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장성이라는 계급의 무게

박수찬 2023. 11. 2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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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서 입혀주고 먹여주고 잘 관리해 주는데 주식을 그리 해야 하나." 최근 기자와 만난 전직 국방부 당국자가 김명수 합동참모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시청한 뒤 남긴 말이다.

지난달 29일 국방부가 대장급 인사를 발표할 때 세간의 시선은 김 합참의장 후보자에 쏠렸다.

합참의장 인사청문회 제도가 만들어진 2006년 이후 후보자에 대한 관심이 국방정책과 전략 등에 초점이 맞춰진 것도 장성의 신상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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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서 입혀주고 먹여주고 잘 관리해 주는데 주식을 그리 해야 하나.” 최근 기자와 만난 전직 국방부 당국자가 김명수 합동참모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시청한 뒤 남긴 말이다.

지난달 29일 국방부가 대장급 인사를 발표할 때 세간의 시선은 김 합참의장 후보자에 쏠렸다. 최윤희 의장 이후 10년 만에 등장한 해군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대도 컸다.

기대가 실망이 된 것은 한순간이었다. 15일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선 김 후보자가 근무 시간에 주식을 거래하고 안보 문제가 국민적 관심으로 부각했을 때 골프장을 찾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자녀 학교폭력 의혹도 불거졌다. 김 후보자는 “부적절한 처신에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가족에 대해 불찰이 있었던 것도 사과드린다”며 “합참의장이 된다면 임무에 집중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미 군 안팎에서 상처가 난 것은 피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군의 생명은 상명하복(윗사람 지시에 아랫사람이 따른다는 뜻)이다. 상명하복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상관은 부하들이 갖지 못한 뭔가가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상관은 나와 격이 다른 사람’이라는 인식을 부하들에게 심어줘야 상명하복이 잘 통한다. 삼삼오오 모여서 주식과 가상자산, 부동산 등 재테크를 말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상관인 군 고위인사가 보인다면, 부하들이 해당 인사를 어렵게 생각할까. 육·해·공군 작전부대를 통합 지휘하는 최고 군령기관인 합참에서 이 같은 풍조가 생긴다면, 그것은 소리 없이 자라는 독버섯처럼 위험할 것이다.

장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저하는 군에 미치는 또다른 부작용이다. 장성은 진급할 때마다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현역 대장이 임명되는 합참의장 후보자라는 위상은 이 같은 검증을 거쳤다는 의미다. 합참의장 인사청문회 제도가 만들어진 2006년 이후 후보자에 대한 관심이 국방정책과 전략 등에 초점이 맞춰진 것도 장성의 신상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신뢰가 10여년 만에 흔들린다는 것은 군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신뢰 측면에서 중대한 문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선택도 쉽지 않다. 김 후보자가 물러나면 대체자를 찾는 것이 문제다. 김승겸 현 합참의장과 함께 군 수뇌부를 구성했던 인물들은 후임자에게 보직을 넘겨주고 물러났다. 갓 취임한 각군 총장들은 합참의장을 맡기가 어렵다. 김 후보자 지명을 통해 김승겸 의장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드러난 상황에서 김 의장이 유임된다 해도 예전처럼 합참을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김 후보자 임명 강행도 가능하지만 합참에서 영(令)이 설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을 어떤 형태로든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를 감행하면서 한반도에 긴장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합참의장의 역할과 위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국면이다. 대비태세에 빈틈이 없으려면 유임이든, 지명 철회든, 임명 강행이든 합참의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신속히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군이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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