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떡펄떡 살아숨쉬는 어시장…詩 가르쳐 준 교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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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동어시장에서 생선 중도매업을 하는 현직 '생선 장수' 박희자 시인이 두 번째 시집을 냈다.
그 생생함을 담은 첫 시집 '부산공동어시장'을 잇는 이 시집은 '생선비늘 빛 새벽'이다.
'부산공동어시장'이 출간됐을 때 시집을 본 어시장 사람들이 박희자 시인에게 "우리 이야기를 시로 써주어서, 처음으로 시라는 걸 재미있게 읽었다"며 인사했다.
'생선비늘 빛 새벽'도 부산공동어시장에 관한 연작시를 묶은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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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생선 중도매업 종사 시인
- 시장상인 활기 그린 두 번째 시집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생선 중도매업을 하는 현직 ‘생선 장수’ 박희자 시인이 두 번째 시집을 냈다. 펄떡펄떡 살아서 뛰는 어시장의 새벽. 그 생생함을 담은 첫 시집 ‘부산공동어시장’을 잇는 이 시집은 ‘생선비늘 빛 새벽’이다. 두 시집의 제목이 이어진다. 부산공동어시장 생선비늘 빛 새벽. 어둠이 서서히 걷히는 부산 앞바다가 보인다.
‘부산공동어시장’이 출간됐을 때 시집을 본 어시장 사람들이 박희자 시인에게 “우리 이야기를 시로 써주어서, 처음으로 시라는 걸 재미있게 읽었다”며 인사했다. 어시장 사람들은 시인에게 많은 격려와 박수를 보내며, “이 시집이 우리 모두의 어깨가 올라가도록 했다”는 칭송도 빠뜨리지 않았다고 한다. 시가 딴 세상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삶’을 담아내는 정겨운 그릇임을 알게 해 주었다.
‘생선비늘 빛 새벽’도 부산공동어시장에 관한 연작시를 묶은 시집이다. 공동어시장에서 펼쳐지는 일과 사람들 모습이 진솔하게 담겼다.
‘넉보아지매-부산공동어시장 19’ 전문을 읽어보자. “비린내 나는 갯가 시장에서/ 앞치마 끈 두르고 나온/ 넉보아지매/ 서른여섯에 혼자 되어/ 어미 새우처럼/ 자식들 안고 노점상인 되었다// 개상어 껍질을 벗기다가/ 가오리를 말리다가/ 갈치 꼬리 자른 지 삼십 년이다// 허리가 그믐달 닮을 때까지/ 생선 자른/ 여든일곱 든 아지매 신발 속에는/ 비린내 묻은 바다가 소금밭이다// 늦둥이 손자 용돈 주는 재미로 장사 나온다던/ 마음 넉넉한 넉보아지매 온다 간다는 말도 없이/ 어느 날부터 결석이다” 넉보아지매는 왜 어시장에 나오지 못하는지, 독자의 상상과 짐작은 비슷할 것 같다.
평생 어시장에서 생선을 만지며 일한 한 어머니의 노동과 삶을 담은 이 시를 읽으면, 부산공동어시장뿐만 아니라 수많은 일터에서 가족을 위해 일하는 어머니 아버지가 떠오른다. 어시장에서 사람과 세상사를 바라보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시로 승화하는 일. 박희자 시인만이 볼 수 있는 ‘삶의 현장이면서 문학의 현장’이다.
박희자 시인은 경남 거창에서 태어났다. 1998년부터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장사했다. 못다 한 공부가 하고 싶어 2013년 방송통신대 국문과에 입학해 2018년 졸업했다. 2014년 방송통신대 국문과의 연간지 ‘낟가리’에서 시 부문 문학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2015년에 ‘대한문학세계’ 봄호로 등단하고, ‘한국문학 올해의 시인상’ 등을 받았다. 그는 어시장이 시를 쓰게 했다고 말한다.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어시장을 저의 시에 녹여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시장은 저에게 시를 가르쳐주는 훌륭한 교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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