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파기한 北, GP 복원하고 해안포 도발할 수도… 軍 “끝까지 응징”
북한이 23일 9·19 군사 합의를 전면 파기하고 나선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어기고 군 정찰위성을 발사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한반도 긴장감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대응해 대북 정찰력을 복원하려는 우리 정부의 ‘9·19 일부 조항 효력 정지’ 조치를 문제 삼아 내부 위기를 타개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9·19 합의와 무관하게 전략적 필요에 따라 대남 도발을 벌여왔다”면서 “한미 공조하에 대비 태세를 단단히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국방성은 이날 성명에서 9·19 합의에 이제 구속되지 않겠다며 이 합의에 따라 지상·해상·공중에서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를 전면 파기하겠다는 것으로 육·해·공에 걸쳐 기존의 유엔 정전협정보다 넓은 범위의 완충 구역을 설정해 놓은 합의 사항을 더는 지키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북한은 앞으로 문재인 정부 시기 때 시범 철수한 비무장지대 GP(감시 초소) 11곳을 전면 복원할 가능성이 있다. 체결 당시 양측은 비무장지대 내 GP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면서 GP를 전면 철수키로 하고, 시범적으로 군사분계선(MDL)에서 남북으로 각각 1km 이내에 있는 GP 11곳을 우선적으로 철거·폐쇄 조치했다.
북한이 조만간 해상 포격 도발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이미 합의가 체결된 상태에서도 우리 군에 위협을 가하는 포격을 110여 회 가했다. 북한은 2010년 연평도를 포격한 4군단을 통해 합의 중에도 황해도 주요 지점마다 포를 배치하고 포문을 폐쇄하지도 않은 채 우리 연평도·백령도를 겨냥하며 훈련해왔다. 이런 군사 도발을 앞으로 더 노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9·19 합의 첫 위반이 2019년 11월 23일 창린도 포격인데, 당시 김정은이 직접 현장까지 내려가 지휘를 했었다. ‘파기 선언’ 이후 첫 도발도 김정은이 직접 나서 대남 도발에서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곳 중 하나로 해상을 꼽고 우리 안보 틈새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이 스스로 9·19 합의서는 사문화돼 빈껍데기가 됐다고 했는데 그렇게 된 것은 자신들이 합의를 반복적으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그래 놓고 합의 파기 선언을 한 것은 대남 도발의 정당성을 쌓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남 갈등을 조장하고 북한의 내부 결속을 위해 9·19 합의 파기를 활용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남주홍 전 국정원 차장은 “통일전선부장 출신인 김영철이 현재 통전부 고문으로 있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면서 “북한은 우리가 9·19 일부 조항을 일시 효력 정지하자 기다린 듯이 이를 비난하며 전면 파기 선언을 했다”고 말했다. 일시 효력 정지가 한반도 긴장의 원인인 것처럼 만들어 한국 정치권을 분열시키려는 속셈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 도발을 억제하고 대비하는 한편 군의 기강을 다잡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육·해·공군은 최근 장병들에게 근무복 대신 전투복을 착용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육군은 “적 도발 시 즉각 응징할 수 있는 전투 준비 태세를 완비하는 데 필수 요소인 정신적 대비 태세를 확고히 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공군도 본부와 직할 부대 소속 장병들에게 별도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전투복을 착용하고 근무토록 하고, 불필요한 모임이나 음주, 회식을 자제하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예하 부대를 방문해 훈련 상태를 점검했다. 미사일전략사령부는 탄도·순항미사일 등을 운용하며 적 도발 시 원점 등을 타격하는 역할을 한다. 박 총장은 “적이 도발한다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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