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리그서 시작해 A매치 데뷔… 막판 5분 뛴 박진섭 “가슴 벅차”

김배중 기자 2023. 11. 24. 03: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터치라인 밖에 서 있는데 꿈이 현실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축구대표팀 중앙수비수 박진섭(28·전북)은 23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틀 전 A매치 데뷔 장면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박진섭은 "소속 팀(전북) 휴가기간이라 고향 전주 집에 있는데 차두리 코치님한테서 '교체 선수로 발탁됐다'고 연락이 왔다"며 "전화를 받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 정지 화면처럼 몇 초간 멍하니 있었다. 대표팀에 뽑힐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축구대표팀 중앙수비수 교체선수로
월드컵예선 중국전서 깜짝 출전
“고향집서 발탁 연락받아… 상상 못해
엄청난 동기 부여… 더 열심히 할것”
21일 중국전을 통해 A매치 데뷔를 한 축구대표팀 수비수 박진섭이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학 졸업 때까지 연령별 대표팀에 한 번도 뽑힌 적 없는 그는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상상도 못 했었다”는 A매치 무대까지 밟았다. 사진은 아시안게임 결승 일본전에서 붕대를 감고 부상 투혼을 보여준 박진섭. 대한축구협회 제공
“터치라인 밖에 서 있는데 꿈이 현실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축구대표팀 중앙수비수 박진섭(28·전북)은 23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틀 전 A매치 데뷔 장면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박진섭은 21일 중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미국 캐나다 멕시코)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경기를 통해 A매치에 데뷔했다. 한국의 3-0 리드로 이미 승부가 기운 후반 45분 박용우(알아인)와 교체 투입됐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뛴 시간은 5분이 채 안 된다. 그런데도 박진섭은 “가슴이 벅찼다.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거쳐 온 과정들이 스쳐 지났을 것이다.

박진섭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재학 시절 공격수였다. 대학 리그 득점왕에도 두 차례 올랐다. 하지만 졸업 후 그는 프로 팀의 선택을 받지 못해 실업 리그에서 뛰었다. 2017년 지금의 3부 리그 격인 내셔널리그 실업팀 코레일에 입단했다. 이해 박진섭은 25경기에서 11골을 넣고 득점 2위에 오르면서 이듬해 프로 리그로 진출했다. K리그2(2부 리그) 안산이 그를 스카우트했다. 박진섭은 당시 안산 사령탑이던 이흥실 감독의 권유로 포지션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바꿨다.

2020년 2부 리그 대전으로 이적한 박진섭은 2021시즌 K리그2 미드필더 부문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이제 그는 K리그1(1부 리그) 팀들이 눈독을 들이는 선수가 됐다. 2022시즌을 앞두고 당시 K리그1 디펜딩 챔피언이던 전북이 그를 영입했다. 그리고 박진섭은 2022시즌 K리그1 베스트11에 뽑혔다. 이번엔 수비수 부문이었다. 전북에선 주로 중앙수비수로 뛰었다.

대학 졸업 후 3부 리그에서 시작해 2부, 1부 리그로 활동 무대를 높여가며 ‘인생 스토리’를 써 나갔지만 태극마크와는 인연이 없었다. 박진섭은 대학 졸업 때까지 연령별 대표팀에 뽑힌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발탁되면서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다. 일본과의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선 머리에 붕대를 감고 뛰는 부상 투혼을 보여주며 한국의 대회 3연속 금메달에 큰 힘을 보탰다. 그리고 이달 16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정강이 부상을 당한 홍현석(헨트)의 대체 선수로 뽑힌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고 박진섭을 선택했다.

박진섭은 “소속 팀(전북) 휴가기간이라 고향 전주 집에 있는데 차두리 코치님한테서 ‘교체 선수로 발탁됐다’고 연락이 왔다”며 “전화를 받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 정지 화면처럼 몇 초간 멍하니 있었다. 대표팀에 뽑힐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박진섭은 클린스만호에 승선하긴 했지만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11월 2연전(싱가포르전, 중국전)에 출전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이 갑자기 뛸 준비를 하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진짜 A매치 데뷔까지 하게 되는구나 하고 놀랐다”며 “감독님이 지시를 자세하게 하지는 않았다. 그냥 들어가서 즐기다가 나오라고 했다. 차 코치님도 A매치 데뷔전이니 경기를 재미있게 즐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박진섭은 “이번 A매치 데뷔전은 엄청나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다음번 대표팀 소집 명단에도 내 이름이 들어가 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앞으로 축구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