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씀이 그대로인데…고금리·고물가에 나가는 돈만 늘었다

3분기 가구당 월 387만원 소비…실질소비지출 0.8% 증가 그쳐
이자비용 1년 전보다 24% 급증…식료품 등 생활 물가도 급상승
지출여력 축소된 저소득층, 물가 올랐는데도 소비금액 더 줄어

지난 3분기 가계는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지출이 증가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 가계소득은 1년 전보다 3.4% 늘었는데 지출은 4.0%나 늘었다. 특히 고금리로 이자비용이 커지면서 비소비지출이 4.3%나 상승했다. 경기 위축으로 소득 증가는 둔화됐는데 물가 상승으로 지출만 빠르게 늘었다는 뜻이다.

23일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3분기 월평균 가계지출은 387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주거와 교통, 식료품비 등 실생활 소비내역인 소비지출은 280만8000원으로 3.9% 늘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나 증가했는데 과일 및 과일가공품(11.6%)과 육류(7.7%), 조미식품(15%), 당류 및 과자류(8.4%) 등 장바구니 지출이 크게 늘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명목상으로 지출이 더 늘었지만 실제 어떤 소비 목적의 지출이 아니고 물가가 올랐기 때문에 똑같이 어떤 재화를 구입했다거나 서비스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더 지출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소비지출은 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주거·수도·광열 지출과 교육, 교통 지출도 크게 증가했다.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9% 높아졌는데, 전기·도시가스 등 주거용 연료비와 월세 등 실제 주거비가 각각 16.5%, 10.2%씩 뛰었다. 지난해 동기 대비 7% 증가한 교육 지출의 경우 학원·보습교육료 지출(7.3%)이 전체 상승률을 견인했다.

소비지출 가운데 가장 크게 증가한 항목은 오락·문화 지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7%나 늘었다. 팬데믹 종료에 따른 나들이 수요 확대가 이어지며 국내외 여행 등 단체여행이 150.5%나 증가한 영향이 컸다.

반면 통신(-1.1%), 주류·담배(-1.6%), 의류·신발(-4.7%), 가정용품·가사서비스(-6.2%) 지출은 줄었다.

비소비지출은 월평균 106만2000원으로 지난해 3분기(101만8000원)보다 4.3% 늘었다. 비소비지출은 세금을 포함해 연금, 사회보험, 이자비용 등에 쓴 돈을 말하는데,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은 12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24.2%나 늘었다.

이자비용은 지난해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9.9% 증가한 뒤 4분기 28.9%, 지난 1분기 42.8%, 2분기 42.4% 치솟으며 가계를 짓눌렀다. 이번 3분기 증가율 24.2%는 3분기 기준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 밖에 소득세 등 주기적으로 내야 하는 세금(경상조세)은 26만9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반면 양도소득세·취득세·등록세 등 주로 부동산과 관련해 일시적으로 부과되는 세금(비경상조세)은 부동산 경기 위축 등으로 6.9% 감소했다.

대부분 소득계층에서 지출이 늘었지만 소득 하위 20%인 1분위만 지출(-1.5%)이 줄었다. 저소득층인 소득 하위 20%는 소득(-0.7%)도 유일하게 줄었다. 소득이 적어지면서 지출 여력이 축소돼 물가 상승에도 소비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