比가사관리사 먼저 도입한 日 “여성 재취업에 큰 도움”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 해마다 늘어
고용부-서울시, 연내 국내 도입 추진
“검증시스템 구축-안정적 공급 필요”
17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의 인력서비스 다국적기업 ‘파소나그룹’에서 만난 다무라 후미코 본부장은 일본이 2017년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도입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파소나그룹은 일본 정부의 기준에 맞춰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고용하는 6개 기업 중 한 곳이다. 다무라 본부장은 “당시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둔 여성들을 어떻게 복귀시킬 수 있을지가 일본 정부의 큰 과제였다”며 “누군가 집안일을 도와주면 일에 복귀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도입하게 된 제도”라고 덧붙였다.
한국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이르면 다음 달 도입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는 일본을 모델로 했다. 도쿄, 오사카 등 6개 특구를 지정해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도입한 일본은 늘어나는 가사서비스 수요를 고려해 앞으로 제도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파소나그룹 사례를 통해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안착시킨 일본이 주는 시사점을 살펴봤다.
● 日 ‘필리핀 도우미’로 여성 취업 뒷받침
“시간당 4290엔(약 3만7000원)이면 한국에서 비싼 편인가요?”
다무라 본부장은 고객용 팸플릿에 적힌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요금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어 “고객은 원하는 시간만 이용할 수 있지만 우리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정규직으로 고용해서 월급을 주기 때문에 이 정도면 싼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이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비용 등이 다 포함됐다는 것이다.
일본의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대부분 필리핀인이다. 필리핀은 가사 인력 국가자격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검증을 거쳤다는 점 때문에 필리핀인이 선호되는 것이다. 이들은 임금과 노동법 적용 등에서 내국인과 동등한 처우를 받는다. 고객이 내는 서비스 이용료도 내국인 가사관리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회사가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2년 63.4%에서 2021년 73.3%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덩달아 가사관리사 수요도 늘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일본의 가사대행 서비스 시장 규모가 2017년 698억 엔(약 6100억 원)에서 2025년 2000억 엔(약 1조74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행 지역을 확대하고, 체류 기간도 5년에서 7년 안팎으로 늘리기로 했다. 다무라 본부장은 “일본인 가사관리사는 현재 상당히 고령화됐고 인력도 부족하다”며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통해 부족한 가사 인력을 확보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정부 검증으로 신뢰 높이고 엄격히 관리해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검증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신뢰도를 높이고, 안정적으로 인력을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인이 기업 등 사업장이 아닌 가정에서 일하기 때문에 분쟁, 인권 침해 등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강정향 숙명여대 정책대학원 객원교수는 “가사관리사는 일반 가정이 근무지이기 때문에 정부의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을 받는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임금이 더 높은 제조업 등으로 이탈해 불법 체류자가 될 수도 있다”며 “가사관리사 처우를 개선하는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된 지 1년 6개월밖에 안 된 만큼 내국인 유입 상황을 더 지켜보며 외국인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도쿄=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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