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환의 두잉세상] 펫팸족과 신성장동력 펫코노미
반려견이 주인의 항문암을 발견했다는 뉴스가 지난 13일 영국 매체에 보도됐다. 영국의 50대 여성 린제이 스웨이츠는 30여 년간 출혈과 간지러운 증상인 치질로 고생을 했다. 근래에 반려견이 자주 그녀의 엉덩이에 코를 갖다 대고 냄새를 맡자 이를 이상히 여겨 병원을 방문했더니 항문암 3기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개는 사람보다 1만 배 더 냄새를 잘 맡는 후각을 가졌다고 한다. 따라서 훈련된 개는 암이나 당뇨병에 걸린 사람의 날숨은 물론 대변 소변 혈액 조직 등에서 방출되는 미량의 휘발성 화학물질을 감지할 수 있다. 대장암 폐암 전립선암 유방암 난소암 등을 앓는 사람을 개가 찾아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훈련을 받은 개를 ‘의료 대응견’ 혹은 ‘의학 감지견’이라고 한다.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 국민 의식 조사’ 결과에 의하면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602만 가구, 양육 인구는 1306만 명으로 나타났다. 10년 전보다 65% 늘었고 양육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25.4%였다. 4가구당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개가 약 544만 8000마리, 고양이가 약 254만 1000마리로 개와 고양이가 800만 마리에 육박한다.
1인 가구 증가와 저출산 고령화 영향 등으로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자녀가 없는 맞벌이 가정의 신조어인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이 반려동물(Pet)을 기르는 ‘딩펫족’은 물론 펫을 가족(Family)으로 생각하는 펫팸족도 생겼다. 펫을 사람(Human)으로 생각하는 펫휴머니제이션 트렌드다. 당연히 반려동물 관련 산업인 펫코노미(Pet+Economy) 시장은 블루오션이 됐다.
펫코노미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생산 산업 소비활동을 의미한다. 국내 시장 규모는 조사범위에 따라 다르지만, 지난해 4조 5000억 원에서 8조 원(62억 달러) 규모라고 한다. 농촌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이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발 맞춰 지난 8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 국가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국내시장 규모를 15조 원으로 키우고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인 4대 주력산업 육성, 성장 인프라 구축과 수출 산업화가 포함됐다. 4대 주력산업 육성에는 펫푸드 펫헬스케어 펫서비스와 펫테크를 포함했다. 2022년 펫코노미 세계시장 490조 원(3781억 달러)의 1.6% 수준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 시장을 고려하면 성장 전망은 아주 밝다.
펫코노미 시장의 성장은 단순히 반려동물의 수적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펫휴머니제이션으로 생겨난 펫팸족은 반려동물의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유기농 식품은 물론 고급 영양제도 먹인다. 반려동물의 무릎 관절을 보호하는 소파와 바닥 마감재도 시판된다. 명품 패션도 등장했다. 반려견과 커플옷·소품을 착용하고 산책하는 ‘댕댕이 패션런’행사도 열린다. 다양한 반려동물 놀이기구와 장난감 시장도 성장세다. 반려동물 놀이터 카페 유치원 및 호텔 비즈니스도 증가하고 있다. 반려견 오마카세 라운지를 비롯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여행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양질의 반려동물 의료서비스 시장도 떠오르는 분야다. 안과 치과 내과 척추 정형 재활의학으로 분화되고 있다. 24시간 응급 의료는 물론이고 MRI와 CT, 초음파 등 첨단장비를 갖춘 대학병원급 병원도 권역별로 필요하다.
800만 인구에 달하는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대학동물병원은 진주 경상국립대 동물병원 1개뿐이다. 따라서 반려동물 인구가 집중되어있는 부산에 대학동물병원 건립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경상국립대는 대학동물병원 부산분원을 열기 위해 지난 20년간 꾸준히 노력해왔다. 국립대 부지 확보와 지자체의 경계를 넘는 사업 등의 이유로 이루지 못했다. 사립대인 동명대는 경상국립대가 요구하는 부지를 국가에 기부하면서 교육부가 부산분원 사업을 승인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대와 사립대 간의 자원 공유협력사업이라 큰 의미가 있다. 국·사립 대학은 물론 두 지자체 간의 벽을 허물었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6년 6월 준공될 예정이다.
펫코노미 관련 인력양성과 연구도 중요하다. 동명대는 전국 최초로 반려동물 단과대학을 신설했다. 보건 미용 행동교정 식품 및 패션 등의 전공을 두고 있다. 경상국립대 수의과 대학과 협력해 첨단 교과과정을 열었다. 올해 입시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한 이유다. 선진국에서 인기 있는 동물매개치료학도 개설할 예정이다. 교내에 펫놀이터를 시작으로 유치원 카페 호텔을 아우르는 펫파크를 조성해 대학의 자산을 시민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관련 산업 창업과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난 17일 부산시는 ‘반려견 동반 방한 여행 1호 상품’을 출시했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호텔 차량 음식점 관광명소 등 보완점을 점검하고 개선해 만족도 높은 투어 상품을 확장해 나간다고 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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