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면 배당주라는데… 보험주는 ‘나홀로 마이너스’
국내 증시엔 ‘찬바람이 불면 배당주에 투자하라’는 격언이 있다. 연말 배당금을 노리고 배당주에 투자가 몰리면서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히면서 그간 고공 행진하던 보험주 주가가 이달 들어 지지부진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등의 영향으로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최근 국내 증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22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0.3%, 10.7% 상승했다. 미국발 온기가 전 업종에 퍼지고 있지만, 보험업만은 냉기가 감돈다.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 시장의 대표 종목을 뽑아 업종별로 산출하는 KRX 섹터(업종)지수 25개 중 KRX 보험 지수만 등락률이 이달 -2.7%로 홀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KRX 보험 지수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보험사 10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 중 7종목이 이달 들어 주가가 내렸다.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의 주가가 12.4% 떨어졌고, DB손해보험(-7.5%), 삼성생명(-3.7%), 한화손해보험(-2.8%), 현대해상(-2.7%), 삼성화재(-1.7%) 등 전반적으로 보험사 주가 흐름이 부진했다.
◇보험사 주가 부진 왜?
보험주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잘나갔다. 연초 이후 10월까지 KRX 보험 지수 상승률은 17.5%에 달해,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1.9%를 훨씬 앞섰다. 올해 보험 업계에 새로운 회계 기준인 ‘IFRS 17′이 도입되면서 보험사들의 회계상 이익이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또 법무부와 금융위원회가 상법 개정으로 보험사의 배당 가능 이익을 늘려주기로 하면서 연말 배당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보험주가 ‘경기 방어주’로 주목받으면서 코스피 대비 성과가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 당국이 보험사에 “배당 가능 이익을 전년과 같게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사실상 배당금을 작년 수준으로 유지하라는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되면서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줄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실적 호조가 배당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면서 “최근 이어진 주가 하락에도 주당 배당금이 많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기대 배당수익률이 매력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가 3.2%로 시장 예상을 밑돈 것도 보험주엔 악영향을 미쳤다. 금리 인하 시점이 당겨질지도 모른다는 기대 섞인 전망에 증시가 반등했고, 금리 상승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이차전지, IT(정보기술) 등 성장주로 다시 자금이 쏠렸다. 이와 동시에 연초 이후 10월까지 주가가 고공 행진한 보험주엔 거꾸로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이 쏟아졌다.
◇중장기 배당은 증가 가능성
다만 보험주 반등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살아있다. 금융 당국의 배당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올해 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실제 배당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제 배당 규모는 시장 기대 수준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여전히 보험주의 상승 동력은 살아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내년에도 보험업의 실적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SK증권은 “올해 단기납 종신 보험 절판 마케팅, 지난해 말부터 늘어난 저축성 보험 등의 역기저 효과 때문에 내년 신계약 성장세는 다소 둔화할 전망”이라면서도 “핵심 보장성 보험 중심의 탄탄한 흐름을 바탕으로 보험계약서비스 마진(CSM)이 지속적으로 늘어 내년 실적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장기적으로 봐선 배당이 안정적으로 나오면서 배당주로서의 매력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엔 금리 하락과 배당 규제 가능성 등의 변수가 존재한다”면서도 “새 회계 제도가 도입되면서 금리 변화에 따른 펀더멘털(기초여건) 변화가 과거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여, 단기적으로 급격하게 배당이 증가하는 것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배당이 안정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에 투자자들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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