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공화국’ 눈총 받는데, 與 지도부도 경찰 출신으로 채우나
국민의힘이 어제 전국위원회를 열어 김석기 의원을 신임 최고위원으로 선출했다. 5·18 폄하 발언 등이 문제가 돼 사퇴한 김재원 전 최고위원의 후임이다. 경북 경주에서 재선한 김 신임 최고위원은 경찰청 차장과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지낸 경찰 간부 출신이다. 윤재옥 원내대표, 이만희 사무총장,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도 경찰 고위직 출신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지냈다. 당 지도부에 경찰 고위직 출신이 너무 많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검사 출신이 정권을 잡은 뒤 집권 여당 지도부가 경찰 출신으로 채워지는 것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나.
그렇지 않아도 검찰총장을 지낸 사람이 대통령에 오른 뒤 검찰 출신들이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에 많이 기용돼 야권에선 ‘검찰 공화국’이란 비판을 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인사·총무 라인과 금융감독원장, 국정원 기조실장, 총리 비서실장 등 과거 검사들에게 맡기지 않았던 자리들까지 차지한 것은 이례적인 게 사실이다. 기소 독점권을 지닌 검사는 감옥에 보내고 말고를 좌지우지하는 권력자로 국민 눈에 비치는 경향이 있다. 대통령 자신도 겸허한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요직을 검찰 출신들이 차지하니 국민들 시선이 따가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 비서실장은 얼마 전 국회에 나와 “대통령실 수석 이상에 검사 출신은 한 명도 없다” “빅3인 국무총리,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중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이런 마당에 국민 눈에 검찰 다음가는 권력 기관으로 인식되는 경찰 출신들로 집권당 수뇌부를 채우고 있으니 도대체 반년 후 총선을 어떻게 치르겠다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런 상식 밖의 인사는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후 이뤄진 당직 개편 때부터 이어지고 있다.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철규 전 사무총장 후임에 경북 출신 이만희 의원을 임명했다. 김기현 대표(울산 남구을)와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에 이어 당의 3대 요직을 모두 영남 출신이 차지한 것이다. 어제 당 지도부에 입성한 김석기 최고위원도 경북 출신이다. 선거에서 참패한 뒤 “변화와 혁신으로 당 체질을 개선하고 수도권과 충청권 중심으로 전진 배치하겠다”던 김 대표의 말이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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