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야생동물과의 ‘공존’

일본의 일부 지방이 야생 곰의 민가 습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곰들이 겨울잠에 들지 못하고 민가에 내려와 사람을 공격해 다치는 사람도 생겼다고 한다. 산속에 있어야 할 야생 곰이 도심에 출몰하는 것은 먹이 부족 때문이다. 잦은 태풍과 이상기후로 곰의 먹이가 되는 숲속 열매와 견과류 등이 줄면서 굶주린 곰이 민가를 넘보기 시작한 것이다.
야생동물이 도심에서까지 목격되는 건 일본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날씨가 추워질수록 멧돼지의 도심 출몰이 빈번해진다. 여름엔 폭염에 지친 뱀이 주택가에 나타나기도 한다. 도시화로 서식지를 잃어가는 야생동물이 도심에 출몰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으나, 세계가 기후 위기로 몸살을 앓는 지금 야생동물의 도심 습격은 기후변화의 피해가 인류만의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연극 중에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라는 제목의 작품이 있다. 배해률 작가와 이래은 연출가가 2022년 선보인 창작극이다. 작품은 제목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서울 도심에 야생 수달이 살고 있음을 알린다. 연극은 도시 공간이 인간만의 것이라는 인식을 전복하며 도심에 사는 ‘야생 수달’의 존재를 통해 도시와 그 도시의 삶에서 밀려난 존재들을 상기시킨다.
동시대 창작자들의 적극적 인식이 가리키는 바는 분명하다. 이제 야생동물의 도심 출몰 현상을 습격이나 침략이 아닌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환경사학자 피터 S. 알레고나는 저서 ‘어쩌다 숲(The Accidental Ecosystem)’에서 동물의 눈에는 도시도 생태계라고 말한다. 저자는 야생동물의 도시 귀환은 전 세계적 현상이며, 어쩌다 우연히 도시 생태계로 입성해 스스로 살아남은 생물종에 대해 도시는 그들과의 ‘공존’을 고민하고, 함께 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생동물은 기후 재난의 가해자였던 적이 없다. 연극 속 수달이 쓰레기가 범람하는 도심 속 하천을 삶의 영역으로 선택했듯, 피해자인 그들과의 ‘공존’을 도시의 새로운 과제로 인식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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