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노란봉투법의 ‘시꺼먼 속지’

2023. 11. 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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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 노조활동으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경우 유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배상의무자별 책임 범위를 정할 것을 내용으로 한다.

대법원은 불법쟁의를 이끈 노조와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책임을 동일하게 보는 것은 단체행동권을 위축하고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을 벗어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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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 노조활동으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경우 유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배상의무자별 책임 범위를 정할 것을 내용으로 한다.

불법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을 사실상 면책하는 노란봉투법은 사법부와 입법부의 합작품이다. 이는 지난 6월15일 불법쟁의를 두고 노정희 대법관이 작성·선고한 ‘3단계 판결’로 △손해의 개념을 좁게 받아들이고(2018다41986) △상당인과관계를 엄격하게 해석해 손해배상의 범위를 더 좁히며(2019다38543) △공동불법행위에 관한 법리를 비틀어 노조원을 면책한 완결판(2018다41986)이다. 이는 사법부의 재판권을 찬탈하는 입법부의 전리품이다.
이진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란봉투법은 형식과 내용에서 법이 되기에 모자란다. 근로자와 직접 근로관계에 있지 않지만 실질적·구체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노란봉투법은 ‘계약은 이를 체결한 사람만을 구속한다’는 법의 기본원칙을 파괴한다. 더욱이 막연하고 흐릿한 ‘실질적·구체적’과 ‘지배·결정’이 어떻게 하여도 법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제 합법적으로 상위 사용자를 괴롭힐 수 있는 무기를 장착한 노조는 걸핏하면 소를 제기할 것이므로 입법부가 흘린 불똥이 사법부에서 큰불로 번질 것이 뻔하다.

노란봉투법은 피해자 보호를 목적으로 공동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이 연대하여 책임지도록 하는 사법 원칙을 송두리 왜곡·말살한 목적적 졸속 입법이며 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이다. 조합원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미는 것이 일상이고, 특정 조합원을 지목하여 구성요건 성립을 증명할 수 없는 사용자는 빈손으로 돌아서기 일쑤다. 이처럼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강제하여 불법을 눈 감는 법은 법이 아니다.

노조는 쟁의행위를 결정·주도하는 주체이다. 대법원은 불법쟁의를 이끈 노조와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책임을 동일하게 보는 것은 단체행동권을 위축하고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을 벗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노조원은 스스로 의사를 형성하고 행동하는 자유인이다. 불법을 결의하고 불법에 참여한 조합원을 면책하는 것은 더 큰 잘못이다. 더군다나 사용자의 희생을 제물 삼아 손해 분담을 운운하는 것은 도무지 법리와 맞지 않는다.

겹겹이 둘러쳐진 노조 옹호의 벽을 마주한 사용자에게 주어진 무기는 거의 없다. 노조는 법인이고 불법파업은 그 목적을 벗어나므로 사용자는 불법행위를 이유로 노조와 노조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그 재산을 강제집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신속하고 합당한 재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결국 파업이 불법이면 국가는 주저 말고 공권력을 행사하여 피해를 줄여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하여 불법을 방조한 국가는 꼼짝없이 국민의 세금으로 사용자에게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노조활동은 적법하여야 한다. 적법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 국회의원은 정치인이지만 국회는 법을 만드는 전당이다. 국회가 앞장서서 법체계와 법 이론을 존중하고 수호하여야 한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일부 무모한 정치가들이 국회의 이름을 팔아서 국민과 사용자의 비용으로 노조에게 바친 ‘까만봉투법’이다. 입법권의 남용을 잘 알면서 터무니없는 법의 제·개정을 찬성하여 국가와 국민에 패악을 주는 정치가 의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시기가 도래하였다.

이진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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