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저주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누구나 알 만한 아름답고 유명한 노래다. 한데 필자는 이 노래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자고 권하고 싶다. 이 노래 자체를 문제 삼자는 게 아니라 이 가사를 통해 우리 자신을 한번 돌아보자는 것이다.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받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관계에서도 ‘나는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설정해둔 채 타인을 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것이다.
약 10년 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갑질이란 표현이 크게 회자됐다. 돈과 지위를 앞세워 타인을 무시하려 드는 천박한 행태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실제로 천민자본주의는 많은 사람들의 정신을 오염시켰다. 그래서 꼭 대단한 사회적 지위를 갖지 않은 사람이라도, 심지어 갑질을 당하던 사람조차도 기회만 되면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갑질하려 드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근래에는 교육 관련 이슈에서 학부모들의 갑질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수는 말한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7,12) 이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같은 처세 수준의 가르침이 아니다. 그보다 근본적인 전환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구나 조건 없는 사랑을 ‘받길’ 바란다. 그런데 사랑을 ‘해본’ 사람은 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유치환 ‘행복’)하다는 것을. 예수의 가르침은 ‘너는 받길 바라는 존재’가 되지 말고 ‘나누고 싶어 하는 존재’가 되라는 것이다.
그게 진짜 행복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너는 받으려고 애써 급급해할 필요가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너는 이미 있는 그대로 무한한 사랑 속에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 하면, 이미 그 말 자체에 ‘있는 그대로의 상태(탄생 이전 포함)에서는 사랑 속에 있지 않은 존재’라는 의미가 담겨 버린다. 연재 내내 언급하고 있듯 관건은 ‘존재’고 이는 믿음과 연관된다.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과 ‘나누려고 태어난 사람’ 중 누가 더 행복할까.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믿는 이가 더 행복할까.
사제로 살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 왔는데 그 가운데 어르신들, 특히 그분들의 삶과 죽음을 보면서 깨닫게 되는 게 많았다. 어르신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나누고 싶어 하는 어르신, 받고만 싶어 하는 어르신. 어떤 어르신들은 어려운 형편에도 늘 감사하며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싶어 하고 그런 순간들을 진심으로 기뻐하셨다.
그러니 누구나 그분을 좋아했다. 반면 어떤 어르신들은 가계 사정도 괜찮고 자식들한테 용돈도 받고 사시면서도 늘 불평을 입에 달고 왕년의 영광만 노래하면서 만날 ‘누가 나 밥 안 사주나’ 하며 자기 것은 꼭 움켜쥔 채 받기만 바라셨다. 그런 어르신의 장례 때엔 자식들의 불화도 흔했다. 누가 잘했다 못했다, 좋다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라 어떤 사람(존재)이 더 행복할 수밖에 없는지가 한눈에 보이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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