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난장] ‘메가 서울’ 망국의 지름길
엑스포 유치땐 공동 준비…부울경의 저력 보여주자
박재욱 신라대 행정학과 교수
인구소멸, 지방소멸로 나라가 망한다고 떠드는 판에 급기야는 ‘메가 서울’이란 해괴망측한 정책을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이 필사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이미 서울특별시 전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돼 오히려 ‘인구와 산업을 이전하거나 정비할 필요가 있는 지역’으로 규정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이달 초 여당의 ‘메가 서울’ 제안과 거의 동시적으로 정부가 발표한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의 5대 전략 중 하나가 분명 ‘인구감소·지방소멸 위기에 선제적 대응’이라고 명시하고 있어 서울로 인구 초집중을 가중시킬 ‘메가 서울’ 제안과 정부의 지방시대 전략은 상호모순 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종합계획에는 ‘4+3 초광역권 특화 발전’이 제시되고 있지만, 수도권은 아예 언급조차 없으니 기존 법률과 계획을 무시한 난폭한 폭거에 지나지 않는다.
줄여서 메가라고 부르고 있는 메가시티의 기본 개념은 단순한 지자체 간 행정통합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잘못되었다. 메가시티는 핵심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주변 도시와 교통, 산업 기능 등을 효율적으로 연계시키는 네트워크형 광역도시권으로 공간구조를 재편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행정구역 변경으로 덩치만 키워 메가시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시 간 협력을 통해 전체 광역도시권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자 체제다. 이를 무시하고 급발진하는 ‘메가 서울’ 입법화 시도는 엄청난 행정적 후유증과 더불어 정치적 갈등을 야기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
뿐만 아니라, 행정구역 통합은 손쉬운 작업이 아니다. 최근 통합된 대구광역시와 군위군의 경우에도 3년이란 시간이 소요됐고 지난 2010년 통합된 창원시의 경우에도 통합의 효과가 아직 실증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통합에 따른 지역 내 갈등이 채 봉합되지도 않았다. 올 들어 부울경 특별연합 대신 부산과 경남 사이에 추진되던 행정통합 논의가 흐지부지된 배경에도 정치권과 행정권의 이해관계 등 숱한 난제를 나열할 수 있다.
지방재정 측면에서도 서울이나 김포 모두 유리하지도 않다. 서울 내 변두리 낙후지역의 교통 불편 해소에도 재정투자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김포시 출퇴근 전철에 수 조원의 재원을 투입해야 하며, 가뜩이나 부족한 시 재원을 김포시와 배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김포의 경우도 대학입학의 농어촌 특혜 등 행재정 특혜를 포기해야 하며 이 외에도 세수입 축소나 재정조정교부금 배분 등에 있어 불이익이 예상되니 마냥 달가울 수 없을 것이다.
한술 더 떠 여당은 지난 16일 발의한 ‘김포·서울 통합특별법’안에 대입 농어촌 특별전형 특례를 2030년까지 유지하고, 재산세 등 세제 혜택도 6년 간 유지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그러면 앞으로 봇물 터지듯 나올 서울 인근 지자체들의 행정통합 개편안마다 각종 특례 요구가 빗발칠 때 어떤 근거와 논리로 대응할 것인가. 임기응변식 미봉책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게 뻔하다.
부연하자면, 노무현 정부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지역균형발전 전략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윤석열 정부의 지방화 전략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인구감소를 저지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수도권에 입지한 대기업의 지방분산이 시급함에도 지방에서 이를 유인할 흡인요인만 강조하지, 수도권에서 초과밀화된 기업이나 인구를 분산시킬 제도적 규제책이 미약하거나 오히려 역으로 수도권 집중을 야기하는 모순된 정책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도권 성장억제를 위한 기존 수도권정비계획법이나 산업집적활성화및공장설립에관한법률(산업집적법) 등도 입법 취지와 달리 수차례 개정을 통해 오히려 수도권으로 기업 유치나 공장입지에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어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활성화 의도와는 어긋나고 있다. 다시 말해, 지방으로의 흡인요인(full fact)의 기회 확대만 강조했지 실제로 수도권으로부터의 배출요인(push fact)을 강화할 법·제도적 정책은 미미하거나 오히려 역방향으로 간 탓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비수도권 지방에서는 죽자 살자 인구 유인책을 써 본들 수도권에서 분산되고 이동할 기업이나 인구 정책이 먹통이니 지방분산, 지역균형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볼 리가 만무하다. 인구소멸은 지방소멸이요, 그 종착역은 망국이다.
정작 메가시티 구축 전략이 필요한 지역은 부산 울산 경남이다. 2025년 오사카는 인근 간사이 지역과 함께 월드엑스포를 치르므로 공식 명칭 역시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다. 2030월드엑스포가 오는 28일(현지시간) 확정되면 부산도 인근 경남 울산과 더불어 엑스포를 준비하며 메가시티의 참 모습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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