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평화, DMZ 1052 고지를 가다] 남북평화 소망, 철조망 너머 삼재령에 닿았다

박재혁 2023. 11. 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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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삼재령, 남과 북·영동과 영서 잇는 화합의 고개 염원
1052 고지 탐방 평화의 길… 서화마을 주민 옛 금강산 소풍길 구성

DMZ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선언을 계기로 남북한 양측은 비무장지대 내의 군사시설인 GP를 철거했다. 그러나 2023년. DMZ는 긴장과 대립의 연속이다. 강원도민일보는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과 함께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고성군 향로봉트레킹을 2018년 시작했다. 남측 최북단인 향로봉을 시작으로 백두산까지 향하는 남북 화합의 길을 열어보자는 취지였다. 창간 31주년을 맞은 강원도민일보는 한국 DMZ 평화생명동산, 남북 강원도교류협력협회와 함께 향로봉에서 이어지는 DMZ1052 고지를 방문했다. 남북을 잇는 인제 인북천 투어에 이어 남북을 잇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삼재령은 남과 북을 이어주는 고개인 동시에 영서와 영동을 연결하는 고개다. 그래서 향로봉과 삼재령을 잇는 길은 남북평화를 기원하는 염원의 길이자 희망의 길이다.

▲ 을지하늘길을 따라 향로봉으로 향하며 가이드가 방문객들에게 향로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DMZ 평화의 길 방문자 센터가 위치하고 있는 인제군 서화면은 6·25 전쟁 전까지 38도선 이북에 있었고, 북한군은 서화면에서 16㎞ 떨어진 원통리 일대에 집결해 있었기에 전쟁이 일어난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1950년 9월 15일 UN군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면서 전세가 역전되자 남침했던 북한군이 후퇴하면서 서화면 역시 전쟁에 휘말렸다. 원래 살고 있던 마을 주민들이 북쪽으로 피난을 떠나게 되었고, 전쟁이 끝나도 돌아올 수 없었다. 6·25 전쟁 당시 전염병에 걸려서 피난을 떠나지 못해 동굴에 숨어 목숨을 건졌던 어르신의 기록에 따르면 “서화면은 오일장이 열릴 정도로 번화한 동네였다”며, “옛 주민들 가운데 금강산에서 놀다 오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고 했다.

▲ 1052고지에 도착한 방문객들이 854고지 전적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DMZ 평화의 길 코스는 서화 마을 주민들이 금강산으로 소풍을 떠났던 길을 따라 구성됐다. 차량을 통해 처음 들어선 대곡리 초소는 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의 시작점으로 이곳을 지나면 민통선 안쪽으로 진입하게 된다. 대곡리는 이름처럼 약 27㎞의 긴 산골짜기가 있는 곳으로 DMZ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골짜기를 따라 형성된 대곡리, 동계동, 적계리 등 누군가가 살고 있던 마을이었다. 민통선 내에서도 비닐하우스나 논밭 등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거주는 할 수 없지만 민통선 내 주민들은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일정한 절차를 거치면 농사 및 어업활동을 할 수 있다.

을지하늘길에 도착하게 되면 향로봉과 건봉산 등 금강산 남쪽 구간을 볼 수 있다. 안개가 자주끼기 때문에 동행한 가이드는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 절경”이라고 말했다. 향로봉은 강원 인제, 고성군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그 높이는 1293m에 달한다. 태백산맥의 북부에 위치하며, ‘봉우리에서 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마치 향을 피우는 것’과 같아 향로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1052고지에 올라서면 금강산의 능선, 백두대간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DMZ를 한 눈으로 내려다 볼 수 있으며, 군사분계선 넘어 북측 관할 구역까지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백두대간은 칠절봉, 둥글봉, 향로봉, 고성재에 이어 삼재령으로 이어진다.

삼재령은 영동과 영서를 가로지르는 백두대간의 수많은 고개 가운데 DMZ를 지나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향로봉과 북한의 무산 사이에 있으면서 오른쪽에는 동해로 흐르는 남강, 왼쪽에는 서해로 흐르는 인북천이 있다. 삼재령은 남과 북을 이어주는 고개인 동시에 영서와 영동을 연결하는 고개인 것이다.

▲ G50아카데미 유학생이 평화 메시지 전달을 위해 본인의 손을 본뜬 석고상을 854고지 전적비 위에 올려두고 있다.

북서쪽에 솟은 회전령과 무산 너머로 보이는 금강군 이포리는 인제군 서화면에 속해 있던 땅이지만, 지금은 마을 전체가 북측 관할 지역이다. 전쟁 전 이포리는 삼베를 많이 만들던 마을로 알려져있고, 소양강의 발원지로 추정된다. 소양강 상류에 해당하는 인북천(서화천)은 이포리에서 시작해 남동쪽으로 흐르는 하천으로 설악산의 북천과 합류하고, 인제의 내린천과 합쳐 춘천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 방문객들이 평화를 염원하는 글귀를 노란리본에 적어 지뢰지대를 나누는 철책에 묶고 있다.

1052고지 정중앙에는 854고지 전적비가 있다. 854고지는 비무장지대 내에 있기에 전적비를 세울 수 없어 1052고지에 세웠다. 854고지 전적비가 세워지게된 계기는 6·25 전쟁 당시 전략적 요충지인 854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남과 북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데 배경이 있다. 1953년 1월 제12보병사단이 854고지를 공격, 2개의 북한군 대대를 전멸시키고, 5개의 대대에 큰 타격을 입혀 승리를 거뒀다. 그 뒤로 꾸준히 북한군은 854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고지전을 펼쳤으나, 정전협정 발효 시점에 854고지를 차지하고 있던 것은 국군이다. 854고지가 군사분계선 남쪽에 있는 이유는 그 덕분이다.

▲ 평화 염원 글귀가 적힌 노란리본

서화면 인근 주민들은 군인들과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고, 지속적인 인프라 개선으로 도로 포장까지 잘되어 있어 귀농하신 어르신들도 있다. 가깝지만 머나먼 비무장지대에 하루빨리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원하고 있다. 박재혁 jhpp@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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