성을 해체하는 것이었고, 이로써 조각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부드러운 조각은 재료도 그렇지만 크기도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인데, 이를 계기로 작가는 일상적인 오브제를 거대한 크기로 확대한 모뉴먼트 조각을 만들기 시작했다. 립스틱(1969), 빨래집게(1976), 벽을 자르는 칼(1986), 톱(1996)을 비롯해 담배꽁초와 성냥과 부삽 등 각종 일상적인 오브제들이 거대한 크기로 확대 제작됐고, 공원과 같은 공공장소에 설치됐다.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 앞 청계천이 시작되는 지점에 설치된 다슬기 모양의 스프링(2006) 역시 그의 작품으로, 여기서 스프링은 물이 샘솟는 곳, 그러므로 생명의 원천을 의미한다.
부드러운 조각이 전통적인 조각의 개념을 해체한 것이라면, 모뉴먼트 조각은 환경조각 혹은 환경조형물의 개념을 바꿔 놓았다. 사람들은 너무 일상적인 것에 무관심하기 쉽다. 그렇게 지금까지 어떤 관심도 받지 못했던 일상적인 것들을 모뉴먼트로 불러내 작품으로서의 아우라를 부여한 것이다. 일상적인 것들, 어쩌면 진부한 것들, 그래서 소중한 것들을 기념하고 오마주한 것이라고 해야 할까.
고충환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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