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복귀' 빗썸, 3년 만에 IPO 재도전…이번엔 다를까

이한림 2023. 11.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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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이은 국내 2위 가상화폐 거래소
지배구조 문제·사법리스크 과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점유율 2위 빗썸이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IPO 도전에 나선다. /더팩트 DB
[더팩트 | 이한림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가 3년 만에 빗썸의 기업공개(IPO) 추진에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오너리스크, 지배구조 문제 등이 주목받으며 고배를 마신 과거 사례를 딛고 국내 가장자산 거래소 중 처음으로 상장해 성공할지 주목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빗썸코리아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더욱 투명하게'라는 슬로건의 '빗썸 오픈 경영'을 선포했다. IPO로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그간 지적 받아온 지배구조 문제 개선, 신규 거래지원 절차 투명화, 내부통제 강화 등을 통해 내실을 다져 가상자산 거래 시장 점유율 1위인 업비트를 쫓겠다는 포부로 풀이된다.

이중 IPO 도전이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자본시장 규제와 감시받기를 자청해 회사의 투명성을 검증받겠다는 자신감이 엿보여서다. 아직 구체적인 상장 시점과 목표 기업가치 등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 완료했으며 늦어도 2025년 하반기 내 상장을 목표하고 있다. 빗썸이 상장에 성공하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첫 사례가 된다.

그러나 업계는 빗썸의 IPO 성공 여부는 예단하긴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빗썸의 실질적 최대 주주인 이정훈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의장과 단일 최대 주주사인 비덴트 사이 경영권 다툼이 지속되면서 지배구조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는 지주사 빗썸홀딩스(73.56%)의 지배를 받고 있다. 빗썸홀딩스의 단일 최대 주주는 배우 박민영의 전 연인 강종현 씨가 회장으로 알려진 비덴트(34.22%)지만,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인물은 이정훈 의장이라는 시각도 공존한다. 이 의장의 빗썸홀딩스 지분율은 빗썸홀딩스나 빗썸코리아의 사업보고서에서 발견할 수 없지만 2대 주주인 싱가포르 법인 DAA(29.98%)와 3대 주주 BTHMB홀딩스(10.70%)의 지분이 이 의장의 우호지분으로 해석되고 있어서다.

최근 개정안(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등 10인)이 국회에서 발의된 특정금융정보거래법에 따르면 기업의 사업자 신고 수리 시 심사 범위를 실질적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대주주까지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기존에 대표와 임원 등 경영진에 그친 심사 범위를 이사회 의장이나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실제 소유주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발의 단계이나, 기업 심사 때 대주주 적격성을 엄중히 보겠다는 금융 당국의 최근 기조와 맞아떨어지면서 개정안 통과는 시간 문제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에 대주주나 경영진 간 지분구조 등이 불명확한 빗썸이 향후 IPO 심사를 받을 때 보다 명확한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정훈 빗썸홀딩스 의장(위)과 이상준 전 빗썸홀딩스 대표(아래)는 공교롭게도 모두 재판을 받으면서 사법 리스크에 연루돼 있다. /더팩트 DB
여기에 이 의장과 비덴트 경영진이 공교롭게도 모두 현재 재판을 받는 점도 IPO 걸림돌로 지목된다. 이 의장은 지난 2018년 10월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에게 빗썸 인수와 공동경영을 제안하면서 가상화폐 '빗썸코인'을 빗썸에 상장하겠다는 명목으로 계약금 약 1억 달러(당시 약 1100억 원)를 편취한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가 올해 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경영에 복귀했다. 다만 이 의장은 지난 16일 검찰이 제기한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8년을 구형받고 내년 1월 2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이상준 전 빗썸홀딩스 대표와 가수 겸 배우 성유리의 남편 프로골퍼 안상현 씨, 비덴트 회장 강종현 씨 등은 지난 21일 가상화폐 상장 청탁 혐의로 첫 공판을 받았다. 현재까진 1심에서 무죄를 받고 2심 선고를 앞둔 이 의장 측 상황이 더 나아 보이나 대주주의 결격 사유가 인정될 경우 IPO는 고사하고 기업 경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는 남아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빗썸이 IPO 심사를 받으려면 현재 지배구조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투자자들이 지적한 경영 투명성 확보하는 목적의 IPO 도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분 조정도 거액이 들어가기 때문에 단기간 이뤄지긴 어려워 보이지만, 해내야 한다. "빗썸의 주인은 대체 누구냐"는 식의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짙게 깔려 있다 보니 보다 명확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시장 신뢰 회복이 IPO 추진의 급선무로 보인다"고 말했다.

빗썸코리아도 사법 리스크 해소와 지배구조 문제 개선이 이번 IPO 도전에서 중요한 선결과제로 판단한 모양새다. 이 의장이 등기이사로 다시 복귀하는 것과 동시에 비덴트와 경영권 다툼에서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서다.

빗썸코리아 관계자는 "그간 전문경영인 중심의 독립 경영체제로 운영돼 왔으나 최대 주주사(비덴트)에서 도덕적해이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이 빗썸의 이미지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이에 주주사들과 협의하여 지분율 변경을 계획하고 있다. 빗썸 IPO를 통해 투명한 경영으로 내부통제 강화와 투자자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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