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중진의乙을위한변명] 연말회식 갑질 주의보

2023. 11. 2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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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각종 주의보가 발령되고 있습니다.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팬데믹으로 인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연말 회식을 해야 한다는 근거 없는 의무감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주의보를 일으키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평범한 진리를 훼손하는 것이 바로 갑질 주의보가 발령되는 원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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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각종 주의보가 발령되고 있습니다. ‘독감 주의보’, ‘빈대 출몰 주의보’ 같은 것이지요. 여기에 최근 ‘연말회식 갑질 주의보’까지 회자되고 있습니다. 직장인들 사이에 가장 핫한 주의보 중 하나이지요. 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회식을 하거나 장기자랑을 강요하는 것을 비판하는 말입니다.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팬데믹으로 인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연말 회식을 해야 한다는 근거 없는 의무감도 있을 것입니다. 이왕 하는 회식이니 재미있게 하고 싶기도 하겠지요. 그러려면 직원 중 누군가는 망가지거나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욕심이 지나치다 보면 선을 넘게 됩니다. 하기 싫어하는 직원을 억지로 행사에 끌어들이거나 너무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것이지요.

재미 삼아 악기를 배우며 연습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실력이 보통 이상은 되었지요. 주위에서도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프로 같다느니, 콘서트를 해도 되겠다느니 하면서 부추겼지요. 당사자도 처음에는 영혼 없는 칭찬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런 말을 자주 듣다 보니 슬그머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내가 정말로 프로 수준 아닐까.’ 결국 수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홀을 빌려 콘서트를 열게 되었습니다. 초대장도 뿌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합리화도 했지요.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어땠을까요. 취미를 가지고 삶을 즐기는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가끔 보여주는 연주가 양념이 되어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도 했지요. 그래서 ‘콘서트를 한번 해도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정말로 초대장이 떡하니 날아왔습니다. 그것도 황금 같은 주말 오후 여섯시에. 임영웅이나 조용필 콘서트도 아니고 아마추어 연주자의 콘서트였지요. 평소에 음악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려 두 시간이나 듣고 있어야 하는 것이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닐 겁니다.

두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내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게 한다’는 것이지요. 바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한 번 사는 인생이니 하고 싶은 일을 용감하게 저지르는 일도 중요합니다. 모임을 재미있게 만들고자 하는 충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주의보를 일으키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상대방의 입장도 생각해 주어야지요. 이 평범한 진리를 훼손하는 것이 바로 갑질 주의보가 발령되는 원인 아닐까요.

양중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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