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 '140년 혈맹'·미래 파트너 과시…극진한 예우[영국 순방 결산]
왕세자 영접…국왕과 '황금마차' 동승 이동
윤, 한영 관계 "피 나눈 혈맹의 동지" 표현
디지털·원전·청정에너지 등 미래협력 강조
윤-찰스3세, 셰익스피어-윤동주 상호 인용
대통령실 "영, 고무된 메시지 전하고 있어"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한국과 영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피를 나눈 혈맹의 동지입니다. 우리가 미래를 위해 함께 하지 못할 일이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초청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최고 수준 예우를 받으며 수교 14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를 공고히 다졌다. 윤 대통령은 한영 관계를 "혈맹의 동지"라고 여러 차례 표현하며 미래 파트너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영 외교관계 수립 140주년이자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이해 영국을 국빈 방문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지난 5월 대관식을 치른 후 최초의 국빈 초청이다.
찰스 3세 국왕은 21일(현지시간) 열린 국빈 환영 일정에서 윤 대통령을 최고 수준 예우로 환대했다.
윤 대통령은 윌리엄 영국 왕세자 부부의 영접을 받아 공식 환영식이 열리는 '호스 가즈(Horse Guards)' 광장으로 이동했다. 영국은 왕실 전용 의전차량 벤틀리 리무진을 제공했다.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파커 보울스 왕비는 광장에서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영국 정상인 리시 수낵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외교장관 등 각료들도 대기하고 있다가 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영국 측은 공식 환영식이 진행되는 동안 예포 41발을 발사했다. 통상 국가 원수에 대한 예포는 21발이지만, 국빈 방문이기 때문에 20발을 더한 최고 수준 예우다.
윤 대통령은 광장에서 찰스 3세 국왕과 함께 왕실 근위대를 사열했다. 군악대가 아리랑을 연주하고 의장대장이 한국어로 사열 준비를 보고하는 등 한국 정상에 맞춘 의전이 이뤄졌다.
윤 대통령과 찰스 3세 국왕은 근위대 사열을 마친 후 국왕 공식 행사에 쓰이는 '아일랜드 마차'에 동승해 버킹엄궁으로 이동했다. 행진 중에는 애국가가 연주됐다.
찰스 3세 국왕은 버킹엄궁에서 환영 오찬을 연 뒤 윤 대통령과 훈장·선물을 교환했다. 이어 버킹엄궁의 '픽처 갤러리'에서 고종이 빅토리아 여왕에게 보낸 편지와 휴대용 화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방한 당시 선물받은 청자꽃병과 안동 하회탈 등을 함께 관람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의 환대에 감사를 표하면서, 양국이 140년간 이어온 '혈맹' 관계에 기반해 미래의 글로벌 복합 위기를 함께 극복해나가자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 의회 연설에 나서기 전 영국 국방부 앞 '한국전 참전 기념비'와 웨스트민스터사원의 '무명용사의 묘'를 찾아 헌화했다.
윤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6·25전쟁에 참전했던 콜린 태커리 옹을 호명하고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러면서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디지털·AI(인공지능), 사이버안보, 원전, 방산, 바이오, 우주, 반도체, 해상풍력, 청정에너지, 해양 등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찰스 3세 국왕은 국빈 만찬에서 각각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윤동주 시인을 인용하며 양국간 문화 협력 확대에 공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나의 벗 영국이여, 그대는 내게 영원히 늙지 않으리라(To me, my fair friend, the United Kingdom, you never can be old)"라고 말했다.
찰스 3세 국왕은 윤동주 시인의 '바람이 불어'를 낭송하고, "영국에 대니 보일이 있다면 한국에는 봉준호가 있고, 제임스 본드에는 오징어 게임이 있으며 비틀즈의 렛잇비에는 BTS의 다이나마이트가 있다"고 했다. 찰스 3세 국왕은 22일 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블랙핑크에게 '대영제국훈장(MBE)'을 수여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영국의 언론이나 정부가 한영 관계의 현재의 모습과 앞으로의 기대에 대해서 크게 고무된 여러 가지 메시지를 영국 국민과 유럽, 공동체에게 전하는 것을 봐서는 이번 한영 관계에 대해서 영국이 갖는 전략적 의미도 상당히 크다고 본다"고 분위기를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됐던 한영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성찰해 보고, 우리가 한영 관계를 통해서 유럽에서 어떤 경제·안보·글로벌 협력관계를 확장시켜 나갈지에 대해 새롭게 방향을 찾아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ks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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