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도살 직전 구조된 퇴역마 ‘늘봄’

2023. 11. 24.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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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태어나 경주와 번식에 동원된 말 '늘봄'은 2023년 제주의 한 도축장으로 가는 트럭에 실렸다.

PETA의 폭로 이후 한국마사회가 '말 복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개선 의지를 보였고, 올해 5월 경주마의 은퇴 후 복지를 규정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의안번호 2122176호)이 겨우 발의돼 있다.

미국과 영국, 호주, 스웨덴 등 많은 나라에서는 말 도축 금지, 채찍 사용 제한 등 경주마의 복지를 보장하는 다양한 내용을 각기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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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태어나 경주와 번식에 동원된 말 ‘늘봄’은 2023년 제주의 한 도축장으로 가는 트럭에 실렸다. 도살 전 대기하던 늘봄을 국제동물권단체 PETA 조사관과 제주비건 활동가가 발견했다. 이들은 마주를 설득해 늘봄을 매입했고, 그 덕에 늘봄은 다른 두 말과 약 3000평의 말 생크추어리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됐다.
국내 경주마는 2살 정도부터 최대 5년가량 경기를 뛴다. 은퇴 후에는 승마, 촬영, 고기 등 용도로 이용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매년 1400여 경주마들이 은퇴했고, 이 중 절반 정도가 도살되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었다. 2019년 PETA가 폭로한 실태를 보면, 퇴역마들은 도살장에서 구타당하고, 다른 말이 보는 앞에서 도살됐다. 경기를 마친 뒤 72시간이 지나지도 않아 도살장으로 보내지기도 했다. 이는 우리나라에 ‘K-cruelty(학대)’라는 오명을 안겼고, 미국의 한 기업은 ‘한국에 경주마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작년 퇴역마 ‘까미’가 방송 촬영에 동원되다 사망한 비극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태어나 죽임을 당하기까지 한순간도 이용당하지 않은 때가 없다. 이러한 현실에도 경주마를 위한 법 조항 한 줄이 존재하지 않는다. PETA의 폭로 이후 한국마사회가 ‘말 복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개선 의지를 보였고, 올해 5월 경주마의 은퇴 후 복지를 규정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의안번호 2122176호)이 겨우 발의돼 있다.

미국과 영국, 호주, 스웨덴 등 많은 나라에서는 말 도축 금지, 채찍 사용 제한 등 경주마의 복지를 보장하는 다양한 내용을 각기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경기에서 얻은 상금의 일부를 따로 떼어 퇴역 경주마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 자금은 목숨을 걸고 달리는 말에게 당연히 돌아가야 할 최소한의 연금과도 같다. 우리 역시 이러한 법과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경주마들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이득을 얻는 만큼 은퇴 후 여생과 복지를 위한 법적 보호는 당연한 일이다.

박주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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