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에 ‘女화장실 몰카’ 남학생 가정방문 지시 논란…대책은 미흡

[KBS 제주] [앵커]

지난달 도내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불법 촬영기기 설치 사건과 관련해 해당 학교 측이 여교사들에게 경찰 수사를 받는 학생의 가정을 방문하라고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제주도교육청이 빠르게 대책을 내놨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입니다.

김가람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달 체육관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기기가 발견된 한 고등학교입니다.

한 교사가 발견해 신고했는데 이튿날 재학생이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이 피해자일 수도 있는 여교사 2명에게 해당 학생의 가정방문을 지시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제주도교육청이 피해교원 보호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습니다.

우선 가정방문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교원에게는 공무상 병가 신청을 안내하기로 했습니다.

휴대전화를 발견한 교원 등 2명에게는 심리상담을 지원합니다.

해당 학교에서의 불법촬영 기기 설치 여부를 수시로 점검하고, 불안감을 느끼는 학생들을 위해 응급심리지원 특별상담실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오경규/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 "심리 상담만으로 치유되지 않는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병원과 연계해서 치유할 수 있도록 저희들이 병원비라든지 모든 것들을 우리 교육청에서."]

문제는 피해자일 수 있는 교원들에게 불법 촬영기기를 설치한 남학생의 가정방문을 지시한 데 대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특히 학교 측에서는 이번 가정방문이 별개의 학교폭력 사건 때문으로 문제 없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계속될 우려가 큽니다.

[한정우/제주교사노동조합 위원장 :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하면서 본인에게 잘못이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한다면 이는 또 다른 2차, 3차 피해를 선생님께 주시는 겁니다."]

이에 교육청은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가급적 학교전담경찰관을 동행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교권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김가람입니다.

김가람 기자 (garam@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