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류, MLB 시스템 야구의 판을 바꿨다
- 160㎞ 광속구에 홈런은 40여 개
- 투타 모두 최정상급 성적 오타니
- 美기자가 상식을 깬 활약상 조명
- 인물 전기가 아닌 현대야구 분석
세계 최정상 야구선수 마이크 트라웃의 말이 재미있었다. “팀에 스타가 두 명이 들어온 셈이나 마찬가지다. 에이스 한 명이 들어오고, 타순 중간에 펑펑 쳐낼 수 있는 친구가 들어온 것이다.”(210쪽) 오타니 쇼헤이와 마이크 트라웃은 같은 팀 소속이다. 둘 다 메이저리그(MLB) 로스앤젤레스(LA) 에인절스 선수다. 그래서 이 말 속 ‘스타가 두 명’이란 표현이 트라웃 자신과 오타니, 이렇게 두 명을 뜻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안 그렇다.
오타니의 팀 동료 재러드 월시가 한 말도 들어보자. 좀 길지만, 표현이 아주 멋져 전체를 인용한다.
“빅 리그(MLB) 타자들을 아웃시키는 일은 극도로 어렵다. 빅 리그 투수의 공을 치는 일은 극도로 어려운 일이다. … 그것에 매일 집중하려면 말 그대로 자신의 모든 것을 갈아 넣어야 한다. 물리적으로 신체는 말도 안 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특히 타구를 시속 185킬로미터로 날려 보내거나, 시속 161킬로미터로 공을 던지거나 하는 힘을 만들 때는 말이다. 그가 하는 일이 대단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절대적으로 유니콘이다. 그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오직 그것뿐이다.”(310쪽) 유니콘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상상 속 생명체를 상징한다.
트라웃과 월시가 가리키는 존재는 단 한 명이다. 오타니 쇼헤이. 야구를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군가 지금까지 오타니가 현실의 야구에서 해낸 일을 소재로 영화나 소설을 오타니의 등장에 앞서 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거짓말. 또는 SF.
미국의 베테랑 야구 전문기자 제프 플레처가 쓴 ‘오타니 쇼헤이의 위대한 시즌’은 사실, 야구를 잘 모르는 독자에게는 그렇게 재미있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 책은 ‘오타니 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위대한 인물의 성공 좌절 극복 성취를 통해 독자의 자기계발에 도움을 주는 실용서나 휴먼 에세이는 더더구나 아니다.
‘오타니 쇼헤이의 위대한 시즌’은 무엇보다 현대 야구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또한 MLB에 관한 현장 보고서다. MLB의 지형과 상황, 구단주·단장의 노하우와 운영, 감독의 철학, 연봉·계약금·자본력·구종·구질·수치·데이터에 관한 해설이 쏟아진다. 특히 제9장 다이아몬드 광내기 프로젝트 단원에 나오는 드라이브라인이라는 업체의 어마어마한 데이터 분석 기법과 능력은 야구팬이라면 감탄하지 싶다.
이를 통해 저자는 MLB가 왜 무시무시하게 강한 시스템인지 조용히 설명한다. 그런 뒤 오타니 쇼헤이가 나온다. 무시무시하게 강력한 시스템인 MLB에서 온갖 어려움을 뚫고 무시무시한 존재로 성장한 일본 출신 20대 청년 선수 오타니, 빛이 난다. 이 청년은 겸손하고 선량하기까지 하다. 그와 함께 MLB 무림을 헤쳐 나간 조 매든 전 LA 에인절스 감독은 서문에 이렇게 썼다. “경기, 그리고 경쟁 자체에서 스스로 즐거움을 이끌어내는 사람, 그게 바로 쇼헤이다. 그는 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동시에 겸손하고 예의 바르며 친절하다.”
잘 알려졌다시피 오타니는 엄청난 투수이면서 무서운 타자다. MLB 경기에 투수로 등판해 160㎞ 넘는 공을 던지고 같은 경기에서 곧장 타자로 나가 엄청난 홈런과 안타를 팡팡 때린다. 그의 성적을 잠깐 보자. 2023년 시즌 홈런 44개(아메리칸리그 1위), 타율 0.304,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는 MLB 전체 1위. 투수로서 선발 10승. 평균자책점 3.14(MLB 전체 7위). 2022년 투수 성적은 15승 9패, 홈런은 34개. 2021년 홈런 46개, 투수로는 9승 2패….
“지금 우리는 타격왕과 홈런왕과 사이영상을 모두 탈 수도 있는 사람을 보고 있지 않나 싶다. 경이롭다.”(300쪽) 평소 ‘느낌’이라는 표현을 곧잘 하는 오타니 자신은 2021년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직 내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않았다.”(285쪽) 이렇게도 말했다. “나는 매 게임 나아지려고 노력할 뿐이다.”(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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