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변화·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진정한 지도자
2023년 프로야구가 LG 트윈스의 29년 만의 챔피언 등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28년 동안 수많은 시련과 실패를 반복한 LG의 간절함이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스포츠는 수많은 도전과 응전의 반복이다. 특히 거액의 보수와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프로스포츠에 있어서는 경기 자체가 전쟁과도 같다. 치열한 승부 속에 선수가 경기를 하지만 지도자의 지략과 작전에 따라 결과가 뒤바뀌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들에게 거액의 연봉을 지급하면서 팀을 맡기는 것이다.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등 한 시즌의 농사가 끝나는 이맘때면 실외 프로스포츠 팀들의 희비가 교차한다. 성적에 따라 계약 기간에 관계없이 사령탑 교체가 이뤄지는 등 프로스포츠 세계는 냉혹하다. 프로배구와 프로농구는 봄에 이 같은 상황이 닥친다. 시즌을 끝낸 프로야구에서도 일부 팀들의 감독이 바뀌었다. 그래서 ‘‘프로 감독의 목숨은 파리 목숨과도 같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프로스포츠의 성적이 감독의 능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의 능력 발휘는 좋은 재목(선수)이 있어야 하며, 이를 작품으로 만들 협업자(코치진), 적극 뒷받침해주는 프런트의 신뢰와 기다림이 있어야 이뤄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유능한 지도자라면 눈앞의 성적에 급급하지 않고 좀 더 멀리 보면서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단기간 성적을 내야 하는 탓에 프로스포츠 지도자들은 오래전부터 기존 선수와 베테랑들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젊은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경우가 적다.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계는 오랜 기다림 끝에 우승한 LG를 비롯해 만년 하위에서 벗어난 한화, 가을야구 돌풍을 일으킨 NC, 꾸준히 화수분 야구를 펼쳐온 키움 등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물론 실패도 많았다. 그렇다고 변화와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성장과 발전은 요원하다.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인 위르겐 클린스만이 뼈 있는 말을 했다. ‘18세 이강인이 K리그에서 뛰었다면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이었다. 국내 프로축구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있음을 꼬집었다. 어린 나이에 스페인으로 축구 유학을 떠나 일찍부터 출장 기회를 잡은 이강인이 유럽 빅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에 빗댄 말이다.
아직도 국내 많은 프로스포츠 감독들은 검증된 베테랑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눈앞의 성적에만 집착하고 변화와 실패를 꺼리기 때문이다. 세대교체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SSG 지휘봉을 잡은 이숭용 감독을 비롯, 새롭게 팀을 맡는 감독들은 항상 변화와 유망주 육성을 강조한다. 초보 감독 또는 새롭게 출발하는 지도자들이 과감한 도전과 변화를 꾀할 때 더 큰 미래가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황선학 기자 2hwangp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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