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슈링크플레이션 유감
물가 오름세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일부 품목에서 값은 올리지 않고 제품 크기나 양을 줄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피파 맘그렌 교수가 지난 2015년 처음 사용했다. ‘줄어들거나 위축된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일정 기간 물가가 지속적이고 비례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나타내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기업들은 원자재비나 인건비 등 비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한다. 값을 올리면 소비자의 저항이 커질 수 있어서다. 그래서 상품의 크기 및 중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추는 방식으로 비용을 전가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제품 가격은 그대로인데 실제로 받는 양이나 품질은 감소한다. 원료를 저렴한 것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일부 품목에서 조짐이 보이고 있다. 명백한 꼼수다.
정부가 최근 주요 생필품 슈링크플레이션 조사와 감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소비자가 제품 변경 내용을 쉽게 알도록 알리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단, 정부 조치와 관계 없이 자발적으로 소비자에게 제품 용량 축소 사실을 알리는 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맞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거들었다.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양을 줄여 팔면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함께 제품 내용물이 바뀌었을 때 소비자가 알 수 있게 하는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도 날을 세웠다. 한국소비자연맹은 감시활동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면서 기업에 책임을 지우고 감시체계를 가동하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소비자 고지 가이드라인을 내놓을지는 불투명하다.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시름에 비할까. 움츠러든 서민들의 어깨가 좀처럼 펴지지 않고 있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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