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피아니스트 최준의 공연과 감동[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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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남산국립국악당에서 공연을 하나 봤다.
'피아노 병창 최준 2023 춘향'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공연인데, 말로만 듣던 '천재 작곡가' 최준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최준은 13곡을 그랜드 피아노와 신시사이저로 연주하고 몇 곡은 직접 노래를 불렀는데, 얼마나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던지 관객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를 응원하며 공연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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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남산국립국악당에서 공연을 하나 봤다. '피아노 병창 최준 2023 춘향'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공연인데, 말로만 듣던 '천재 작곡가' 최준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자폐성 발달장애'와 '음악 천재'라는 수식어가 함께 따라다니는 최준은 열세 살 때 흥보가를 완창했고 피아노 병창 음반, 피아노 연주곡, 판소리 등 음반을 여러 장 냈다. 영화 3편의 주제 음악을 작곡했다.
그는 2010년 '피아노 병창'이라는 음악 장르를 만들었는데, 한 사람이 피아노를 직접 치며 전통 성악곡(판소리, 민요, 정가)을 부르는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춘향가의 주요 대목을 발라드, 댄스음악, 아카펠라로 편곡해 전통예술단체 바닥소리의 소리꾼과 함께 연주했다.
최준은 13곡을 그랜드 피아노와 신시사이저로 연주하고 몇 곡은 직접 노래를 불렀는데, 얼마나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던지 관객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를 응원하며 공연을 즐겼다. 최준은 네 명의 소리꾼과 호흡을 맞추려는 듯, 가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며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기도 했다.
신명 나게 연주를 즐기는 최준의 모습을 보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이 쏟아졌다. 그의 연주 실력에 감동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자폐성 발달장애인처럼 '닫힌 세계에서 보호받으며 지내야 하는' 삶이 아니라 세상에 나와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리며 자신의 천재성을 당당히 과시하는 그의 삶이 멋지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최준은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에게 종이에 미리 써 온 감사의 글을 읽었다. 어눌한 말투와 어색한 몸짓이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졌다.
공연 후 우리 일행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준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바닥소리 소리꾼들이 들려준 얘기는 더 감동적이었다. 최준의 음악적 천재성은 우연히 드러났다. 최준의 엄마는 "자폐 치료에 도움이 될 것 같으니 국악을 시켜보라는 선생님의 권유로 국악학원에 갔는데, 거기서 준이가 절대 음감을 갖고 있고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최준의 부모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가 재능을 발휘해 세상으로 나오도록 지지해주었다.
최준과 함께 공연한 바닥소리 소리꾼들은 최준의 매력에 흠뻑 빠진 듯했다. "3개월 동안 연습했는데, 처음은 낯을 가리는 것 같더니 나중에는 엄청나게 칭찬을 해주셨어요." "연습할 때마다 최준 감독의 연주가 느낌이 달라지고 좀 더 멋지게 바뀌는 걸 들으며 행복했죠."
자폐성 발달장애는 소통 능력, 공감 능력이 떨어져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기 힘든 게 특징이다. 음악을 통해 최준이 그런 핸디캡도 극복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 건 소리꾼 이승민씨가 들려준 얘기 때문이었다. "연주자랑 계속 눈을 맞추며 공연한 적은 처음입니다. 최준 감독님이 '나 잘하고 있지?' 하고 칭찬해 달라는 듯한 눈빛을 보낼 때가 있어요. 공연하는 동안 배려받는다는 느낌이 자주 들었어요. 우리가 조금 숨차 하거나 노래 박자가 느려지면 연주도 같이 느리게 해주시고, 조금 당기고 싶다고 하면 딱 당겨줍니다. 완전 감동이죠."
음악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어 가고 있는 최준. 그는 다음엔 흥보가 병창으로 공연을 하고 싶다고 했다. 힘차게 건반을 두드리는 그의 눈빛과 거칠 것 없는 노래가 기다려진다.
홍헌표 관악S밸리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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