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함성 뒤편에… ‘적자늪’ e스포츠
지난 19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한국 게임팀 T1이 중국 웨이보 게이밍(WBG)을 세트 스코어 3대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T1과 대표 선수 페이커는 2013, 2015, 2016년에 이어 7년 만에 다시 세계 정상에 섰다. 역사적인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국내외 e스포츠팬 1만8000여 명이 고척돔에서 응원을 했고, 광화문광장에서도 1만5000여 명이 거리 응원을 벌였다. 온라인으로도 1억 명이 넘는 사람이 이 경기를 지켜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데 이어, 국제대회 우승까지 한국팀이 차지하면서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e스포츠 산업은 쉽사리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고 인기 팀인 T1과 국내 롤 리그인 LCK는 적자 상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19년 139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세이다. 해외 주요 e스포츠 팀들 역시 이익을 내지 못해 최고 인기팀이 매각되기도 했다. 업계에선 “e스포츠 산업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가장 중요한 수익화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니 나온다.
◇계속되는 적자, 해외선 매각·파업까지
SK스퀘어의 e스포츠 자회사 T1은 지난해 매출 239억원, 영업손실 166억원을 기록했다. 구단 운영비 약 183억원을 포함해 영업비용이 약 400억원에 이른다. 그나마 페이커 같은 수퍼스타의 존재 덕에 2021년보다 매출은 늘리고, 적자 폭은 줄였다. 하지만 다른 팀의 경우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팀 운영 비용의 대부분이 선수 연봉인데, 주전급 선수 연봉 총액이 2년간 70%가량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LCK는 다음 시즌부터 팀 내 연봉 상위 5명에게 지급하는 연봉 총액을 40억원으로 제한하고, 이를 넘기면 사치세를 내게 하는 ‘균형 지출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연봉 인플레이션을 막겠다는 것이다.
해외 e스포츠 리그에선 아예 e스포츠 축소와 관련한 갈등으로 선수협회가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 롤 리그인 LCS는 경영난에 허덕이는 게임 팀들의 의견을 수용해 2부 리그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규정을 바꿨다. 이에 지난 5월 10팀 중 7팀이 2군 운영을 포기하겠다고 했고, 수십 명의 선수단이 실직하자 파업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LCS 개막까지 2주 연기됐다. 북미 최고 인기 팀인 TSM은 매출 감소로 지난 9월 LCS 시드권과 로스터를 매각하기도 했다.
◇인기를 어떻게 돈으로 바꿀 것인가
가장 큰 문제는 e스포츠의 인기를 수익까지 연결하는 방안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프로 스포츠는 지상파 TV와의 중계권 계약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e스포츠의 경우 대부분 유튜브, 트위치 등 스트리밍을 통해 소비된다. 게다가 게임 업체가 모든 IP(지식 재산권)를 소유하다 보니 게임 팀이 추가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데 제약이 있다.
게임 팀들과 리그는 별도의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LCK는 지난 3월부터 LCK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를 활용한 ‘디지털 콜렉터블’ 서비스를 시작해, 해당 매출을 선수·게임단과 나누기로 했다. e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면서 게임 내 상품 판매로 연결하고 이 매출을 배분하는 방안이나 스포츠 토토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스포츠의 인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 같은 인기를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할 것인지가 향후 e스포츠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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